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엔저는 일시적?…엔화 환율 변동, 韓 수출 영향 제한적
최근 불어닥친 역대급 엔저(円低) 현상이 일시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의 경제성장률 등을 기반으로 엔화 가치가 회복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주만 해도 역대급 엔저를 보였던 원/엔 환율은 점차 910원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지난 5일 장 마감 기준 100엔당 환율은 897.29원으로 8년 만에 800원대를 기록했다.
엔화 약세는 일본과 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 격차 때문이다. 일본은행(BOJ)은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해왔다. BOJ는 지난달 16일 금리를 마이너스 0.1%로 동결하고 장기 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지했다.
우치다 신이치 BOJ 부총재는 "(통화 긴축을 할 경우) 2% 인플레이션을 달성할 기회를 놓칠 위험이 훨씬 더 크다"며 "일본 기업들이 가격·임금 인상에 대한 입장을 바꾸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통화 완화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엔화 가치는 점차 오를 것이란 전망이 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원화와 엔화 간 가치는 경기 흐름에 좌우되는데 일본과 한국 간 잠재성장률 격차는 지속해서 축소되고 있다"면서 "아직 엔화가 경기가 아닌 통화정책을 반영한 까닭에 저평가 구간이지만 올해 말에서 내년 초부터 펀더멘탈을 반영하며 환율 상승에 무게를 둔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원/100엔 환율 하락은 경기 반영 시차로 촉발됐다"면서 "엔/달러 환율은 통화정책에 연동돼 최근 제조업 경기 회복 기대를 반영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반기로 가면서 원/달러와 엔/달러 환율의 하락 동조화가 예상된다"며 "원/달러에 비해 엔/달러 환율 하락폭이 커 원/100엔 환율은 900원 후반으로 상승이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반대쪽 의견도 있다. '미스터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재무성 차관은 통화 긴축에 나서기 전까지 달러당 엔화 환율(엔화 가치와 반대)이 160엔을 넘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엔화는 서울 외환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기준 환율인 달러를 이용해 계산한다.
하지만 대체로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란 설명이 우세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일 양국의 수출경합도(ESI)가 내려가 양국의 수출 경쟁 관계가 완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경합도는 2015년 0.485에서 2021년 0.458로 약화됐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단순 환율 변동이 아닌 한국과 일본의 수출 가격이 중요하다"면서 "2012~2015년 일본 수출 물가는 하락해 한국 대비 가격 경쟁력이 있었지만 최근 한국과 일본의 수출물가지수(달러화 기준)를 살펴보면 오히려 한국의 수출 가격이 상대우위에 있어 엔저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엔저로 인한 반도체·자동차 등 국내 수출 감소는 제한적일 것인 반면 공급자들 간 제품의 질적 차이가 크지 않은 일부 품목(철강·석유 등)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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