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톡] 찬반 논란 '보호출산제' 논의 급물살 탈까

송연순 기자 2023. 7. 1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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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알 권리 침해" 등 쟁점… 진통예상
'유령 아동' 예방 출생통보제 내년 시행
전문가 "사회적 안전망 구축 우선돼야"
지난달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출생통보제' 도입을 등을 위한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출생통보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출생 미신고 영유아 사고 방지 입법의 또 다른 한축인 '보호출산제' 도입 논의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출생통보제는 부모가 고의로 출생신고를 누락해 '유령 아동'이 생기지 않도록 의료기관이 출생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고, 지자체가 출생신고를 하도록 하는 제도다. 보호출산제는 임신부가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하고 이렇게 낳은 아이를 국가가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국회는 지난달 30일 본회의를 열어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한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법안은 공포일로부터 1년 후 시행된다. 따라서 의료기관이 아이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는 내년 도입된다.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 등 출생신고가 안 된 영아가 살해·유기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지지부진하던 입법이 급물살을 탔다.

현행 시스템상으론 출생신고 의무는 오직 부모에게만 맡겨져 있다. 병원은 부모에게 '1개월 이내에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통보해 줄 뿐이다. 신고하지 않아도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며, 과태료는 5만 원에 불과하다.

출생통보제가 도입되면 의료기관은 산모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신생아의 성별과 출생 연·월·일·시 등을 진료기록부에 기재해야 한다. 의료기관장은 출생일로부터 14일 이내 심평원에 출생 정보를 통보하고, 심평원은 곧바로 산모의 주소지 시·읍·면장에 이를 전달해야 한다. 시·읍·면장은 출생일로부터 한 달 이내 출생신고가 되지 않으면 산모 등 신고 의무자에게 7일 이내에 출생신고를 하도록 통지하고, 이후에도 신고가 되지 않거나 신고 의무자가 확인되지 않으면 법원 허가를 받아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법안에는 의료기관에서 출생 통보를 하지 않았을 경우 처벌 조항은 별도로 명시되지 않았다.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도 의료기관에 출생을 통보하는 의무를 부여해 부모의 신고 누락이나 허위 신고를 방지하고 있다.

출생통보제 법안의 국회 통과로 정부가 보완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보호출산제 도입 논의도 속도를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출생통보제 도입 이후 신원 노출을 꺼리는 산모가 병원 밖에서 출산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익명으로 출산하면 정부가 대신 출생신고를 하는 보호출산제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을 계기로 지난 8년 사이에만 2000명이 넘는 출생 미신고 영유아가 존재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함께 알려지면서 영아 유기나 출생 미신고 '유령 아동'을 막을 제도적 장치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보호출산제 도입을 위한 특별법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익명출산제', '비밀출산제'로도 불리는 보호출산제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계속돼 왔다.

보호출산제를 찬성하는 쪽은 임신부가 신원 노출이나 양육은 원하지 않지만 출산을 원할 경우 안전한 환경에서 출산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보호출산제가 친부모에 대한 아동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임산부의 양육 포기를 부추긴다는 반대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해당 제도가 아이를 뿌리 없는 사람으로 자라게 만든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혼모단체들로 구성된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는 지난달 보호출산제와 관련한 성명에서 "모(母)의 정보를 숨기는 것이 아동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아동의 정체성에 대한 권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익명출산제가 사실상 시행되는 국가에서도 영아 살해, 아동 유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건 결코 간과해선 안 될 경험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조 1은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돼야 하며, 가능한 한 자기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해 양육받을 권리를 가진다', 제8조 1은 '당사국은 국적, 성명 및 가족관계를 포함해 법률에 의해 인정된 신분을 보존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존중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정부는 보호출산제는 이전보다 아동의 알 권리를 더 잘 보장하는 법안이라는 입장이다.

복지부가 지난달 내놓은 보호출산법안 수정 대안에 따르면, 보호출산제를 통해 태어난 사람이 성인이 되면 아동권리보장원장에게 친부모의 인적 사항 등 출생정보가 담긴 '보호출산증서' 공개를 청구할 수 있다. 친부모가 정보 공개에 동의하지 않으면 인적 사항을 제외한 정보만 공개되지만, 의료상 목적 등 사유가 있을 경우엔 전부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베이비박스는 익명으로 아동을 인도하다 보니 아동의 알 권리가 보장되지 않았다"며 "보호출산제는 국가가 아이의 출생과 관련된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여론 형성이 어느 정도 돼 있는 출생통보제와 달리 보호출산제는 상대적으로 '뜨거운 감자'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산모가 익명으로 출산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아이 양육을 포기하는 손쉬운 선택을 하도록 국가가 유도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아이를 낳아서 기를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과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호 출산제를 놓고 찬반양론이 팽팽해 복지위 소위 논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보호 출산제로 태어난 아이가 나중에 엄마의 정보를 찾고 싶더라도 찾기 힘들다는 점 등이 쟁점이다. 따라서 산모와 아이의 권리를 최대한 지키면서 부작용도 최소화할 절충안을 찾는 것이 입법과정에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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