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광고 지겨워" 이젠 '소소한 일상' SNS
거부감 느끼는 이용자 늘어
일상 기록하는 플랫폼 각광
네이버 블로그'체크인 챌린지'
LG유플러스 출시한 '베터' 등
이용자 목소리 반영해 인기
인스타그램·틱톡과 같은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틈바구니에서 '일상 기록'에 초점을 둔 플랫폼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남발되는 광고와 과도한 연결성, '보여주기식' 콘텐츠에 지친 이용자들이 소소하게 자신들의 진짜 경험과 기억을 남길 수 있는 플랫폼에 몰리면서다.
7일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 5월 네이버 블로그가 개시한 '체크인 챌린지'가 이용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체크인 챌린지는 이달 20일까지 맛집, 카페, 관광명소와 같은 국내외 장소를 첨부해 25개 게시글을 남기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제공하는 캠페인이다. 앞서 103만명에 달하는 참가자를 끌어모으며 대흥행을 거둔 '주간일기 챌린지'에 이어 이용자들의 일상 기록을 장려하기 위해 기획됐다. 네이버에 따르면 주간일기 챌린지가 진행된 지난해 약 200만개 블로그가 새롭게 생성됐다. 성장세는 연령별로 고르게 나타났다. 전년 대비 1020세대는 17%, 3040과 5060세대도 평균 10%가량 늘었다. 전체 블로그 활성 창작자 수 역시 같은 기간 약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는 앞선 챌린지로 사용자가 일상을 기록하는 루틴을 형성한 가운데 이번 체크인 챌린지를 통해 단순히 어디서 무엇을 하고 먹었는지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좀 더 심도 있는 후기를 생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 목표다. 이와 함께 엔데믹으로 국내외 여행이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여행 기록을 간편하게 콘텐츠로 남길 수 있도록 사용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 블로그는 지인과 커뮤니케이션보다 기록에 방점을 두기 때문에 긴밀한 관계가 이용 동인이 되는 다른 서비스와 달리 '느슨한 연대감'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마치 일기를 쓰듯 자신의 관심사를 기록하고 저장하기 위해 블로그를 활용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기존 콘텐츠가 독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려는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나는 요즘 하루를 이렇게 보냈다'는 식으로 본인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플랫폼 기업으로 체질 개선에 열을 올리고 있는 LG유플러스도 최근 사진과 함께 1000자 이내로 가볍게 일상을 기록할 수 있는 플랫폼 '베터'를 내놨다. 당초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습관을 반복하도록 유도하는 형태로 기획됐지만,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기록을 쌓아가는 행위 자체에 실현감을 느낀다는 이용자 목소리를 반영해 서비스 콘셉트를 전환했다. 이후 전체적인 서비스 기능과 텍스트에서 목표 달성형 기능을 덜어내고 최대한 간편하게 기록을 쌓을 수 있는 형태로 탈바꿈했다. 서비스를 기획한 김주영 LG유플러스 라이프스쿼드 PM은 "기존 SNS의 과시성 피드와 과도한 연결에 피로감을 느끼고 진짜 자신을 기록하고 싶은 욕구가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용자별로 하나의 피드만 주어지지 않고 여러 개 보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베터의 특징이다. 다른 사람의 보드를 주제별로 골라 볼 수도 있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유저당 1.7개의 보드를 생성했다. 가장 많게는 13개 보드를 만든 이용자도 있었다. 해당 이용자는 펜싱, 미니어처 도색, 자녀와의 보드게임, 동시·동화 쓰기와 같은 다양한 취미와 일상을 주제로 보드를 만들며 기록했다. 일부 보드는 집중할 목표와 마감 기한이 있는 챌린지 형태로 구성했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본인의 쓰레기를 하나씩 버리며 이 물건을 왜 가지고 있었는지, 왜 버려야 하는지를 연재한 '반려 쓰레기 버리기' 보드가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 밖에 파리에 두 달 동안 살면서 사는 물건들의 영수증을 담은 '파리 영수증 일기', 아침에 일어나 진행하는 명상에서 얻는 소회를 기록한 '아침줍기' 보드도 인기였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단순한 루틴을 반복하는 보드보다는 나름의 기획을 갖고 스토리텔링하는 보드의 주목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숏폼 영상으로 일상을 남길 수 있는 신생 플랫폼 '닷슬래시대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는 29CM와 10×10(텐바이텐) 성공 신화를 쓴 이창우 대표의 새로운 창업 아이템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4분 이내 영상 조각을 최대 10개까지 이어붙여 일기처럼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다. 자극적이고 휘발성 강한 콘텐츠 중심의 기존 숏폼 플랫폼과 달리 여행, 전시, 공연, 맛집, 육아, 반려동물을 비롯해 이용자들이 직접 경험한 생활양식이 주로 게시되고 있다. 이 대표는 "남극기지에서 근무하며 펭귄이 건너뛰면서 도망가는 모습 등을 찍어 올린 이용자가 기억에 남는다"며 "누군가의 일상이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닷슬래시대시에서 이용자들은 생활양식이나 키워드에 따라 관련 콘텐츠를 모아 볼 수 있다. 이용자들의 있는 그대로의 일상을 담은 콘텐츠가 모여 그 자체로 기업 브랜디드 콘텐츠로도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이용자들이 오사카 여행에서 찍은 영상이 모여 항공사의 광고 콘텐츠로 제작되기도 했다. 이 같은 브랜드 마케팅 활동에 참여하는 이용자들에게 성과에 따라 일정 보상이 돌아가고 있다. 이 대표는 "기존 SNS에 아무리 콘텐츠를 올려도 보상은 소수의 인플루언서만 가져가는 구조가 불합리하게 느껴져 모든 참여자가 보상을 가져가도록 설계했다"고 했다.
해외에서도 가식이나 연출 없이 일상을 남길 수 있는 SNS '비리얼'이 호응을 얻었다. 비리얼은 매일 임의로 알람이 울리는 순간 2분 이내에 전면·후면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올려야 하는 플랫폼이다. 외모를 꾸밀 틈도 주지 않고 소파에서 넷플릭스를 시청하거나 빨래를 개는 식의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순간을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당연히 보정 기능은 없다. 비리얼이 인기를 얻자 틱톡, 인스타그램, 스냅챗 같은 경쟁 플랫폼이 비슷한 기능을 선보이기도 했다. 2019년 출시된 비리얼은 지난 4월 여전히 2000만명가량의 이용자 수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우수민 기자 / 정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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