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한 정의당원들과 손 잡은 천호선 "양당 독점체제는 惡"
정의당을 탈당한 당직자들과 함께 신당을 추진하기로 한 천호선 노무현재단 이사가 10일 "양당 독점체제는 분명한 악"이라고 주장했다.
천 이사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 정치의 새판을 모색하는 정당 개혁 대토론회'에 참석해 "현재 선거제도와 정당제는 새로운 제도를 봉쇄하고 있다. 양당은 지지도 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가져가고 군소 정당은 훨씬 적은 표를 가지고 오게 하는 제도"라며 이같이 밝혔다.
천 이사는 "정치의 총체적인 수준이 떨어졌다"며 "1차적인 책임은 현 정부에 있지만 나머지 세 원내정당 모두 남의 핑계만 댈 수 있을 정도로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의 경우 두 당 모두 여러 차례 혁신 시도를 했었지만 결국 좌절돼왔다"며 "퇴행의 근본에는 스스로 혁신하지 않아도 기본을 유지할 수 있고 생산적인 경쟁을 하지 않아도 과반을 얻을 수 있는 선거제와 정당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천 이사는 "작은 정당은 큰 정당을 반대하는 데서나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자존감 낮은 정치에 머물고 있다"며 "이제 다른 비전과 능력을 보여주는 정치세력이 등장하고 도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무현은 '나는 지금도 여전히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 권력을 한 번 잡는 것 보다 훨씬 큰 정치 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고 말했고, 노회찬은 '국민을 위한 선거제 개혁이 이뤄진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겠다'고 말했다"며 "어떤 정치세력이건 국민에게 평가받을 기회가 부여돼야 하며 지지받는 만큼 의석이 배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천 이사 외 하상응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상균 열린민주당 대표와 최근 정의당을 탈당한 정호진 전 정의당 수석대변인 등이 참여했다.
토론회에서는 다당제가 성공하기 위해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용 의원은 "정치가 시대적 과제를 도외시하고 있는 시국에서 선거제도 개혁이 시급하다"며 "국민 스스로가 지역구 중심 선거제도로 유지돼 온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대표성·비례성·다원성이라는 원칙에 입각한 선거제 개혁을 요구하는 게 공동조사결과로 드러났다"고 했다.
김 대표는 "병립형 비례대표로의 회귀를 반대하며 지역구 국회의원과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2대1 수준으로 조정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비례배분 최소조건인 득표율 3%의 봉쇄조항을 1%로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선거구제는 현행 양당독점제와 지역주의를 강화할 위험성이 있고 대선거구제는 선거구 과대화로 유권자 정보와 판단의 한계가 발생할 수 있어 논의 자체를 반대한다"고 했다.
정당 구성 조건을 완화하도록 정당법을 개정하면 새로운 정치 세력이 등장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하 교수는 "다당제를 가능하게 하려면 비례의원 비율을 확대, 지역구 중대선거구제를 도입, 완전연동형 선거제도 등이 요구되지만 현재 선거제 개편 진도를 볼 때 구현하기 힘들다"면서 "'선거법'이 아닌 '정당법'의 개편을 통해 실질적인 다당제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하 교수는 "현재 정당법이 정당 설립을 어렵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등록된 정당의 수는 많고 당원의 수도 상당한 것이 현실"이라며 "제3정당을 지역정당을 통해 구현할 가능성을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한다. 지역 현안에 관심을 갖는 정치인을 육성해 궁극적으로 지역소멸에 대응할 정치적 선택을 원활히 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지난 7일 새로운 시민참여 진보정당을 재건하겠다며 정의당을 탈당한 위선희 전 정의당 대변인과 당직자들이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총선부터 대선까지 심상정 의원을 비롯해 당의 주요 정치인들이 세 번째 권력과 같은 이들의 목소리를 키우고 방조했다"며 "정의당을 대체하는 제1진보정당, 대표 진보정당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 '새로운 시민참여 진보정당 제안모임'으로 활동을 이어가며 7월 말 신당 창당 구상을 밝힐 계획이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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