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기승전 괴담’ 공격엔 이유가 있다?

구민주 기자 2023. 7. 1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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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오염수‧고속도로 관련 “민주당發 괴담이 우리 사회 망쳐”
지지층 결집‧중도층 부동 효과 있지만…“신뢰 잃고 피로감 높여”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6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최고위원회 회의를 하고 있다. 회의실 배경막에 '괴담정치 이제 그만 멈추십시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최근 국민의힘 메시지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단연 '괴담'이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한 더불어민주당의 비판을 '괴담'으로 규정하며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연일 가짜뉴스를 내세워 국민을 '선동'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여권에 유리하지 않은 국면을 '진영 간 대립'으로 전환해 여론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여당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둘러싼 김건희 여사 일가의 특혜 의혹이 불거진 직후 이를 빠르게 야당발(發) '괴담'으로 규정했다. 지난 6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를 선언하며 "민주당의 허위 선동 프레임이 작동하는 동안 국력을 낭비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9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을 겨냥해 "대통령 부인을 겨냥한 정치공세가 집착증 수준을 넘었다"며 "(민주당이 유포하는) 괴담이 우리 사회를 망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사업 중단과 그로 인한 양평군민들의 피해의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둘러싸고도 '과학 대 괴담' 프레임을 내세워 민주당을 비판했다. 특히 지난 4일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하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가 발표된 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여당은 과거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광우병 사태를 함께 묶어 언급하며 야당의 선동이 '습관'이라는 입장이다. 김기현 대표는 "괴담으로 재미를 톡톡히 봤던 민주당"이라며 "달콤한 괴담 마약에 중독된 나머지 또다시 괴담 장사로 재미를 보려고 후쿠시마 괴담에 이어 양평 고속도로 괴담까지 제조해 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권의 이러한 주장에 민주당은 '적반하장'이라는 입장이다. 한 마디로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것"이란 주장이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무엇이 괴담이고 무엇이 가짜뉴스냐"며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이 거기 있는 것이 괴담인가, 윤석열 정부에서 고속도로 종점 계획이 갑자기 변경된 게 가짜뉴스냐"고 따졌다.

"해명 패스하고 '야당 탓' 전략, 한계 뚜렷"

여권의 연이은 '괴담 공세' 배경엔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적 판단이 깔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오염수 방류‧고속도로 모두 정부‧여당에 유리하지 않은 이슈인 만큼, 이를 진영 싸움으로 만든 후 반(反)민주당 정서를 강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기존 지지층 결집을 도모할뿐더러 중도층이 민주당으로 향하는 현상도 막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러한 전략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국민 다수가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는데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그다지 떨어지지 않았다. 민주당 또한 이로 인해 지지율 상승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한 원내 관계자는 10일 통화에서 "다른 요소들도 작용했겠지만, 장외로 나가 무조건 반대만 외치는 거대 민주당에 민심이 동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여권의 전략은 분명한 한계에 봉착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불거진 의혹에 대한 기본적인 해명 과정조차 패스하고 '야당 탓'만 해선 신뢰와 설득력이 날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야당의 선동이 있다 한들, 오염수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큰 것도 팩트, 고속도로 노선 일대에 김건희 일가 땅이 있는 것도 팩트 아닌가"라며 "그럼 이 부분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설득을 우선하는 게 맞지, 무조건 야당의 괴담 탓이라고 몰아붙이는 건 공감을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원희룡 장관처럼 정부‧여당이 감정적으로 '욱'하는 대응만 반복한다면, 내년 총선에서도 아주 전통적 지지층 결집만 가능할 뿐, 중도 확장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한 원외 인사도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이 아직은 낮은 편이란 걸 잊어선 안 된다"며 "의혹이 있다면 소상히 설명하고 야당의 과도한 공격이 있다면 세련되게 대응하면 되는데, 지금은 방식이 다소 거칠고 감정적이다. 이러한 모습은 중도층에 소구력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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