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줄기로 만나는 삶과 우주…이수진 작가 개인전 ‘우주를 보리’
보리줄기를 어루만진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줄기의 질감에는 사람들의 온기가, 인류의 역사가, 대자연을 품은 우주의 정기가 은은하게 깃들어 있다.
보리줄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이수진 보리아트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 ‘우주를 보리’가 수원 예술공간 아름에서 14일까지 관람객들과 만난다.
31년간 각종 초대전·그룹전 100여회 등 작품 활동뿐 아니라 책 발간, 교육 등 폭넓은 행보를 통해 보리아트의 대중화를 이끌어온 이수진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그가 올해 작업한 신작들을 포함해 지난날의 궤적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회화의 질감이 묻어나는 작품부터 명함집, 보석함, 액자 등의 소품류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은 보리줄기. 이처럼 다양한 매력을 뿜어내는 보리 줄기를 다루는 데 있어 작가는 그간 역사성을 다루거나, 현실 속 구체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대상과 연결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그간 지속해온 작품 세계를 종합해서 정의 내리면서도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함께 녹여냈다.
보리줄기를 자르고 채색하고 이어붙이면서 하나의 작품을 향해 가는 여정에서는 작품의 완성뿐 아니라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 역시도 중요하다. 지금 손과 접촉하는 보리줄기가 어디서 재배됐는지, 어떤 환경에서 자라서 어떤 상태로 삶고 다듬어진 뒤 캔버스로, 또 전시공간으로 스며들어가는지 가늠해보는 일이 곧 보리가 품은 생명력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보리줄기를 재단하고 잘라낼 때면 항상 원하던 형태와 질감을 얻어낼 수는 없다. 따라서 작가의 손을 거친 보리줄기 곳곳에 저마다 깃든 자연의 정취가 다르기 때문에, 캔버스를 이루는 수많은 요소들은 저마다 다른 기운을 품은 채로 관람객과 만나고 있다. 그 무엇도 꾸미지 않은 채 본연의 은은한 빛을 내뿜는 보릿대 말고도 자연에서 얻는 천연의 빛깔로 물든 보리줄기들도 캔버스를 수놓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작가는 “점과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과 선이 만나 면을 이루며, 면과 면이 이어진 공간 속 우리의 우주는 계속해서 확장된다”며 “보리라는 소재는 무궁무진한 활용도만큼이나 어떤 형태로든 일상에 가까워질 수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일상에서 멀리 떨어진 대자연과 우주의 섭리에 깃든 속성을 품고 있는 재료”라고 설명했다.
작가의 설명처럼, 전시를 찾는 관람객들은 작품을 감상할 때 보리를 온몸으로 감각할 수 있다. 가까이 다가가 잘게 쪼개지고 찢긴 보리줄기의 질감을 음미해도 좋고, 멀찍이 떨어져 보리줄기들이 만들어내는 형상을 만끽해도 좋다.
이번 전시에서 보리줄기는 캔버스 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전시장 중앙에서 만나는 설치 작품은 앞으로 작가의 작품세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한다는 자그마한 선언문과도 같다. 이에 이 작가는 “천장에 모빌을 설치해 관람객들이 오고 가는 과정에서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할 생각도 있다. 앞으로 캔버스 위 평면에서 벗어나는 시도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추상의 세계에 가닿고자 했다. 그에 따라 구체적인 형상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두지 않았다”며 “삶과 죽음의 공존, 그 순환의 고리가 깃든 우주를 경유하면서 생명의 근원과 맞닿은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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