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호위무사’ 이용, 유승민 ‘1일 1어퍼컷’ 하는 이유

문광호 기자 2023. 7. 10. 17:2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 원전 오염수 방류 정부 대응 비판에
“반지성주의 선동” 직접 겨냥 메시지
대통령 심기 반영...‘과잉충성’ 분석도
지난 대선 당시 유세를 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용 국민의힘 의원. 이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이용 국민의힘 의원이 연일 유승민 전 의원을 비판하고 있다. 이 의원은 10일 유 전 의원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 대응을 비판하자 “반지성주의 선동”이라고 힐난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26일부터 2주 동안 4차례나 유 전 의원을 직접 겨냥한 메시지를 냈다. 윤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의원이 총선 공천을 노리고 과잉 충성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 의원은 봅슬레이 국가대표팀 감독 출신이다. 2020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수행실장을 맡으면서 ‘윤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해왔다. 그는 지난 4월 한 라디오에 출연해 “호위무사라는 게 한 명의 주군을 모시기 때문에 그 애칭이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최근 들어 유승민 전 의원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모두 까기가 적성이면 정치인이 아니라 평론가가 돼라”라고 비판했다. 또 “현재는 민주당의 선동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고 있지만, 어쨌건 유 전 의원도 정치인 아닌가”라며 “중재하고 조정에 나서지는 못할지언정 늘 남 일 말하듯 내부총질로 일관해온 게 자랑인가”라고 비난했다. 앞서 유 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오염수가 그렇게 깨끗한 물이라면 왜 일본 안에 두지 않나”라며 “국민들께서 갖고 계신 이 질문에 대해 국민의힘이든 정부든 아무도 과학적인 대답을 이제까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께서 나토 정상회의에 기시다 (일본) 총리를 만나러 가시면서 그 점에 대해서 분명히 말씀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전날도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킬러문항 지시에 대해선 ‘대통령의 언어는 천금의 무게가 있어야 한다’ 훈수를 두더니 오염수 방류에 대해선 ‘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찬반을 밝히지 않느냐’며 과거 자신의 발언을 스스로 뒤집고 있다”며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드려야 만족하시겠나”라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이 전날 SNS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왜 윤 대통령은 아무 말씀이 없으신가”라고 비판한 점을 겨냥한 것이다.

이 의원의 유 전 의원 비판은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 의원은 당시 유 전 의원이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 낮은 당 지지율과 관련해 “이렇게 가면 총선 참패, 윤석열 정부는 5년 내내 식물 정부가 된다”고 우려하자 “굳이 공개적으로 대통령과 당 지도부를 탓하며 민주당에 힘을 싣지 않아도 당 구성원 모두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이후로도 지난달 26일부터 이날까지 4차례나 유 전 의원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냈다.

제4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15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국민의힘 유승민 의원(가운데)이 김웅 의원(오른쪽),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과 함께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의원의 ‘유승민 때리기’에는 윤 대통령의 유 전 의원에 대한 불편한 속내가 반영됐다는 시각이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이 의원의 말에서 아랫사람에게 전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윤 대통령의 심기를 날 것 그대로 전달한다는 해석이다.

윤 대통령과 긴밀히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진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과 친윤(석열)계 의원들도 지난해말부터 꾸준히 유 전 의원을 비판해왔다. 윤핵관 이철규 사무총장은 지난해 12월20일 전당대회 규칙을 당원투표 100%로 변경하는 것에 반대하는 유 전 의원에 대해 “당대표에 나올 생각을 하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민주당 아바타”(권성동 의원, 1월3일) “가짜 보수”(장예찬 최고위원, 1월6일) “당의 분란과 갈등을 자양분 삼아 정치적 입지를 세우려고 하는 사람”(정진석 의원, 1월11일) “나경원, ‘제2의 유승민’ 되지 말길”(장제원 의원, 1월16일) “(폭정을 막는다는 말) 이재명 대표가 쓴 줄”(박수영 의원, 2월1일) 등 유 전 의원에 대한 비판이 친윤계 의원들로부터 쏟아졌다.

이 의원이 총선 공천을 받기 위해 윤 대통령을 향한 자발적으로 ‘충성 경쟁’에 나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 의원은 유 전 의원 측근으로 알려진 김웅 의원의 지역구(서울 송파갑)에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초선인 이 의원이 (이렇게) 나선다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본인 체급을 올리려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