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응용 D램'시장서 두각···"애플과 완벽한 파트너십"

강해령 기자 2023. 7. 10. 17: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전프로에 SK하이닉스칩 탑재]
스마트폰 D램보다 입출구수 8배
데이터 이동속도 2배 가까이 빨라
MR 적합한 특수 D램 합격점 받아
HBM도 세계시장 50% 이상 점유
美 엔비디아와 끈끈한 협력 유지
"삼전에 기술력 안밀린다" 평가도
애플 비전프로에 탑재된 M2와 R1 프로세서. R1에 SK하이닉스의 특수 D램이 장착된다. 사진 제공=애플
[서울경제]

“새로운 컴퓨팅의 시작을 알리는 날입니다.”

올 6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애플 본사에서 야심작 ‘비전프로’를 소개하면서 한 말이다. 쿡 CEO의 발언처럼 애플이 혼합현실(MR)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내비친 각오는 비장하기까지 하다.

애플은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 ‘매킨토시’와 최초의 스마트폰 ‘아이폰’ 발명으로 세계 정보기술(IT) 패러다임을 통째로 뒤집은 회사다. 이들은 비전프로의 새로운 공간 컴퓨팅으로 세상을 한 번 더 놀라게 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애플은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 7년간 1000명 이상의 최고급 인력을 투입했다. 이들은 비전프로에 그간 노트북 PC, 스마트폰에서 쌓았던 첨단 기술 노하우를 집약했다.

비전프로 구현을 위한 고민의 흔적이 드러나는 곳은 단연 ‘반도체’다. 애플은 노트북 PC 등에 쓰였던 자체 연산장치인 M2를 비전프로에 탑재했다. 특이한 점은 ‘R1’이라는 새로운 칩도 함께 장착해 ‘듀얼칩’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R1의 핵심 포인트는 저지연성이다. 그간 MR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불만을 느꼈던 부분은 ‘디지털 멀미’ 현상이다. 주변 상황 인지→신호 연산→새로운 이미지 출력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기기 착용자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어지러움을 느낀 것이다. 애플은 R1으로 비전프로가 사람의 눈 깜빡임보다 8배 더 빠른 0.012초 안에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특유의 고급 칩 설계 기술로 사용자의 불편함을 최소화한 셈이다.

SK하이닉스는 R1을 뒷받침하는 특화 D램으로 완벽한 ‘단독’ 파트너십을 보여줬다. R1 옆에 밀착해서 필요한 연산 정보를 늦지 않게 공수하는 변형 D램으로 애플에 합격점을 받은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정보 입출구 수를 기존 모바일용 D램보다 8배 늘려 지연성을 최소화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저지연성을 위해 입출구 수를 늘린 메모리라고 해서 이러한 형태의 특수 칩을 ‘LLW(저지연성·와이드 I/O)’ D램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애플의 R1 칩과 SK하이닉스 D램이 ‘팬아웃 웨이퍼 레벨 패키지(FOWLP)’ 형태로 결합하는 것도 특징이다. 두 칩이 별도 기판 없이 결합해서 하나의 반도체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기판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칩 간 정보 전달 거리가 가깝고 생산 비용까지 절감하는 장점이 있다. 칩 간 결합은 세계 파운드리 1위인 TSMC에서 이뤄질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 D램이 생산되는 이천 캠퍼스 전경. 사진 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비전프로용 특수 D램 생산 물량은 세계 메모리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큼 거대하지 않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비전프로를 내년에 본격 출시한다고 해도 연간 최대 100만 대를 생산할 것으로 내다본다. 대당 1개의 특수 D램이 탑재된다고 가정할 경우 2Gb(기가비트) 환산 기준 연간 1000억 개의 칩이 유통되는 전체 D램 시장과 비교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다.

다만 이번 애플 단독 공급 사례는 새로운 D램 응용처를 찾은 뒤 아주 기민하게 움직이는 SK하이닉스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SK하이닉스가 새로운 D램 응용처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최근 업계의 화두가 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대표적이다. 올해 SK하이닉스는 D램을 12단으로 쌓아 용량과 정보 이동 속도를 극대화한 ‘HBM3’ 제품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이 기술로 세계 최대 그래픽처리장치(GPU) 회사이자 인공지능(AI)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미국 엔비디아와 끈끈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HBM 역시 전체 메모리 시장 매출에서 일부분을 차지하는 영역이지만 SK하이닉스는 세계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휘어잡으면서 명실상부 메모리 기술 리더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극심한 메모리반도체 불황을 겪고 있는 SK하이닉스가 HBM 매출이 증가하면서 3분기 반등을 꾀하는 등 회사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신규 시장에서 성과를 내면서 D램 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 1위 삼성전자와 2위 SK하이닉스의 기술 대결도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기술만 놓고 봤을 때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에 밀리지 않는다는 평가 또한 나온다.

강해령 기자 hr@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