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채의 센스메이킹]〈16〉메타 ‘스레드’의 기회, ‘지위’

2023. 7. 1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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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

지난 6월 시작된 소셜 미디어계의 양대 산맥인 트위터 CEO 일론 머스크와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 간 실제 격투 성사에 대한 세계적 관심은 이제 트위터에 대항하는 메타의 새로운 서비스 '스레드'의 등장으로 확장된 국면을 맞이했다. 스레드는 500자 이내의 텍스트로 소통하는 플랫폼으로 지난 5일 출시 후 16시간 만에 3,000만 명의 가입자를 돌파하며 꾸준히 가라앉던 소셜 미디어 업계를 향한 대중의 반응을 전환시켰다.

인스타그램 계정 연동의 쉬운 가입, 더 이상 친한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의 선택에 지배당해 온 기존 플랫폼에의 익숙함이 스레드 서비스의 이 같은 초기 급성장에 불을 붙였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가입한 이들이 남기는 초기 피드에는 그래서 이 낯선 무대에 어떤 글을 남길까에 대한 의문들을 쉽게 확인할 수도 있다. 즉, 사용자들의 이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내에서의 지위 향상을 향한 강렬한 열망이 초기 포스팅의 기획에 혼란 및 주저함을 일으키는 현상을 우리는 확인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2년 말, 트위터는 기존의 공인에게만 제공되던 파란색 계정 인증 기능을 월 8달러의 비용을 냄으로써 누구나 획득할 수 있도록 사실상의 '영향력이 인정된 사회적 지위'의 판매를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사용자의 신원을 보호하고 인지도를 높이며 새로운 기능을 활용할 기회가 되는 구독 서비스라 정의했지만 대중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수십만 명이 가입했지만, 가장 활동적인 사용자 중 상당수가 가입하지 않았고, 이후 구독을 취소한 사용자도 있었다. 왜 트위터는 이런 결과를 마주했을까? 나아가 이와 같은 구조의 유료 인증 배지 상품을 제안하고 있는 새 서비스 스레드는 어떻게 다른 대응을 할 수 있을까?

'지위와 문화'의 작가 W. 데이비드 마르크스는 '지위를 돈으로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값비싼 물건이 아닌 어떻게 사는지를 반영하는 행동적 잔여물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즉, 지위를 극대화하고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우리가 문화로 이해하는 행동 패턴인 관습, 전통, 패션, 유행, 취향과 연결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일례로 우리가 운동복 차림으로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지만, 다른 하객들의 암묵적인 기대에 부응하지 않으면 배척될 가능성이 있기에 상황에 맞는 정장을 선택하는 사회적 비용을 기꺼이 감수하는 상황이 이에 해당된다. 관련해 저자는 높은 지위는 크게 세 가지 요소를 결합함으로써 획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 높은 지위의 집단과 연관되어야 한다. 이탈리아 나폴리와 런던 새빌로 지역은 전통적으로 왕족과 귀족, 부호들이 찾은 양복점들이 존재하기에 그 이름 만으로도 대중에게 전달되는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둘째, 사회적 기호로서의 비용을 필요로 한다. 지위는 시간, 지식, 네트워크 및 특정한 취향을 필요로 하기에 획득에 어려움이 있어야 한다. 각 분야 박사 및 MBA 학위 취득은 이러한 이유를 근거로 대부분 지위를 획득한다. 셋째, 단순 지위 추구가 아닌 다른 믿을 만한 이유를 제공해야 한다. 비즈니스 클래스는 임원이 비행 중 업무를 처리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가정을 내세워 라운지 이용, 우선 탑승,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얻는 실질적인 지위 추구의 우월감을 성공적으로 은폐한다.

이를 트위터의 파란색 인증 마크의 유료화 정책이 낳은 결과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해석이 가능해진다. 우선 일론 머스크가 주도했던 트위터 내 파란 인증 마크는 그가 추구하는 독특한 정치 및 가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따라서 그의 비전과 관심사를 공유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파란 표식은 대규모 집회와 같은 열정적 상징으로 경험된 반면, 반대편의 다른 사람들에게 인증 마크의 비채택은 '그들이 아닌'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었음을 드러낸 의미 있는 선택으로서의 상징성을 부여했다. 나아가 인증 마크의 유료화는 이전까지의 사회적 기호로서의 가치 비용을 줄여버리는 결과로 연결되었다.

마지막으로 인증 마크 획득으로 제공되는 더 긴 트윗, 편집 등의 기능은 돈을 지불하지 않은 이들까지 납득시킬 수 있을만한 가정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인스타그램의 탈퇴가 스마트폰으로부터의 해방에 비유될 정도로 어렵게 경험되고 있지만 최근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조용히 나가기 기능에의 열광 현상으로도 확인되듯 플랫폼 사용은 점점 더 능동적 선택의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해당 플랫폼들이 이전과 같은 대중의 문화 위에 존재한다고 이야기할 기회가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지위를 둘러싼 전쟁은 더 이상 사용자만이 아닌 플랫폼 기업들에게도 주요한 전략적 고려 사항이 되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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