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위원 산식’대로라면 최저임금 9900원대…올해도 ‘답정너’인가

최저임금위원회 1차 전원회의가 열린 지난 5월2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노동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번 주 안에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결정이 다가오면서 이번에도 최근 2년간 그랬듯이 ‘공익위원 산식’을 적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기계적으로 이 산식을 적용하면 내년에도 최저임금은 시급 1만원을 넘지 못한다.

최저임금위는 11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12차 전원회의를 열고 최저임금 수준 논의를 이어간다. 이날 회의에선 노사가 이전 회의 막바지에 밀봉해 제출한 3차 수정안이 공개된다. 노사가 제시한 2차 수정안은 각각 1만2000원, 9700원으로 간극이 2300원이나 된다. 3차 수정안에서 격차가 다소 줄더라도 노사가 협상을 통해 단일안을 도출해낼 가능성은 낮다.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은 노사가 타협하지 못하면 12차 전원회의에서 예년처럼 심의촉진구간(중재안)을 제시하고, 13일 13차 전원회의에서 촉진구간 중 특정액수(단일안)를 두고 표결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위는 13일 자정까지도 심의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차수를 바꿔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최근 2년간 표결을 통과한 단일안은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산식(경제성장률+소비자물가상승률-취업자증가율)’으로 정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 5.0%는 ‘경제성장률 전망치(2.7%)+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4.5%)-취업자증가율 전망치(2.2%)’를 계산해 나왔다. 각 수치는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 주요 기관의 경제전망치를 평균했다.

내년 최저임금을 공익위원 산식으로 계산해보면 1만원이 되지 않는다. 기재부는 지난 4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성장률을 1.4%, 소비자물가상승률을 3.3%, 취업자증가율을 1.1%로 전망했다. 이 수치를 산식에 넣어 계산하면 최저임금 인상률은 3.6%로, 내년 최저임금은 약 9966원이다.

공익위원 산식의 취지는 1인당 평균 노동생산성에 따라 최하층 노동자 임금을 정하는 것이라 시장실패 교정, 분배 개선 등 최저임금제 목적과 맞지 않는다. 아울러 산식으로 최저임금을 기계적으로 정하면 사회적 교섭이 무력화된다.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생계비, 유사 노동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 4가지를 제시하는데 산식에는 소득분배율 지표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의 60%를 넘은 만큼 소득분배 목표는 달성됐다고 본다.

소득분배율 지표를 반영하지 않은 지난 2년간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하락 추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25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 기준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2020년 65.9%, 2021년 64.9%, 2022년 63.7%다.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기준으로 하면 2020년 64.6%, 2021년 63.9%를 거쳐 2022년 58.6%로 떨어졌다. 노동계는 경제활동인구부가조사 통계의 신뢰도가 낮을뿐더러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만큼 소득분배지표 등을 활용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