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실질금리 2009년 이후 최고···증시 좋은 시절 끝?
12일 미 소비자물가 발표에 촉각
미국 실질금리가 2009년 이후 최고점을 찍으면서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의 투자 수요가 더 위축될 것 이란 전망이 나왔다. ‘주식 외에는 대안이 없다’, 일명 티나(TINA·There is no alternative) 시대의 종말이다.
실질금리는 인플레이션 조정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을 의미한다. 실질금리가 오르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을 보유하려는 심리가 낮아지고, 실질금리가 낮아지면 주가가 상승한다. 실질금리는 10년물 국채 수익률(TIPS)로 그 값을 확인한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에 따르면 미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수익률은 지난 7일 1.82%로 올라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 민간 고용이 예상치를 두배 웃돈 결과가(전월 대비 49만7000명 증가) 나온 지 이틀만에 안전 자산 국채로 수요가 몰린 것이다. 1년간 이어진 연준의 고금리 정책에도 고용시장이 견고하게 유지되면서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도 높아졌다.
반대로 주식시장의 유동성은 급격히 빠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국채 금리가 오를수록 상대적으로 위험한 자산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미국 내 기관투자가들도 포트폴리오를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2500억 달러 자산을 굴리는 뉴욕시은퇴시스템(NYCRS) 스티븐 마이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고금리로) 투자 대상에 대한 역학 관계가 바뀌었다”며 “더이상 주식에 많이 노출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 외 대안이 없다는 일명 ‘TINA’ 시대가 종말했다고도 덧붙였다.
이자율이 치솟으면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어둡다. 지난달 30일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 때 모아둔 저축이 점차 줄어들면서 가계가 지갑을 닫는 신호가 엿보인다”며 “기업들은 경기가 침체할 가능성에 더욱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화물운송업체 페덱스는 익스프레스 사업부의 일일 패키지 볼륨이 전년보다 10% 감소했다는 수치를 발표했다. 페덱스는 통상 시장에서 소비자 경기와 주가의 선행 지표로 읽힌다.
코로나19 기간 저금리로 대출을 받은 기업들이 받게 될 고금리 역풍은 내년 하반기부터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기업 대출 규모는 줄고 있다. FT에 따르면 미국 은행의 신규 대출 및 리스 발행 규모는 올해 연평균 2790억달러에 그쳤다. 같은 기간 기준 2015~2019년 연평균 4810억달러보다 크게 감소한 수치다.
시장은 12일 발표될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주목하고 있다. CPI는 전년 동월대비 3.1%,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기 대비 5%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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