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추상화 과거와 현재가 만나다
MZ작가 김세은·유리 전시도
한국적 추상이란 무엇인가. 작고한 1세대와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추상화가 작품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 답을 찾는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이상욱(1923~1988) 탄생 100주년 기념 개인전 '더 센테너리(The Centenary)'와 나란히 김세은 유리 작가의 2인전이 29일까지 열린다. 작년 1월 '에이도스' 전에서 학고재는 추상화가 7인전을 열며 1960년대 서구사조의 거대한 물결을 받아들이면서도 우리 정서를 녹여낸 이상욱을 소개한 바 있다.
개인전으로 재조명되는 이상욱은 함흥 출신으로 1942년 도쿄 가와바타 미술학교에서 기초 데생을 배웠으나 태평양전쟁으로 귀향했다. 광복 이후 1947년 서울에 정착했다. 부친의 뜻으로 미술을 포기하고 법학을 공부해 독자적으로 미술계에 진입한 그는 제1회 국전에서 입상하는 등 휘문고 교사로 지내며 붓을 놓지 않았다. 1992년 국립현대미술관과 1997년 일민미술관 회고전 이후 26년간 개인전이 없었다. 이번 전시는 우리 풍물과 정경을 소재로 서정적 추상을 확립한 1960년대부터 작고하기까지 작품 세계를 아울러 조명한다. 그에게 고향 상실에 대한 아픔은 창작의 원동력이었다. 전시장 입구 왼쪽 벽에 걸린 '망향76'은 푸른 원과 긴 사각이 대비된 작품이다. 고향의 거울인 달을 보며 작가는 함흥에서 헤어진 가족들을 생각하곤 했다. 붉은 해와 굽이치는 강, 구불구불한 황톳길을 단순하게 표현한 '작품 70'에서는 우리 강토를 그려낸 대가의 기량을 한껏 느낄 수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서체적 추상. '무제' '독백' '작품' 등으로 명명된 1970~1980년대 작업들은 일정한 사선으로 힘있게 뻗어나간 필선이 중첩되며 화폭을 채운다. 작가는 서체적 추상을 위해 평생 추사 김정희를 연구하며 "내 선생은 추사 김정희"라고 말하곤 했다. 작가의 장남 이홍기 씨는 "어릴 때부터 부친의 추상적 표현만 접해 그림은 추상화가 전부라 생각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두 MZ세대 작가 김세은(34)과 유리(29)는 '루시드 미스터리/ 다크 클래리티'를 주제로 전시를 꾸렸다. 김세은은 속도감을 구현한 추상회화를 선보인다.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차량에서 터널을 통과하며 마주하는 풍경을 빠르고 약동적인 붓 터치로 표현했다. '핏 스탑'은 실제 카레이싱에서 영감을 받아 그렸고, 도심의 파괴와 해체, 시간의 가속이 화폭에 녹아 있다.
유리의 인물화는 얼굴을 알아볼 수 없고, 정물화는 물건을 특정할 수 없다. 작가는 "언어의 불완전함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세상에 존재함을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명인간 같은 인물이 앉아 있는 방을 그린 '아주 느슨한 시'를 작가는 "언어 안에서 갇혀 살아야 하는 우리의 숙명을 압축해 표현했고, 내가 느낀 총체적 감정을 시(詩)라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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