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영유아검진 연속으로 안 받은 '학대 의심 아동' 17만명
국가에서 아동의 발달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무료로 시행하는 영유아 건강검진을 신생아 검진 후 3회 연속으로 검진을 받지 않거나 1회 검진 후 2회 연속 검진을 받지 않아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장기 미검진 영유아가 17만명을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출생 미신고 신생아가 2236명에 달하는 등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영유아 건강검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아동학대의 간접 근거로도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가 영유아 건강검진 관련 통계를 적극적으로 활용, 아동학대 방지에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영유아 건강검진 수검 대상(생후 71개월까지) 246만7721건 중 검진을 받지 않은 경우는 전체의 13%인 31만8274건이었다.
생후 14~35일에 처음 시행하는 신생아 건강검진은 대상인원 21만1923건 중 전체의 52%에 이르는 11만71건이 미검 회수였다. 생후 4~6개월에는 26만3838건 중 10%인 2만7488건이 미검 회수다. 이밖에도 생후 9~12개월엔 1만5086건, 18~24개월엔 1만4561건, 30~36개월엔 2만138건, 42~48개월엔 3만1502건의 영유아 미검진이 발생했다. 54~60개월과 66~71개월 영유아 건강검진의 미검 인원은 각각 4만8462건, 5만966건으로 전체의 13%씩이었다.
장기간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지 않은 아동은 2021년 기준 23만3213명, 지난해 기준 17만185명에 달했다. 올해는 이달 현재 기준 누적 16만3053명이다. 신생아 검진 이후 4~6개월, 9~12개월, 18~24개월까지 3회 연속으로 영유아 건강검진을 모두 받지 않은 경우와 1회의 영유아 검진을 받은 이후 2회 연속 검진을 받지 않은 경우를 합한 수치다.
영유아 건강검진 수검률은 아동학대와 연관이 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학대 피해 사망 아동의 영유아 건강검진 실시 현황'에 따르면 2018~2020년 학대로 사망한 아동의 영유아 건강검진 평균 수검률이 54.8%로 건강보험 가입자 전체에 속하는 일반아동 평균 수검률 78.1% 대비 23.3%포인트 낮았다. 특히 생후 14~35일과 4~6개월에 받는 1차와 2차 영유아 건강검진 수검률은 각각 47.6%, 44.9%로 건강보험 전체 가입자 가정 내 일반아동의 수검률 85.2%, 83.7%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정부는 2018년부터 영유아 건강검진 데이터 일부를 아동학대 방지 시스템에 활용하고 있다. 4~6개월부터 18~24개월까지 3회 연속으로 영유아 검진을 받지 않거나 1회 검진 이후 2회 연속 검진을 받지 않는 경우 건보공단이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운영하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으로 해당 아동의 데이터를 넘긴다. 사회보장정보원은 이 데이터 외에도 의료기관 미진료, 유치원 장기결석 등 44종의 변수를 적용한 뒤 연간 10만명(회차별로 2만5000명, 총 4회차)의 위기아동을 발굴해 지자체를 통해 방문 조사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영유아 검진 미검 아동을 전수 조사하지는 않고 있다.
이에 아동학대 방지를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영유아 검진 데이터를 활용하고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영아의 경우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아동관리보장원 관계자는 "영유아 검진을 제대로 받지 않는 경우 당연히 정부에서 방문해 아이를 확인해야 한다"며 "특히 어린이집, 유치원도 다니지 않는 영아의 경우 장기 영유아 미수검자라면 모든 가정을 다 방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아동학대 의심 신고 접수는 5만3932건, 아동학대 피해 건수는 3만7605건으로 집계됐다. 아동학대 건수는 2019년 3만45건 대비 25% 증가한 수준이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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