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마을버스 운송권 뺏길라… 한 발 무른 '서민의 발'
노선 적자 6개월간 스톱 밝히자
시내버스노조 "대체 운행" 발끈
마을버스 재정 지원도 반대 압박
노선 운영 잠식 우려 휴업 접어
광주시 "2주 내에 입장 내겠다"
지난달 27일 광주광역시 마을버스 5개 업체가 관할 자치구에 휴업 신고서를 냈다. 현재 휴업 중인 6개 마을버스 노선(33대)에 이어 나머지 6개 노선에 투입된 54대마저 7월 24일부터 6개월간 멈춰 세우겠다는 것이었다. 마을버스 업체들은 "적자 누적으로 인한 경영 악화로 버스를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에만 25억여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광주시가 7월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 적자 노선 운행 손실보조금을 반영해 달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광주시는 시큰둥했다. '버스를 세울 테면 세워 봐라'는 식이었다. 이때만 해도 마을버스 운송업체와 광주시 관계가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듯했다. 그런데 마을버스 업체들이 3일 돌연 휴업 신고를 물렸다. '6개월 휴업'이란 초강수를 꺼내든 지 6일 만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마을버스 업체들이 휴업 계획을 접기 며칠 전이다. 광주지역버스노조 일부 조합원들이 광주시와 심철의 광주시의원실을 찾았다. 심 의원이 대표 발의한 광주시 마을버스 재정 지원에 관한 조례안 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이 조례는 광주시가 기준 운송원가를 산정해 사업자에게 연료비, 운전직 인건비, 무료 환승에 따른 운송 손실금 등을 예산 범위에서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노조는 특히 "마을버스운송사업자들이 운행을 중단할 경우 마을버스 노선에 시내버스를 투입, 대체 운행에 나서겠다"며 마을버스에 대한 재정 지원을 반대한다는 의견도 광주시에 전달했다. 현재 마을버스와 시내버스의 노선 중복률이 82%에 달하는 만큼 큰 문제없이 시내버스 대체 운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노조는 여기에 한술 더 떠 생존권 문제까지 들먹이며 마을버스 업체를 압박했다. 노조는 "마을버스와 노선 중복에 따른 수익금 감소는 결국 시내버스 운전기사 생존권과 연결돼 있다"고 했다.
마을버스 운송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광주시와 관할 자치구로부터 13억 원 남짓한 운행 손실금을 타내려다가 자칫 마을버스 운영권마저 시내버스 업체들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마을버스 5개 업체는 5월 "지난해 운행 손실금이 25억여 원에 달한다"고 광주시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광주시는 검증 결과 13억2,800여만 원으로 봤다. 이는 지난해 광주시가 시내버스 준공영제로 인해 시내버스 업체들에게 지급한 재정지원금 1,393억 원의 1%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광주시는 마을버스 재정 지원에 관한 조례안에 대해 부동의 의견을 내며 "돈을 못 주겠다"고 선을 그었다. 마을버스 운업체들에게 광주시의 재정 지원은 난망하다는 얘기다. 이에 마을버스 운송업체들 사이에선 "광주시가 마을버스 노선 신설·변경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적자 노선에 따른 운행 손실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지역버스노조가 마을버스 휴업 시 대체 운행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광주시도 이에 맞장구치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결국 휴업 계획을 접었다. 마을버스 업체들은 시내버스가 마을버스 휴업 시 대체 운행에 투입되면 향후 마을버스 운송사업을 시내버스 업체에게 내줄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노조의 이 같은 움직임엔 광주도시철도 2호선 개통(1단계 2026년·2단계 2029년 예정) 후 시내버스 노선 감축 운행에 따른 수익 감소와 버스기사 감원 등을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는 게 마을버스 운송업계 시각이다.
실제 마을버스 업체의 한 관계자는 "그간 마을버스 운송사업자 공모 땐 시내버스 업체들은 적자 노선이란 이유로 참여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최근 노조가 재정 지원 없이 운영이 가능한 업체만 사업자 신청 자격이 있다는 모집 공고 내용을 거론한 것은 마을버스까지 먹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강기정 광주시장은 "마을버스 재정 지원에 관한 조례안를 포함해 마을버스와 관련한 광주시 입장을 2주 안에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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