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영호 통일장관 후보자 “김구, 김일성에게 완전 역이용당해”
태영호 “김구, 김일성 전략에 당한 것” 유사
조정식 “극우·뉴라이트 후보 지명 철회하라”
통일부 측 “청문회 과정에서 소상히 설명” 한국>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1948년 백범 김구 선생의 남북협상 참여에 대해 “김일성에게 완전히 역이용당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지난 4월 논란이 된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김일성이 김구 선생을 이용한 것” 발언과 유사하다. 정부가 공식 인정한 김구 선생의 통일운동 공적을 부정하는 극우적 인식의 통일부 장관 후보자 지명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향신문과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이날 확인한 2018년 출간 단행본 <한국 자유민주주의와 그 적들>에 이러한 내용이 기재돼있다. 당시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였던 김 후보자는 공동저자 5명 중 1명이었다.
김 후보자는 김구 선생의 통일운동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김구는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독립운동을 하면서 코민테른과 같은 국제공산주의와 연대하여 독립운동을 공산주의 혁명으로 전환시키려는 임시정부 내의 공산주의 세력에게 단호히 반대했다”며 “그러나 독립운동 당시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던 김구는 남북협상을 위해 북한에 들어갔다가 김일성에게 완전히 역이용당하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던 김구 선생이 통일정부 수립 방안을 논의하고자 1948년 4월 평양을 방문해 38도선 이북에서 실권을 행사하던 김일성 등 북측 인사들을 만난 남북협상을 평가절하한 것이다. 태 의원이 지난 4월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북한의 대남 전략 전술을 아는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는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한 것”이라며 “김일성은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막고 공산 정권을 세우기 위해 김구 선생을 이용한 것”이라고 한 발언과 유사하다.
이와 달리 정부는 김구 선생의 통일운동 공적을 인정하고 있다. 국가보훈부 공훈전자사료관에 게재된 김구 선생 공적을 보면 “남북한이 각각의 국가와 정부를 만드는 단계에 이르자 마지막으로 남북협상을 선택하여 1948년 4월19일 평양으로 가서 대표자회의를 가졌다”며 “최고 가치는 민족에 두고 통합·통일운동에 목숨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김구 선생은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수여 받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태 의원 발언 논란 당시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로 인정하고 있고 그 뜻을 잘 승계하기 위해 국민의힘은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 후보자는 김구 선생의 통일 노선을 “하나의 민족으로서 화해와 협력을 통해서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는 ‘김구 패턴’”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낭만적 민족주의에 바탕을 둔 ‘김구 패턴’은 남한의 햇볕정책과 북한의 민족공조론과 같은 형태로 되풀이되어 나타나면서 남북관계가 두 개의 이질적이고 적대적인 체제 사이의 실존적 대결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비판적으로 적었다. 남북관계를 적대적으로 바라보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김구 선생과 달리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대해서는 “건국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끈 지도자”라고 칭송했다. 김 후보자는 “1946년 이승만은 남한에서만이라도 단독정부를 수립해야 한다는 그 유명한 ‘정읍 발언’을 내놓았다”며 “한국 외교사에서 ‘이승만 독트린’으로 기록돼야 할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이승만의 업적을 평가할 때 여기까지는 잘했고 저기까지는 문제가 있었다는 식으로 보는 ‘공과론’은 정치를 일종의 응용도덕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잘못된 인식”이라며 “건국 과정에서 이승만의 리더십 하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입각한 대한민국이 세워지지 않았다고 한다면 한국인이 자유와 인권을 누리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후보자는 1948년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대한민국을 “건국”한 이 전 대통령의 “민주혁명” 업적을 역사교과서가 “왜곡”한 것은 “도덕론을 가장한 체제 전복적 사고”라고도 주장했다. 북한의 전체주의 체제는 개혁 가능성이 차단돼있다며 옛 소련처럼 “결국은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북한붕괴론’ 인식을 드러냈다.
조 의원은 “북한체제 파괴를 통한 흡수통일론을 주장한 김 후보자가 민족지도자인 김구 선생을 폄훼한 사실까지 드러났다”며 “대화와 교류를 통해 평화적 통일을 모색해야 하는 통일부 장관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극우·뉴라이트 사상에 빠져있는 김 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통일부 측은 김구 선생과 이승만 전 대통령 관련 김 후보자 입장이 저서 내용과 같은지 묻는 기자 질의에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소상히 설명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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