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활동하며 당당히 살고 싶어 한국행"…목숨 걸고 온 탈북민들
탈북민 여성 3명, 한국행 택한 이유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하나원서 직업훈련 등 받으며 한국사회 정착 적응
[경기 안성=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사회적인 활동을 하고 당당하게 살고 싶어 한국에 오게 됐습니다.” “인권이 보장되는 곳에서 사람처럼 살고 싶어 한국에 왔습니다.”
30대 탈북민 여성 A씨는 “사회적인 활동도 하지 못하고 당당하게 나서지도 못하던 상황에서, 안전하고 싶고 나를 지키기 위해 한국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A씨는 2014년 탈북해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는 “중국에 살면서 집과 아이가 생겼고 다시는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중국에 있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안전이 보장된 생활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가’급 국가 보안 시설인 하나원은 일반인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장소로, 하나원에 입소한 탈북민 여성 3명이 이날 기자단과 철저한 통제 하에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의 개인 신상 및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이름, 나이, 입소 시기, 고향 등은 비밀로 했다.
이들이 한국행을 택한 공통의 이유는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였다. 두만강을 통해 어렵사리 중국으로 간다 해도, 결국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운 게 탈북민들의 현실이다. 2004년 탈북한 또 다른 30대 여성 B씨는 “신분증이 없어서 병원을 가기도 힘들고 카드를 만들 수 없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한국에 올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 했다. 한국에 와보니 괜찮은 나라라는 느낌이 많이 든다”고 소감을 말했다.
비교적 최근인 2019년에 탈북한 20대 여성 C씨는 가정 형편으로 탈북을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국경지대에서 살던 C씨는 쌀을 구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밀수 등에 의존해야 했는데, 이마저도 막히면서 생계가 막막해졌다.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 국경지대로 건너갔지만, 신분을 보장받지 못하니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C씨는 “한국에 오면 신분이 생기니, 인권이 보장되는 곳에서 사람처럼 당당히 살고 싶어서 (한국에) 왔다”고 했다.
하나원에 입소한 탈북민들은 12주 동안 사회적응교육을 받는다. 이해증진·직업훈련·정서안정 및 건강증진·성평등 관점 통합교육 등 총 5가지 교육 중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은 단연 직업훈련이다. 2020년에는 아예 직업교육관을 설치, 탈북민들의 직업능력 향상과 취업역량 강화를 통해 안정적 정착과 실질적 취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곳에서 탈북민들은 제과제빵·피부미용 등을 배운다. B씨는 “내가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한국에서는) 신분이 있으니 당당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탈북민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자신들을 향한 고정관념은 물론, 언어 차이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C씨는 “탈북민이라며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북한과 남한의 언어가 어떻게 다른지 너무 궁금했는데, 하나원에서 배우며 이해했다”고 했다.
하나원은 남녀를 분리해 수용하라는 유엔의 권고에 따라 2012년에는 강원도 화천군에 제2하나원까지 열었다. 그러나 그 이후 탈북민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하나원을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0년 전후로 3000여명에 달했던 탈북민 수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 이후 2012년부터 1000명대로 줄어들면서, 급기야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부터는 급감해 지난해 67명을 기록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조심스럽게 전반적인 (탈북민 입국) 추세는 보고 있다”면서 “안성과 화천을 합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권오석 (kwon032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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