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S] ‘먹태깡 대란’은 왜? 언제까지 계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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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편의점 6곳을 갔지만, 먹태깡을 구할 수 없었어요. 친구들이 에스엔에스(SNS)에 인증샷을 자꾸 올리니까 당장 사서 맛보고 싶은 마음이 더 드는 것 같기도 해요. 언론에 나오는 것처럼 중고마켓에서 웃돈 주고 사는 심정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서울 영등포구의 한 편의점에서 만난 대학생 이수현(가명·21)씨의 말은 최근 벌어진 ‘먹태깡 대란’의 핵심을 모두 담고 있다. 도대체 ‘먹태깡 대란’은 왜 벌어졌을까? 그리고 언제까지 계속될까?
지난달 26일 출시된 농심의 신제품 과자 먹태깡이 품귀 현상을 빚으며 ‘대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편의점 ‘오픈런’이 벌어지고, 중고마켓에선 1만원에 한 봉지를 판다는 글까지 올라오는 상황이다.
농심의 6번째 ‘깡 스낵’인 먹태깡은 1주일 만에 100만봉이 팔려나갔다. 농심 쪽은 “정식 판매 전 한 박스에 16개씩 들어있는 먹태깡을 모두 6만2500박스 생산했다”며 “사실상 100만봉이 초도물량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제과업계에서는 출시 한 달 매출(출고가 기준)이 10억원을 넘어서면 ‘히트상품’으로 불리는데, 초도물량 100만봉이 다 팔려나간 먹태깡은 1주일 만에 매출 10억원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이런 품귀 현상은 처음이 아니다. 근래에도 일반 컵라면의 8배 크기인 ‘점보 도시락’이 5월31일 출시 이후 초도물량 5만개가 완판됐다. 편의점에서 구할 수 없게 되자 중고마켓에선 정가의 2배가 넘는 2만원에 판매가 되기도 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지에스(GS)25는 “한정 기획상품에서 상시 운영상품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먹태깡 돌풍의 원인은 여름철이라는 계절적 특수성에 기인한다. 33~35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 탓에 맥주 수요가 높은데, 맥주 안주의 대명사인 먹태를 접목한 점이 통한 셈이다. 농심 관계자는 “맥주에 가볍게 곁들이는 스낵 안주류에다 청양마요맛이 나는 먹태를 얹은 것이 인기 비결인 듯 싶다”며 “사내 공모전에서 심사를 통해 뽑힌 아이디어인 만큼 한 단계 더 검증을 거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먹태깡이 인기를 끌면서 초반 물량이 달리면서 편의점 등 일부 판매 채널에서 이 상품의 발주 물량을 제한한 것이 ‘인기’를 부채질한 것이다. 지난주 한 편의점 본사가 먹태깡 발주를 받으며 수량을 ‘4봉지’로 한정한 것이 그 예다. 한 마디로 구하기 힘든 제품을 구한 소비자들의 시식은 ‘희귀성’이라는 아이템을 얻는다. 한정된 상품을 더 갖고 싶어하는 구매 욕구에다가 유행에 민감한 엠제트(MZ) 세대의 특성, 인스타그램·유튜브 등 에스엔에스의 입소문,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이 어우러져 품귀 현상이 커진다는 것이다. 한 제과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을 순례하듯 다니며 경험담을 올리거나 먹방을 찍는 등 에스엔에스 바이럴이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유행에 합류하는 모습을 드러내고자 하는 엠제트 세대의 성향에 언론의 집중 보도가 기름을 부으면서 과수요가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식품·제과업계에서는 일부러 제한된 물량을 판매해 구하기 힘들수록 더욱더 갖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이른바 ‘헝거 마케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농심 관계자는 “과자의 경우, 종류별로 생산라인이 제각각이라 아무리 인기가 높아도 생산물량을 한꺼번에 늘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부산, 구미, 아산, 양산 등에 공장이 있지만, 부산에서 생산되는 다른 스낵 생산 물량을 다른 공장으로 옮기고 부산에서 먹태깡을 집중 생산하겠다는 계획도 8월이 돼서야 가능한 게 바로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런 품귀 현상이 지속적인 인기로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다. 지난해 편의점 출시 초반에 ‘오픈런’까지 불렀던 박재범의 원소주는 몇 달 뒤 공급이 늘면서 본사가 점주들에게 물량을 떠넘기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바 있다. 출시때 인기가 상품의 롱런을 보장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실제로 과자의 경우에도 판매량 상위권은 대부분 ‘스테디셀러’가 차지한다. 식품산업통계정보를 보면,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과자 1위는 농심 새우깡(575억8200만원), 2위는 오리온 초코파이(404억7천만원), 3위는 해태 홈런볼(403억1500만원), 4위는 오리온 포카칩(381억4500만원), 5위는 롯데 꼬깔콘(378억6200만원) 등이었다.
제과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꼬북칩(10위)이나 허니버터칩(14위) 정도가 초반 인기를 등에 업고 인기상품으로 안착한 상품”이라며 “최소한 6개월 이상 판매 추이를 봐야 한다. 아마 먹태깡도 과수요가 잦아드는 8월 이후엔 구하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중고마켓에서 웃돈을 주고 구매하는 사람은 초반 희소성 마케팅의 희생자인 셈”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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