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회장님 호출” 갑질 파출소장 징계 안 받고···되레 피해 부하직원 감찰

이홍근 기자 2023. 7. 1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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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경고’ 그친 파출소장
‘피해자 근태 불량’ 진술서
다른 직원들에 수차례 요구
A소장이 C씨에게 보낸 메시지.

여성인 부하 경관에게 승진에 도움된다며 사적 자리에 참석을 강요한 파출소장이 ‘직권경고’ 처분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직권경고는 징계사유에 이르지 않는 경미한 사안에 주어지는 가벼운 처분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지 않는다. 이 소장은 서울경찰청에서 징계 수위가 논의되는 동안 파출소 직원들에게 진술서 작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1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경찰청은 최근 성동경찰서 소속 A파출소장에게 직권경고 처분을 내렸다. ‘징계사유에 이르지 아니한 경미한 사안의 경우’에 한해 경찰서장·지방경찰청장 등이 내리는 직권경고는 징계위에 회부되는 불문경고보다 낮은 수위의 처분이다.

A소장의 갑질은 지난 7일 피해자 B씨가 경찰 내부망 ‘현장활력소’에 폭로글을 올리면서 처음 알려졌다. B씨는 A소장이 지역 유지 C회장과의 사적 만남에 자신을 대동하는 등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B씨가 게시판에 올린 글에 따르면, A소장은 지난 4월19일 C회장에게 B씨를 소개한 뒤 개인적으로 연락해 회장과의 만남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소장은 B씨에게 음료수를 준비하고 C회장과 함께 사진을 찍을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C회장은 B씨를 “파출소장 비서”라 부르며 과일을 깎게 했다고 한다. A소장은 같은 달 27일에는 B씨에게 “C회장 호출이십니다. 잠깐 왔다 가셔요”라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B씨가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거절하자 A소장은 전화를 걸어 “우리 회장님이 승진시켜준대. 똑똑하게 생기셨다고 너무 칭찬을 많이 하시니까 사진만 받아서 가요. 퇴근 준비해서 와요. 그냥 왔다가 가버려”라고 했다.

A소장은 본인에 대한 감찰이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에 대해 ‘흠집내기’를 시도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또 다른 파출소 직원들에게 B씨의 근태와 근무복 미착용 등을 지적하는 내용의 진술서를 써달라고 요구하는 식이다. 한 경찰관은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소장님이 (진술서를) 써달라고 한다”며 “거짓말 안 하고 10번 이상은 들은 거 같다”고 호소했다. 다른 팀장과 팀원들에게도 진술서 작성을 요구했다고 한다. A소장은 범죄예방 목적으로 설치된 파출소 내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도 열람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경찰청은 B씨에 대한 감찰을 별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성동경찰서가 ‘갑질’ 가해자와 피해자를 제대로 분리조치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B씨는 지난 5월15일 성동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 이 같은 내용을 신고하고, 병가를 다녀올 테니 A소장과 분리해 줄 것을 요구했다. B씨가 병가를 마치고 돌아온 5월30일까지 A소장은 파출소 2층에서 근무를 이어갔다. 다만 성동경찰서는 A소장에게 “B씨의 책상이 1층에 있으니 2층 파출소장실에서 나오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런데 B씨는 A소장이 “1층에서 업무를 봐야 하니 여경 방에 들어가 있으라”라고 요구했고, 2시간가량 자신의 자리를 떠나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청문감사관실에 이 내용 등을 알리고 업무시간을 분리하거나 A소장을 다른 곳으로 전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B씨는 다시 병가를 냈다.

A소장은 B씨가 경찰 내부망 게시판에 피해를 폭로한지 반나절가량 지난 7일 오후에야 다른 보직으로 발령됐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피·가해자 분리가 다 된 상태”라며 “합당한 처분을 내린 상태”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A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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