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이상” 사망보험금 심사 강화···‘계곡 살인’ 사건 막을 수 있나?

유희곤 기자 2023. 7. 1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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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위반’ 병원 신고해도 99.7% 솜방망이 처벌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씨(왼쪽)와 조현수씨가 2022년 4월19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에서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보험 사기를 막기 위해 고액 사망보험금이 지급되는 보험 가입 심사가 강화된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전체 사망보험금이 30억원 이상인 계약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 논란이 된 ‘계곡 살인’ 사건 보험금이 8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이드라인이 너무 높아 보험심사 강화 적용 대상이 작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보험사가 의료법 위반이 의심된다며 신고한 병원은 4년간 1만건에 가까웠지만 보건당국이 과태료 처분을 하거나 수사의뢰를 한 비중은 0.3%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는 10일 보건복지부·경찰청·금융감독원·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근로복지공단·보험연구원·보험협회 등과 ‘보험조사협의회’를 열고 중복·과다보험 방지를 위한 인수 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현재 각 보험사는 고액 생명보험이나 장기보험 계약에 대해서는 타사 가입 금액, 소득, 재산 등 계약자에 대한 재산심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별로 심사 기준이 다르고 보험금이 통상 30억원인 자사 한도 이내일 때는 타사 가입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보험 인수(계약)를 하고 있어 보험 사기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앞으로는 보험사가 특정 요건에 해당하는 고위험 청약건은 특별인수심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은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르고, 사망담보금액이 전 보험사 합계 30억원 이상이고 4건 이상 가입한 보험 계약이다. 사망담보금액과 잔여기대소득·실제소득을 비교해서 납입보험료와 납부능력을 비교하는 강화된 재정심사가 적용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특별인수심사 적용 대상 보험금 규모가 과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금 합계 30억원 이상·계약 4건 이상이 피보험자는 현재 약 1만명에 그친다.

금융위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2019년 발생한 ‘계곡 살인’ 사건과 같은 중복·과다 보험 가입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계곡 살인 사건 피고인 이은해(32·구속)와 30년을 선고받은 공범 조현수(31·구속)가 노린 이은해 남편 보험금은 총 8억원이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특별인수심사 대상 보험금은 총 30억원이지만 각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하는 일반인수심사 대상은 5억원”이라면서 “30억원을 대상으로 특별인수심사를 우선 실시하고 운영 상황을 보면서 금액을 낮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험조사협의회는 이날 보험사가 의료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보건당국에 신고한 병원과 처리 현황도 논의했다. 신고 건수는 2019년 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9911건으로 집계됐다. 한의원 포함 한방병원이 2910건(29.4%)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안과 846건(8.5%), 성형외과·피부과 804건(8.1%), 치과 676건(6.8%) 순이었다.

신고 유형별로는 의료광고 위반이 6939건(70.0%), 비급여진료비용 미고지 1506건(15.2%), 환자 부당유인·알선 369건(3.7%) 등이었다.

보건당국이 1만건에 달하는 신고를 받고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수사를 의뢰한 경우는 단 32건(0.32%)이었다. 시정명령(1783건)과 행정지도(7526건)가 대부분이었다.

보험업계는 병·의원의 과잉진료와 의료법 위반이 실손보험 손실률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데도 보건당국이 의료계에 대한 관리·감독에 소홀하다는 불만이 많다. 고소·고발이나 수사 의뢰를 받은 사정당국의 수사도 다른 사건과 비교하면 더디다고 지적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환자 부당유인과 알선은 의료법 위반이 명백한 경우가 많은데도 보건당국이나 사정당국이 의료계 처벌에 매우 소극적이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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