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최강욱 고발장’ 대검서 안 왔을 것… 공수처 ‘와꾸 수사’ 문제”
이른바 ‘고발 사주’ 사건의 재판에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해 “(고발장에 관해)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고발장이 대검에서 전달됐을 가능성은 낮다”고 증언했다. 고발 사주 사건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임 중이던 지난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본인과 배우자 김건희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민주당 인사들의 고발을 정치권에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김 의원을 통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의원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옥곤)의 심리로 열린 손준성 검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의원은 최강욱 등 민주당 인사가 피고발인으로 돼 있는 고발장 파일 등을 손 검사로부터 받아, 당시 미래통합당 당직자였던 조성은씨에게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씨는 김 의원으로부터 받은 고발장 텔레그램 메시지에 ‘손준성 보냄’이라는 표시가 남아있다면서 고발 사주 의혹을 제기했다.
공수처 검사가 “2020년 4월 3일 텔레그램 전달 기능을 이용해 조씨에게 (최강욱 등 관련) ‘1차 고발장’ 등을 전달한 적 있느냐”고 묻자 김 의원은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검사가 당시 김 의원과 조씨가 통화한 녹음 파일과 녹취록을 제시하자, 김 의원은 “내 목소리는 맞지만 내용은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텔레그램에 ‘손준성 보냄’이 적혀있는 것에 대해서도 “기억은 나지 않지만 (검찰로부터 받았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검에서 온 (고발장이라는) 것을 인식했다면 이후 이 문제에 더 관심을 가졌을 것”이라며 “당시 (조씨와 나눈) 통화를 들어보니 조씨가 모든 대화를 이끌어가고 있고, N번방 사건과 버닝썬 사건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고발장을 전달한 당일 조씨와 통화한 내용 중 정작 고발 사주와 관련된 부분은 적었다는 의미다.
김 의원은 조씨와의 통화 녹취록 가운데 나온 ‘우리가 어느 정도 (고발장) 초안을 잡아봤다. 이 정도면 검찰에서 알아서 수사해준다’는 자신의 말도 고발 사주의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이 당시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는 조씨에게 “예를 들면, ‘우리가 어느 정도 초안을 잡아봤다. 이 정도면 검찰에서 수사해준다’고 이렇게 하시면 돼요”라고 말을 하라고 시킨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여기서 ‘우리’는 조성은과 김웅이지, 김웅과 제보자가 아니다”며 “공수처가 의도적으로 (앞뒤) 표현을 빼놓고 썼는데, 이것은 ‘와꾸 수사(프레임을 짜놓고 수사하는 것)’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마치 고발 사주가 있었던 것처럼 보이도록 녹취록 일부를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고발장 내용과 관련된) 제보는 정치부 기자와 민주당 고위 관계자 등으로부터 복합적으로 받았다”고 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김 의원에 관한 공수처 신문조서 등에 관한 증거 능력을 인정할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312조에 따르면 공범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그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증거능력이 없게 된다. 공수처는 손 검사를 기소하며 김 의원이 공범이라고 공소장에 적시했지만, 검찰은 이를 무혐의로 보고 불기소 처분했다. 김 의원을 고발 사주 사건의 공범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조서의 증거 능력이 달라지는 상황이다. 재판부는 “조서의 증거 채택 여부에 관해 검찰과 변호인이 의견서를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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