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임신부, 3900만원에 미국 원정출산…“6개월 예약 꽉 차”
미-중 전선의 회색지대 : 미국행 원정출산
케르슈틴 콜렌베르크 Kerstin Kohlenberg 시팡 양 Xifan Yang<차이트> 기자
미국의 자존감은 자국이 인류 역사상 최고의 정치·경제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에서 나온다. 이제 미국은 공산주의 진영 붕괴 이후 단 한 번도 가질 것 같지 않았던 물음을 갑작스레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다. 내가 세계 최강국이 아니라면, 대체 나는 누구인가?
이는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담당 부차관보가 현재 몰두한 물음이기도 하다. 콜비는 수년 전부터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물밑 활동 중이다. 그의 할아버지는 1970년대에 중앙정보국(CIA) 국장이었고, 콜비 자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 국방전략을 입안했다. 콜비는 현재 싱크탱크 ‘마라톤 이니셔티브’ 대표다. 그는 미국이 새로운 체제 경쟁 중이라고 바라본다.
콜비는 워싱턴의 한 카페에 앉아 있다. 그의 옆에 2022년 펴낸 저서 <거부 전략>(The Strategy of Denial)이 놓여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점차 증대하는 중국의 정치·경제적 파워에 미국이 군비 증강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정치·경제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막강해지고 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남중국해를 지배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미국보다 훨씬 큰 군함을 보유하고 있다!” 콜비에 따르면 중국은 동북아에서의 힘을 전세계에 과시하기 위해 대만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침략 명령을 내리지 않도록 하는 길은 군사적 억제 외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흑백의 세계관
중국은 연간 국방비를 7% 인상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미국 국방부 예상에 따르면 중국은 2035년에 핵탄두 1400개를 보유한다. 참고로 미국은 현재 핵탄두를 5500개 보유하고 있다. 미국 국방 예산은 중국 국방 예산의 세 배를 뛰어넘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콜비는 자국 방위비를 늘려야 한다고 본다. 콜비의 주장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미국 대통령들이 공산주의 진영을 파괴하는 전략을 구사하던 제2차 세계대전 직후로 돌아간 듯하다.
워싱턴에서 1만2천㎞ 떨어진 중국 상하이의 엘리트 교육기관인 푸단대학에서 중국의 엘브리지 콜비에 해당하는 남성이 강의하고 있다. 선이 는 푸단대학의 정치학 교수다. 중국의 동영상 사이트 빌리빌리 구독자만 200만 명이 넘는 선이 교수는 영상에서 테디베어 티셔츠나 컬러풀한 집업후드 차림으로 미국을 향해 격정적인 감정을 쏟아놓기 일쑤다.
선이 교수의 눈에 비친 미국은 통제에 집착하는 패권국에 불과하다. 자유와 민주주의 등의 개념은 서구가 우월적 위치를 지키기 위한 껍데기에 불과하다. <차이트>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그는 미국이 독일의 베를린장벽 붕괴 뒤에도 냉전 논리를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선이 교수는 자신이 그렇게도 비판하는 미국을 이미 충분히 겪어본 터다. 그는 2008년 워싱턴 조지타운대학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연구활동을 했고,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미국에서 열리는 학술회의에 참여했다. 미국에서의 삶은 “중국에서보다 더 발전했지만, 아주 많이 발전하지는 않았다.” 5년 전부터 미국 입국이 금지된 그는 미국 체류 경험과 관련해 더 이상의 언급을 꺼렸다. 선이 교수의 마지막 미국 방문길에 연방수사국(FBI) 관계자 두 명이 그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그가 중국 정보국을 위해 첩보활동을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가 상하이로 귀국하자, 미국 영사관은 그의 10년 유효 비자를 즉각 취소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국제법을 위반하고, 대만해협에서 군사훈련으로 전쟁 위협을 고조하며 침략자 푸틴에게 힘을 보태주는 것에 대해 선이 교수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이런 일방적인 질문에 답하느라 자신의 시간을 허비할 생각이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역대 최악인 것에 중국은 얼마나 책임을 갖고 있을까? “전혀 없다.” 선이 교수는 서구가 선전하는 ‘무역을 통한 변화’라는 원칙은 애초 중국 일당 체제에 노골적인 선전포고라고 규정한다. 중국과의 어떤 접촉도 결국 중국의 정권교체를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누구를 위협하는 것인지 선이 교수는 되묻는다.
워싱턴의 엘브리지 콜비, 상하이의 선이 교수와 대화를 나누다보면 점점 소리가 커지는 메아리를 듣는 듯하다. 둘 다 양국이 향후 다시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제일 좋다고 말한다. 그러나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 하청업체와 협력하는 미국 애플은 이미 스마트폰과 노트북 생산 일부를 베트남과 인도로 이전했다. 그런데 블룸버그 산하 시장조사 전문기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 생산량의 10%를 줄이는 데만 최소 8년이 걸린다고 한다.
엘브리지 콜비와 선이 교수가 바라보는 세상은 단순명확하다. 선악과 흑백으로 구분되며 중간의 회색지대란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 권위주의 체제에서 자신의 행운을 찾으려 미국의 자유를 떠난 닐 자오 같은 사람은 콜비의 사고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선이 교수의 주장대로 현실이 정말 그러하다면 인구 31만 명의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있는 원더랜드(Wonderland)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주거시설에 중국 임산부들이 기거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수선화와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고 잔디가 깨끗하게 관리된 정원에, 베이지색으로 페인트칠한 2층 단독주택이 원더랜드다. 출입문에는 우편함 여러 개가 가지런하게 배열됐고, 주차장 문 위에는 농구대가 달렸다. 이곳에 <차이트> 취재진이 만날 에이미 황(36·가명)이 산다.
에이미 황은 스포츠 레깅스와 크록스 샌들 차림이다. 그는 “내가 미국에 간다고 하니 어머니가 처음 떠올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게도, 미국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총격 사건과 테러였다”며 웃는다. <차이트> 취재진에게 집에 들어오라는 말을 못해 미안하다며, 지금 기거 중인 중국에서 온 두 임산부 중 한 명이 고위공무원으로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꺼린다고 했다.
그렇게 에이미 황과 야외에서 인터뷰했다. 황은 공원 벤치에 앉아 자신이 2019년 이른바 ‘원정출산 관광객’으로 캘리포니아에 온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의 계획은 미국에서 출산해 아기에게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황은 출산 직후 남편과 함께 아예 미국으로 이민했고, 현재 로스앤젤레스에서 중국 임산부에게 출산과 함께 신생아에게 미국 여권 발급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의 사업은 날로 번창하고 있다.
황은 자기 집에 항상 중국인 임산부 세 명을 동시에 받고 있다. 향후 6개월간 예약이 차 있다. 부유한 중국 해안지방 출신의 공무원 ‘고객’은 현재 임신 7개월로, 일주일 전 로스앤젤레스공항에서 픽업해왔다. 입국 과정은 순조로웠다. 여권 검사대에서 질문은 전혀 없었고, 입국 검사 직원이 했던 유일한 말은 입국 도장을 찍어주면서 했던 ‘미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였다.
황은 앞으로 며칠 동안 중국 임산부들의 출산 클리닉 검사 일정에 동행할 것이다. 그리고 임산부들의 아기용품 쇼핑과 라구나비치 방문도 일정에 들어 있다. 황은 자신은 물론이고 중국 임산부들이 불법행위를 일절 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출산 목적의 미국 입국은 불법이 아니다. 관광비자와 더불어 경제적 (취업) 이유로 이민 왔다는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개인 계좌에 돈만 충분히 들어 있으면 된다. 미국 헌법 제14조에 따르면, 미국에서 출생한 모든 사람은 미국 시민으로 인정된다.
위험 무릅쓰고 국경 넘는 중국인
황은 석 달간 숙식, 조산원, 병원, 관청 동행에 1인당 3만달러(약 3900만원)를 받고 있다. 어바인에는 중국 임산부의 출산 지원 시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업계 종사자는 대부분 중국 출신으로, 중국 임산부들이 여기서 소통 문제로 고생할 일은 거의 없다.
자녀에게 미국 여권을 주려는 이유는 다양하다. 미국에서 더 많은 부를 쌓을 것이라는 기대, 미국 대학 입학, 혹은 미국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해 억압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 등. 쉽게 말하자면 중국 임산부들은 자녀에게 정글 같은 험난한 삶을 주고 싶지 않아서다.
이런 정글은 콜롬비아와 파나마 사이의 다리엔갭에도 있다. 다리엔갭 은 세계에서 가장 울창한 원시림으로 손꼽힌다. 이곳에는 산과 늪, 물살이 거센 강, 범죄단과 독사가 우글거린다. 여기에 없는 것은 제대로 포장된 도로다. 매년 남미인 수만 명이 미국에 가기 위해 감수하는 위험천만한 여정에는 여러 날이 소요된다.
이 중 중국인이 점점 늘고 있다. 중국인은 일단 남미에서 유일하게 비자가 필요 없는 에콰도르로 간다. 에콰도르에서 북쪽을 향해 여정을 떠난다. (2022년 10월부터) 6개월 동안에만 미국 국경수비대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월경한 중국 국적자 6500명을 붙잡았다. 1년 전보다 15배나 늘어난 수치다. 이들의 목표는 미국에서 정치적 난민이 되는 것이다.
ⓒ Die Zeit 2023년 제21호
Supermacht gegen Supermacht
번역 김태영 위원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양평고속도로 추진 13년 내내 종점은 ‘양서면’…“두물머리 정체 탓”
- [단독] 김영호 통일장관 후보자 ‘정부 통일방안’까지 부정
- 푸틴 바그너 반란 사태 뒤 모스크바에서 프리고진 만났다
- “신규 원전 건설 검토” 띄운 윤석열 정부…새로운 갈등 뇌관 되나
- ‘과학적’이라는 IAEA 보고서의 ‘비과학적’ 설명 방식
- “고발장 저희가 만들어 보내겠다”…김웅 “내 목소리인데 기억 안 나”
- 김여정 “미정찰기 해상군사분계선 다시 침범하면 단호한 행동”
- [단독] 서울시, 전장연 보조금 3배로 부풀려 국힘에 제출했다
- 서경환 대법관 후보 “교통방해죄로 집회·시위 처벌은 기본권 제한”
- [단독] 김건희 모친 1000평 농지서 주민 옥수수 농사…위법 의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