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항의에도 굴하지 않는 깡, 1루 주자 향해 ‘까꿍~’ 반복···KIA에 엄청 기 센 투수가 왔다[스경x이슈]
2009년 제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 투수 봉중근은 일본전에 선발 등판해 당시 일본의 대스타 스즈키 이치로의 발을 꽁꽁 묶었다. 이치로가 리드만 떼도 마치 꿀밤을 쥐어박는 것 같은 페이크 견제 동작으로 압박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지난 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KIA전에서는 KIA 새 외국인 투수 마리오 산체스(29)의 특이한 페이크 견제 동작이 6회말 그라운드를 장악했다. 2사후 김상수에게 우전안타를 맞고 출루시키자 산체스는 주자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페이크 견제 동작을 했다가 그냥 투구를 하기도 하고, 페이크 없이 바로 1루로 견제를 하기도 했다. 매구마다 1루를 돌아보면서도 페이크 견제 동작을 불규칙하게 섞으니 주자는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고 움직이기가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산체스의 페이크 견제 동작은 매우 독특하다. 조심해야 할 주자가 나가자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매구마다 1루를 의식한다. 갑자기 무릎을 구부리고 등을 휙 돌려 한 번 돌아보며 ‘던져, 말아’ 하듯이 시선을 부딪힌 뒤 다시 홈쪽을 바라보는 동작은 마치 주자를 약올리는 듯하다. KBO리그에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매우 독특한 견제 동작에 장내가 술렁거렸다.
이강철 KT 감독이 볼카운트 2B-0S에서 그라운드로 나가 문의하기에 이르렀으나 심판진도 딱히 규칙상 제재할 근거를 찾지 못한 듯 경기는 진행됐다. 산체스는 이후 오히려 본격적으로 계속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총 5번의 견제를 했고 1루를 돌아보는 페이크 동작은 더 많다보니 타자 역시 타이밍 잡기가 매우 까다롭다. 당시 2볼에서 결국 삼진으로 물러난 타자 황재균은 중간에 ‘타임’을 부르기도 했고 타석에서 물러나며 산체스를 응시해 불쾌한 기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산체스는 “이 견제 동작은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같이 뛰던 동료 중 한 명이 항상 그렇게 해왔고 나도 처음에 가볍게 한 번 시도해봤는데 바로 한 번에 주자를 잡을 수 있었다. 그 뒤로 이렇게 하고 있다”며 “경기 전 전력분석을 통해 그 주자(김상수)가 빠르다고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 것”이라고 밝혔다.
산체스는 이미 앞서 한 차례 이강철 감독의 항의를 접한 뒤였다. 4회말 투구를 앞두고 이중 키킹 동작이 논란이 됐다. 투구 동작에서 왼쪽 다리를 일정하게 들어야 하는데 산체스는 다리를 든 상태에서 살짝 움직여 사실상 키킹을 두 번 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심판진은 마치 이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KT의 항의에 이를 인지한 듯 “한 번 더 그 동작이 나오면 볼로 판정하겠다”고 KIA 측에 전달했다. KT의 항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산체스는 그 뒤로는 이중 키킹을 하지 않았다. 산체스는 “키킹 동작은 항상 해오던 것이다. 대만에서도 했다. (한국에 와서) 이제 하지 말라고 한다면 안 하겠다”며 “상대 팀 항의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았다. 어쩌면 그게 오히려 (내 투구를) 달아오르게 한 요소가 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체스는 KBO리그 데뷔전에서 만원관중이 들어찬 원정경기를 치르며 상대 항의를 두 번이나 받았으나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심판이 하지 말라는 키킹 동작은 더 이상 안 하고, 별 제재가 나오지 않은 견제 동작은 고집스럽게 오히려 더 하면서 기 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깡’까지 드러내고 신고식을 치렀다.
6.1이닝 5안타 무사사구 10삼진 1실점의 호투로 KIA의 5-1 승리를 이끌었고, 투구 내용도 합격점을 받았다. KIA 서재응 투수코치는 “무엇보다 커맨드가 좋았다. 직구, 스위퍼, 체인지업, 커브 등 모든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카운트를 잡을 줄 알고 몸쪽과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활용하면서 타자와 승부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체력을 조금 우려했는데 7회말에도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았다. 앞으로 더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산체스가 등판하는 날 KIA를 만날 다른 구단들도 김상수와 황재균이 겪었던 상황을 똑같이 겪게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어쩌면 등판할 때마다 산체스는 화제의 인물이 될 수도 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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