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병원 재정난, 왜 직원에 떠넘기나”…광주 시립 1·2요양병원 잇단 파업
“시립 공공병원 의료공백 광주시가 책임져라.”
10일 오전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광주광역시 시립 제1요양병원과 제2요양병원 소속 노조원 60여명이 광주시청사 로비에서 ‘공공병원을 지켜내자’라고 적힌 피켓을 일제히 들었다. 이들은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공공병원을 민간에 위탁한 광주시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목소릴 냈다.
제1요양병원과 제2요양병원은 광주시가 민간 의료재단에 위탁을 맡겨 운영하는 공공병원이다. 제1요양병원 노조는 올해 초부터 새 수탁기관인 빛고을의료재단이 재정난을 이유로 임금을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전환하자 이에 반발해 지난달 15일부터 26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제2요양병원 노조는 제1요양병원 사태가 재현될 것을 우려하며 지난 7일부터 나흘째 파업에 나서고 있다. 노조는 광주시의 수탁기관 선정 과정에서 ‘고용과 임금 단체협약 승계를 명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제1요양병원은 전체 197명 중 노조원 40명(전체 97명)이, 제2요양병원은 67명 중 노조 57명(61명)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제1·2요양병원은 위탁 운영에 따라 모든 재원을 진료 수입 등으로 자체 부담해야 한다. 현재 제1요양병원에는 300여명, 제2요양병원에는 150여명의 환자가 입원 중이다. 병상 가동률이 각각 90%를 넘는다.
하지만 진료 수입이 인건비 등 물가 상승률을 좇아가지 못하고 있다. 제1요양병원(정신병원 포함)에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약 50억원, 제2요양병원은 29억원의 적자가 쌓였다. 기존 수탁기관들은 만성적인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모두 재계약을 포기했다.
공공병원을 운영하겠다고 나서는 수탁기관도 없는 상황이다. 제1요양병원은 올해 초 수탁기관 1곳을 겨우 선정해 운영에 들어갔지만 당장 7월 재계약이 만료되는 제2요양병원은 2차례 공모에도 지원기관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노조는 광주시가 병원 운영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제1·2요양병원에 떠밀면서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그 피해는 직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제1요양병원의 경우 새 수탁기관이 임금을 개편하면서 직원 1명당 월급이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삭감했다. 항의를 했다는 이유로 6명을 해고하기도 했다.
재정난은 노사 문제에 그치지 않고 의료 서비스 질 저하로도 이어지고 있다. 제1요양병원은 임금과 함께 근로 조건이 바뀌면서 주말에 동당 3교대로 2명씩 근무하던 간호 인력이 각 1명 등으로 축소됐다. 간호사 1명당 약 100명의 환자를 돌봐야 한다. 노조는 “환자를 제대로 보살필 수 없다 보니 병원 내 피부 질환이 창궐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김혜경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광주전남지역본부장은 “적자의 책임을 임금 삭감 등 근로 조건을 후퇴 시켜 보전하려다 보니 생기는 문제”라면서 “공공의료라는 취지에 맞게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광주시가 병원을 직접 운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광주시 직영 운영과 해고 조합원 복직, 단체 협약 승계 등 요구가 이뤄질 때까지 계속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광주시 공공병원의 직영 운영은 예산상의 이유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전국 지자체 중 일부 시군이 공공병원을 직영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광역시 단위에서는 투입되는 예산 규모가 훨씬 커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시의회 본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노사가 치열하게 협상 중인 상황이다”면서 “필수 공공의료 손실 부문 등의 지원을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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