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들 도장을 사회복무요원에게 맡긴 선관위 간부 감사 중… “15억 지출 증빙도 알아서”

세종=박소정 기자 2023. 7. 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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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 감사실, 내부 제보로 지역선관위 간부 감사
“출납 서류 찍는 공무원 도장 5~6개 맡기고 결재시켜”
“사회복무요원에 중요 업무 일임… 사적 업무 동원도”
외부 견제서 자유로운 선관위 “문제 곪아터졌다” 비판

대전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사회복무요원(옛 공익근무요원)에게 총무과장과 출납 공무원 등 5~6명의 도장을 맡기고 출납 증빙과 관련한 서류에 대신해 도장을 찍도록 한 사안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대상인 간부 공무원은 사회복무요원에게 자녀 교재 제본 등 개인적 업무를 시킨 문제에 대해서도 조사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최근 고위직 자녀의 무더기 특혜 채용 문제가 불거져 큰 논란을 만든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엔 사회복무요원에게 과도하게 업무 권한을 떠넘기는 ‘직무 유기’ 문제까지 불거졌다. 헌법상 독립 기관으로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다 보니 선관위 조직의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모습. /뉴스1

10일 관가에 따르면, 대전 선관위 소속이었던 A 과장(4급)은 최근 내부 직원의 제보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감사관실의 감사를 받고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제보 내용을 감사 중으로 아직 처분이 나온 단계는 아니다”라며 “감사 대상인 해당 직원은 7월 정기 인사로 타 지역 선관위로 자리를 옮긴 상태”라고 했다.

제보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대전선관위 총무과장이던 A씨는 같은 과에 배치된 사회복무요원 B씨에게 증빙 서류 확인과 편철 작업을 맡겼다. 주로 출납과 관련한 서류 확인 작업들이었다. 특히 재무관 등 5~6가지의 담당 공무원 도장을 모두 B씨에게 맡겨 결재 서류에 필요한 도장들을 찍도록 했다고 한다. B씨는 “서류 누락의 위험성 등을 항변했지만 ‘원래 사회복무요원이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총무과 담당 공무원들이 단독 출납 업무 수행을 묵인해 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B씨가 이렇게 ‘마음대로’ 결재를 할 수 있었던 서류들에는 10억원이 훌쩍 넘는 선거 경비와 관련된 자료도 포함돼 있었다. 그는 ‘지방선거 경비 출납 증거 서류’ 등에 출납 공무원과 총무과장을 대신해 도장을 찍기도 했는데, 이는 14억9000억원에 달하는 경비가 연관된 서류를 처리하는 작업이었다. 자칫하면 이런 책임자들의 결재 도장이 지출 증빙뿐 아니라, 지출 업무에도 악용될 가능성이 있었던 셈이다.

사회복무요원이 출납 공무원과 총무과장 등의 도장을 찍어 단독으로 출납 결재 업무를 처리한 서류의 모습. 15억원에 달하는 경비가 연관된 ‘지방선거 경비 출납 증거 서류’ 등이 포함됐다.

이 밖에 A씨는 개인적 업무에 사회복무요원을 동원한 것도 문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보 내용에는 근무 시간에 자녀의 수능 교재를 제본해오라고 시키거나, 개인카드로 간식을 사오게 시켰다는 점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선관위 내부 징계에서 나아가, 직무유기 혐의의 형사처벌로도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2020년 ‘N번방 사태’ 때도 구청·주민센터 공무원이 지닌 개인정보 접근 권한을 사회복무요원에게 주면서, 범죄에 악용됐다. 이에 공무원 7명이 전자서명법 및 전자정부법 위반에 더해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넘겨진 바 있다.

선관위는 최근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선관위 자체조사 결과, 전·현직 선관위 직원과 친·인척 관계에 있는 경력 채용 인원이 21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정보를 이유로 조사에 불응한 직원 25명의 연루 여부는 알 수 없다. 이번 채용 문제를 계기로 지적된 선관위 공무원들의 각종 비위 행위가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시군구 선관위 사무처 직원 130여명이 선관위원들로부터 식사비나 전별금 명목의 돈을 받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다.

각종 논란이 터지자, ‘헌법상 독립 기관’이라는 이유로 외부 견제나 감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선관위의 문제가 곪아터진 것 아니냐는 비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선관위는 당초 헌법상 독립기관이라 감사원으로부터 예산·인사·조직 등에 대한 정기 감사 외 직무감사는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해 왔으나, 여론이 악화하자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감사를 수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선관위가 감사 대상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후폭풍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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