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현행법이 개 식용을 금지한다?
대중을 오도하는 방법에는 거짓말도 있지만 진실에 거짓을 섞는 방법, 앞뒤 맥락을 자른 뒤 자신의 주장에 유리한 부분만 제시하는 방법이 많이 쓰인다. 진실성을 판단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속셈이 들통나도 100% 거짓말을 한 것보다 빠져나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일간지에 '개 식용은 개인의 취향이고 문화라는 사람들에게'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칼럼은 개 도축 금지 근거가 들어간 개정 동물보호법(4월 27일 발효)을 언급하며 개 식용이 더 이상 취향이나 문화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동물보호법을 근거로 개 식용의 종식을 내세운 칼럼의 주장은 사실에 맞지 않는다. 축산법은 여전히 개와 개고기를 가축과 축산물로 규정하고 있고 축산물 위생관리법 역시 개고기 유통을 금지하지 않으니 현행법이 개 식용을 금지한다고 보긴 힘들다. 개정된 동물보호법 역시 시행규칙 제6조에서 '허가, 면허'가 없는 도축을 금지할 뿐이므로 소, 돼지 등 다른 가축처럼 도축 허가, 면허 제도를 도입하면 개 도축도 양지화될 수 있는 상태다. 현행법이 개 식용을 명백히 금지하고 있다면 지금 정치권에서 개 식용 금지법을 만들자는 소리가 나오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개 식용 금지법은 육견산업이나 동물권보다 중대한 문제를 품고 있다. 개인이 어떤 고기를 먹을지를 법으로 통제한다는 발상 자체가 핵심적 자유를 침해한다는 문제다. 개를 키우거나 먹지 않는 사람들까지 개 식용 금지법에 우려를 표하는 것은 무엇을 먹을지 결정할 자유가 본질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의 말로 알려진 격언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의 말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우겠다'는 다음과 같이 응용될 수 있다. '당신이 개를 먹는 것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먹는 것을 선택할 자유는 그보다 중요하다.'
해당 칼럼의 필자는 법학 교수 출신의 지식인으로 자유권의 중대한 함의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현행법이 개 식용을 금지한다는 틀린 주장을 내세워 문제 제기 자체를 조롱하는 것은 지식인답지 않다.
[김형주 오피니언부 kim.hyungju@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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