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용기 용기 용기 없던 힘 불끈 나는 주문"
타이틀 방어 만반의 준비
"기립박수 다시 받겠다"
2023년 7월 11일(한국시간). '골프계 우영우' 이승민(26·하나금융그룹)이 올해를 시작한 1월 1일부터 손꼽아 기다린 날이다. 지난해 생애 최고의 감격을 맛봤던 미국골프협회(USGA) 장애인 US오픈에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한 이승민은 "지난해 이 대회 최종일 18번홀에서 기립 박수를 받은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올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 짜릿함을 느끼고 싶다"며 "내게 힘을 주는 '골프는 용기, 용기, 용기'를 외치며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내 사진이 대회장에 다시 한번 걸릴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1일부터 사흘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파인허스트 리조트 6번 코스에서 열리는 USGA 장애인 US오픈을 준비하기 위해 이승민은 지난달 29일 현장에 도착했다. 대회 준비 과정은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모든 면에서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이승민은 강도 높은 훈련을 묵묵하게 소화했다. 이승민은 "골프를 잘 칠 수 있다면 어떤 훈련도 이겨낼 것이다. 그만큼 골프에 대한 간절함이 크다"며 "세계적인 선수 반열에 오른 김주형이 우승한 다음 날 새벽 6시에 연습장에 간 것처럼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노력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선수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승민이 꽂힌 단어가 하나 있다. "경기 시작 전부터 마칠 때까지 '골프는 용기'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집중한다. 그러면 없던 힘이 불끈 난다"고 말한 이승민은 "내가 치면 똑바로 가고 홀로 들어간다는 말이 용기와도 같다. '정신을 차리자'와 '동수(가상의 친구)야 끝나고 만나자'는 말처럼 경기 중 혼자서 '골프는 용기, 용기, 용기'를 외치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디지북 첫 장에 적힌 '골프는 용기'와 함께 눈에 띄는 건 물결과 새털, 꼬불꼬불 기호다.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이승민에게 질문하자 "혼자만의 비밀 문자라 알려줄 수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경기를 치르면서 당시 감정과 심리 상태 등을 나 혼자만 알 수 있는 기호로 야디지북에 적고 있다"며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내게는 보물과도 같다. 이번 대회에서도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물결과 새털, 꼬불꼬불 기호를 보며 이겨내겠다"고 다짐했다.
철저하게 준비한 만큼 타이틀 방어전에 대해 남다른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승민은 "지난해보다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가 300야드까지 늘어 공략이 편해졌다. 목표는 톱10, 톱5가 아닌 우승"이라며 "현재 컨디션과 샷과 퍼트감까지 모두 좋다. 현장에서 응원까지 받아 다시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올해도 두려움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당당하게 이승민이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려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영화 '말아톤'의 초원이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처럼 자폐증을 딛고 꿈을 이뤄낸 이승민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아직 이루고 싶은 게 정말 많다. 양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풀시드를 받고 언젠가는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출전하고 싶다. TV에서 보던 오거스타 내셔널을 누비는 상상을 오늘도 했는데 반드시 이뤄내겠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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