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공 500일 맞은 젤렌스키 "크림까지 진격, 나토 가입 원해"
반격 느리지만 "주도권 쥐고 있다" 강조. 최소 크림반도까지는 진격
이후 러시아와 협상 예상. 트럼프의 '24시간 종전' 주장에 "영토 양보 없다"
美 정권 교체로 인한 지원 감축 우려. "지원에 감사"
전쟁 끝나면 나토 및 EU 가입 희망
[파이낸셜뉴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 500일을 맞아 외신 인터뷰를 진행하고 우크라의 미래에 대해 말했다. 그는 지난달부터 시작된 반격이 느리지만 성과가 있고 크림반도까지 진격하면 협상의 길이 열린다고 내다봤다.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지원이 아직 필요하다며 당장 나토에 가입하지 못하더라도 전쟁을 끝낸 이후에는 가입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6월 30일 보도에서 같은달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키이우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당시 우크라 정부는 번스에게 반격 목표를 설명했다고 알려졌다. 우크라의 목표는 러시아가 2014년에 불법으로 합병한 크림반도의 북쪽 경계까지 탈환한 뒤 장거리 무기를 배치하는 것이었다. 우크라는 크림반도를 직접 공격하지 않는 조건으로 러시아를 휴전 협상 테이블에 불러낼 계획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는 WP의 보도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우크라가 크림반도의 행정 경계에 도달하면 블라디미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본격적인 침공 이전과 달리 약화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이어 "그 결과 푸틴이 문명 세계와 대화를 모색해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내년 미 대선 출마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연설에서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24시간 안에 우크라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장담했다.
젤렌스키는 이에 대해 "트럼프는 재임 시절 이미 24시간이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며 "당시 우리는 전면전은 아니었지만 전쟁 중이었고 트럼프에게는 시간이 있었겠지만 아마 다른 급한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토 포기같은 우크라의 희생으로 전쟁을 끝낸다고 한다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역시 5분 안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젤렌스키는 내년 미 대선에서 정권 교체로 인해 지원이 줄어드는 상황을 걱정하느냐는 질문에 "선거는 미국 내정 문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우리 입장에서는 우크라 지원에 대한 미 여야의 초당적인 지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정치인들 사이에서 우크라 지원 감축과 관련한 위험한 신호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나는 내게 할 만큼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도 감사한다. 확실히 말하지만 어떤 상황이라도 도움에 감사를 전한다. 우크라인들은 과도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는 승리면 족하다"고 말했다.
현재 우크라 정부는 두툼한 러시아 방어선을 분쇄하기 위해 제공권 장악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미국 및 서방에 F-16 전투기 지원을 촉구하고 있으나 아직 받지 못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 대통령 비서실장은 ABC와 인터뷰에서 F-16이 없더라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만 더 많은 목숨이 희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결과를 보여줬다. 우리는 서방의 장비와 무기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보여줬고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그것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존 커비 전략소통조정관은 9일 ABC에 출연해 "우리는 최대한 빨리 F-16을 전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그러나 조종사를 양성해야하기 때문에 이들의 실전 투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9일 공개된 CNN 인터뷰에서 "우크라가 나토에 가입할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전쟁이 한창인 지금 나토 회원국으로 편입할지에 대해 나토 내 만장일치 의견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나토 회원국들에게 "투표를 요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민주화와 일부 다른 이슈 등 충족해야 할 다른 필요조건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바이든은 동시에 "우리는 우크라에게 나토에 가입할 자격을 갖추기 위한 합리적인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는 ABC 인터뷰에서 전쟁이 끝난 다음에라도 나토와 유럽연합(EU)에 가입하고 싶다고밝혔다. 그는 "우린 이미 세계에서 자리를 잡았다. 이제 존중을 받는 나라가 됐고, 인간의 가치, 인권, 자유, 민주주의를 위해 진정으로 싸우는 나라임을 모두가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우크라가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나토 국가들의 소중한 파트너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전쟁이 끝나면 우린 EU 회원국이 되기 위해 법적 틀에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르메크는 젤렌스키가 빌뉴스의 나토 회담에 참석하느냐는 질문에 "아직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는 일부 세력에서 젤렌스키를 과격한 배우이자 긴장을 부추기는 위험 요소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젤렌스키는 지난달 러시아에서 발생한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반란에 대해 "푸틴은 본토에 병력이 없었고 시민들을 보호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또 다른 반란의 신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젤렌스키는 동시에 벨라루스로 이동한 바그너그룹 잔당이 북쪽에서 우크라를 위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바그너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비록 반란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미 원하던 대로 정치적 거물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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