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애순 안무가 作 '몸쓰다' 김지운 감독 댄스필름으로
27~30일 예술의전당 재공연도
한 남자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방에서 나와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바로 뒤를 이어 다른 남자가, 또 이번엔 여자가 같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뒤따라 나온다. 어떤 사람들은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한 공간에 모인 이들은 엉덩이를 긁거나 달리기를 하는 등 일상에서 볼 법한 사소한 움직임을 동일하게 행한다.
그러다 영상은 아무런 소품도 없는 배경으로 전환되고, 움직임은 개별화하기 시작한다. 바닥에 엎드린 사람, 가만히 서 있는 사람, 빙글빙글 도는 사람, 춤추듯 손을 휘젓는 사람 등 다양한 움직임이 산발적으로 행해진다. 한 공간에 있지만 연결점 없이 각자의 움직임에만 집중한다. 후반부에는 아예 벌집처럼 나뉜 방에서 춤을 추는 모습도 나온다. 무용수들은 무표정으로 일관하지만 정적이거나 격렬한 몸의 움직임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안애순 안무가 작품 '몸쓰다'가 영화감독 김지운의 시선이 담긴 댄스필름으로 재탄생했다. 10일 공개된 약 25분 분량의 영상은 지난해 4월 초연 당시 전석 매진을 기록한 공연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무용단 관계자는 "공연의 핵심적인 움직임과 개념을 유지하면서도, 침대·벌집·빗물 같은 배경과 소품 등 미장센이 새롭게 담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몸쓰다'는 이달 27~30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재공연으로 또다시 무대에 오른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감정과 관계가 몸을 통해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담은 작품이다. 댄스필름은 국립현대무용단 유튜브 채널이나 '댄스 온 에어' 홈페이지에서 오는 23일까지 무료 감상할 수 있다. 또 29일 오후 3시 공연에선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된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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