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더랜드'에 아랍권 시청자들 뿔났다…"아랍문화 왜곡"(종합)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JTBC 드라마 '킹더랜드'가 아랍 왕자라는 설정의 인물을 등장시켰다가 평점 사이트에서 아랍권 시청자들로부터 혹평받고 있다.
10일 방송가에 따르면 미국 비평 사이트 IMDB에는 지난 9일부터 '킹더랜드'에 관한 700건 이상의 시청 후기가 올랐고, 이 가운데 대부분이 10점 만점에 1점을 줬다.
지난 주말 방송된 '킹더랜드' 7∼8회는 주인공 구원(이준호 분)과 천사랑(임윤아)이 일하는 킹호텔에 VIP 고객으로 아랍 왕자 사미르가 투숙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사미르는 드라마에서 세계 부자 랭킹 13위로 호텔에 하루만 묵어도 한 달 매출이 나올 정도의 부호로 그려진다. 당초 다른 호텔에 투숙하려 했던 사미르는 안면이 있는 구원의 전화를 받고 마음을 바꿔 킹호텔에 묵기로 한다.
첫 등장 장면에서 사미르는 호화로운 술집에서 여성들에 둘러싸여 구원의 전화를 받는다. 킹호텔에 도착하고부터는 천사랑에게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지고, 이 모습에 구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바람둥이"라고 사미르를 비판한다.
해외 시청자들은 사미르가 여성에게 대놓고 추파를 보내는 바람둥이로 묘사된 점, 아랍인 왕자라는 설정의 사미르를 인도인 배우가 연기한 점 등을 지적했다. 사미르를 연기한 배우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파키스탄인 외국인 노동자 알리 압둘을 연기해 얼굴을 알린 인도 국적의 아누팜 트리파티다.
지난 8일까지 IMDB 사이트에 올라온 후기는 9건에 그쳤으나 7회가 넷플릭스에 공개된 직후인 9일부터 부정적인 후기가 쏟아졌다.
'킹더랜드'를 1점으로 평가한 한 시청자는 "이 드라마는 아랍 문화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며 "아랍인으로 등장한 인물은 심지어 아랍인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다른 시청자 역시 "우리(아랍인)는 나이트클럽에 가지 않는다"며 "아랍인으로 등장한 인물이 나오는 모든 장면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JTBC 관계자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 지역, 지명 등은 가상의 설정이며 특정 문화를 희화화하거나 왜곡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며 "제작진은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며, 시청에 불편함이 없도록 더욱 섬세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특정 장면에 인종 차별 또는 문화 비하 논란이 불거진 사례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2021년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3'는 배우 박은석이 연기한 인물 알렉스 리가 굵은 레게머리와 과한 문신을 한 모습으로 등장해 아프리카계 문화를 조롱했다는 논란이 일었고, 당시 제작진은 "특정 인종이나 문화를 희화화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같은 해 SBS '라켓소년단' 역시 배드민턴 팀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에피소드를 다루면서 인도네시아에 관한 부정적인 표현을 썼다가 제작진이 사과한 바 있다.
작년에는 MBC 드라마 '빅마우스'에서 박창호(이종석)가 흉악범을 도발하며 "네 엄마가 너 같은 사이코를 낳고 도대체 뭐 드셨냐. 똠얌꿍? 아니면 선짓국 같은 거?"라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해 태국 비하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2022)은 베트남 전쟁을 왜곡해 묘사했다는 이유로 베트남 당국의 요구에 따라 넷플릭스의 베트남 내 서비스가 중단됐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2022)이 공개되자 수리남은 자국이 마약의 온상으로 묘사된 데 유감을 표했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통해 외국 시청자들도 한국 드라마를 찾아보는 사례가 늘면서 제작자들이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K콘텐츠의 국제적인 주목도가 높아져 다른 국가나 문화권에서 민감하게 느낄 만한 표현을 하면 국제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다"며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다른 문화권과 다른 나라 사람들의 정서도 헤아리며 세심하게 콘텐츠를 제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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