[단독] 증권사, 40조 '연기금 투자풀' 시장 진출한다
2025년부터 증권사 경쟁 입찰 참여 전망
전략적 자산 배분 방식의 운용 강점 등
경쟁 활성화 통한 장기 수익률 제고 기대
기획재정부가 자산운용사들의 전유물이던 ‘연기금 투자풀’ 시장에 증권사도 진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투자업계는 22년 만에 대형 자산운용사 위주의 경쟁 체제가 깨지고 투자풀 참여 기금들의 자금 운용을 맡기 위한 경쟁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했다.
1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5월 중순 발주한 ‘연기금 투자풀 성과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 연구’ 용역에는 기존 자산운용사 뿐 아니라 증권사에도 연기금 투자풀 주간사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재부는 최근 책임 연구자 선정을 완료했으며 5개월 간 연구를 진행해 이르면 9월 중 평가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상세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연기금 투자풀은 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 4대 연금 외에 개별 연기금들의 운용 전문성 강화를 위해 2001년 12월 도입됐다. 군인연금 등 55개 기금 중 일부를 민간 자산운용사에 위탁·운영해 수익을 내는 재간접 펀드 구조다. 주간사 입장에서는 운용 보수가 낮지만 자금 규모가 41조 원에 달하고 정부 기금을 운용하는 만큼 대외적 위상과 신뢰도 등을 높일 수 있다.
기재부는 그간 자산운용사가 증권사보다 오랜 기간 외부위탁운용관리(OCIO)를 맡아 쌓은 경험과 트렉 레코드(운용 실적)가 풍부하다는 이유로 자산운용사에만 주간사 자격을 부여하고 증권사는 선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2001년부터 10여 년 간 삼성자산운용이 단독으로 주간을 해오다 2013년 복수 운용 체제로 바뀌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가세했다. 2021년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한투운용을 제치고 주간사 자격을 따내 지난해 기준 총 38조 원의 기금 중 미래에셋운용은 14조 원, 삼성자산운용은 24조 원을 각각 책임졌다.
연기금 투자풀 시장에 증권사도 진출할 수 있게 허용하자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것은 최근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OCIO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형 증권사 대부분이 자산운용업 라이선스를 취득한 만큼 이들의 진출을 적극 허용해 경쟁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사 중심의 독점 체제가 연기금 투자풀의 수익률이 저조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주요 배경이다. 실제로 연기금투자풀의 채권형 수익률은 2020년 2.47%에서 2021년 -0.20%로 떨어진데 이어 2022년 -1.92%로 추락했다.
업계에서는 증권사의 진출로 연기금투자풀의 장기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위펀드 분산투자 방식 위주인 자산운용사와 달리 증권사들은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 부동산 투자 등 일임 받은 권한 내에서 최대한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랩(wrap)형 운용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는 투자은행(IB), 홀세일(법인 영업), 리테일(소비자 금융) 등 다양한 사업 부문을 아우르고 수많은 상품이 거래되는 일종의 플랫폼 플레이어로 자산운용사와 차별화된다”며 “이 플랫폼을 통해 전략적으로 자산 배분을 하고 장기적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기대했다.
증권사의 연기금 투자풀 시장 진출이 허용되면 2025년 주간운용사 경쟁 입찰부터 증권사가 가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미래에셋운용이 4월 초 기재부가 실시한 투자풀 주간 운용사 성과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만큼 그 자리에 증권사가 치고 들어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연기금 투자풀 주간사는 복수 경쟁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삼성운용은 2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반면 미래에셋운용은 2021년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제치고 주간사 지위를 획득했다. 한투운용도 2017년 경고 조치를 받으면서 재선정에 실패한 점을 고려하면 미래에셋운용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지난해 금리 변동에 따른 채권 손실이 있었지만 올해는 금리 고점에 따른 회복으로 수익률 개선이 기대된다”며 “또 기재부가 다음 연간 평가에서 지난해 성적을 배제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선 주택도시기금(20조 원)·서민금융진흥원(1200억 원) 운용 계약을 따내고 최근 한국거래소(1500억 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증권사 중 가장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NH투자증권을 유력한 후보로 점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산 운용, 자기 매매는 자산운용사의 고유 영역이라 여겨 그동안 증권사에는 공적 자금이 투입된 연기금투자풀 운용을 맡기지 않았다”며 “그러나 현재 증권사 상당수가 자산운용업 라이선스를 취득했기 때문에 자산운용업 허가를 받은 곳이라면 원칙적으로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성채윤 기자 chae@sedaily.com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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