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문제도 많더라”…노사 부조리 신고 1000건 들여다보니
노조 횡령·채용 비리 등도 다수
현실은 다르다. 노조도 근로자나 다른 노조의 노동3권을 침해한다. 복수노조 상황에서 다수 노조 지위를 확보·유지하기 위해 노조원 가입이나 탈퇴를 강요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 한 노조 지부장은 버스기사로 일하는 40대 직원에게 “노조 안하면 죽인다”라거나 “지부장 3년 동안 죽인다”라는 등의 협박을 하다 재판에 넘겨졌다.
이 지부장은 해당 직원을 노조에 강제로 가입시키려다 법적 처벌을 받게 됐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문경훈 판사는 그에게 벌금 40만원을 선고했다.
노조의 부당노동행위 유형은 가입·탈퇴 강요에 그치지 않는다. 다수 노조가 소수 노조의 정상적인 조합 활동을 방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다른 노조의 요구에도 교섭권을 가진 다수 노조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교섭을 거부하기도 한다.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부당노동행위도 끊이지 않는다. 건설노조 간부들이 건설업체를 상대로 노조 전임비를 요구해 900만원을 빼앗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고 노조 소속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월례비가 적다는 이유로 작업을 거부하고 정상적 조업을 방해한 사례도 공분을 샀다.
고용노동부는 올 1월부터 5월까지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를 운영한 결과 100일간 총 973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가 밝힌 신고·처리 사례 중에는 노조 간부들의 조합비 횡령·유용 사례도 눈에 띈다. 실제 노조 지부장이 조합비 5억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노조원을 부당하게 제명하거나 쟁의행위가 없는데도 쟁의기금 등 6000만원을 유용한 사례가 접수되기도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월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부당노동행위 지도‧처분을 통한 제재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나 현장에서 노동조합의 가입‧탈퇴 강요, 채용 비리 등 노동조합의 불합리한 행태도 곳곳에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부당노동행위를 규정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 잠들어 있는 상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형동 의원은 지난 4월 노조 부당노동행위를 규정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은 “일부 노동조합의 불법․부당한 관행들로 다른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의 노동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노조 가입·탈퇴 강요, 소수 노조 차별 등 산업현장의 질서를 해하는 중대한 노동조합의 노동3권 침해와 사용자에 대한 불법행위를 금지해 현장 노사관계의 질서를 바로잡고자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복수노조 체제이기 때문에 노조의 노조에 대한 괴롭힘이 심심치 않게 행해지고 다른 노조의 단결권과 교섭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실제로 많이 벌어지고 있다”며 “(노조 부당노동행위 규정이) 노조 간의 공정한 경쟁과 룰에 기초한 관계 정립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현행처럼 부당노동행위를 형사처벌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미국·호주도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정하고 있지만 구제 신청이나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뿐 형사처벌 조항은 아니다”라며 “부당노동행위를 범한 노조를 형사처벌하면 노조의 자율권, 단결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부당노동행위를 형사처벌하는 조항을 걷어낸 다음 법 개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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