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두색 ‘법인 번호판’ 달기 전 사자…고가 수입차 1년 전보다 30% 늘어

김상범 기자 2023. 7. 1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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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차 사적 사용 방지’ 9월 시행 앞두고
럭셔리 차량 미리 사 두려는 수요 늘어나
람보르기니 우라칸.

올 상반기 법인차로 등록된 1억5000만원 이상 수입차가 1년 전보다 30% 넘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9월 법인차 ‘연두색 번호판’ 제도 시행을 앞두고 미리 럭셔리 차량을 법인 명의로 사 두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법인차로 인기가 많은 브랜드는 람보르기니로, 올해 팔린 10대 중 9대가 법인 명의였다.

10일 경향신문이 한국수입차협회(KAIDA)의 수입차 신규등록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신규등록된 1억원 이상 수입차는 총 3만723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3%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법인차 숫자는 2만4014대(64.5%)로 지난해보다 4.7% 증가했다.

범위를 ‘1억5000만원 이상’으로 좁히면 증가율은 더욱 가팔라진다. 올해 상반기 판매된 1억5000만원 이상 수입차는 총 1만5926대로 지난해 상반기 1만1536대 대비 4390대(38.1%) 늘어났다. 이 중 법인차로 등록된 숫자는 올해 총 1만2111대(76.0%)로, 이 역시 지난해 9158대 대비 2953대(32.2%) 증가했다.

1억원 미만 수입차는 오히려 판매가 줄었다. 1억원 미만 수입차는 상반기 총 9만3386대 팔렸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의 9만6937대 대비 3.7% 줄어든 숫자다.

전체 수입차 판매량은 지난해와 올해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1억원 이상의 고가 법인차 수요가 지난해에 비해 대폭 증가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모델별로 보면 1억원 이상 수입차 중 법인차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S500 4MATIC이다. 올 상반기 1766대가 팔렸는데 그 중 1351대(76.5%)가 법인 소유다. 같은 S클래스 세단인 S580 4MATIC 모델도 법인 명의로 총 1005대 팔렸다.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P530도 상반기 판매된 1304대 가운데 896대(68.7%)가 법인차로 등록되는 등 인기를 누렸다.

특히 초고가 수입차일수록 법인 비율이 높았다. 3억원 이상 수입차는 상반기 총 925대가 팔렸으며 그 중 748대(80.9%)가 법인 명의였다. 8억원이 넘는 롤스로이스 팬텀 익스텐디드 모델은 올해 팔린 10대 중 8대가 법인차였으며, 5억원 상당의 컬리넌 모델도 85대 중 77대(90.6%)가 법인 소유로 팔렸다.

법인차 등록 비중이 제일 높은 럭셔리 브랜드는 람보르기니였다. 상반기 판매된 182대 중 166대(91.2%)가 법인차였다. 이 브랜드에서는 ‘우라칸 EVO 스파이더’ 모델이 46대 중 44대가 법인 명의로 등록되는 등 가장 인기가 많았다. 롤스로이스도 154대 중 135대(87.7%)가 법인 명의로 판매됐다.

이외에 벤틀리 ‘벤테이가 S’(1대), ‘마세라티 르반떼’(3대) 포르셰 ‘911 타르가 4’(4대) 등은 상반기 판매 물량 모두 법인 명의로 계약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억원대의 수입차를 법인 오너나 그 가족이 운용하는 ‘사적 사용’은 법인차 제도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왔다. 논란이 이어지자 정부는 법인차 전용 ‘연두색 번호판’ 제도를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시행한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중 관련 행정예고를 할 계획이다. 낙인효과를 이용해 사적 유용을 자제시킨다는 취지로,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그러나 번호판 외에는 별다른 제재가 없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새로운 번호판은 제도 시작 후 신규 등록하는 법인차에만 적용되며 기존 차량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고가 수입차의 법인 명의 등록이 늘어난 것도 연두색 번호판 시행을 앞두고 미리 이뤄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정당하게 법인차를 사용하는 사업자들에게 ‘주홍글씨’가 될 수 있으며, 오히려 부유층 특권의 상징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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