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아토피 약에도 효과 차이가...저울질 결과는

[WCD 2023] 세계피부과학회, 아시아인 대상 'JAK 억제제' 3종 비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토피 피부염에 경구용 'JAK 억제제'의 치료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선택지로는 화이자 '시빈코(성분명 아브로시티닙)' 및 애브비 '린버크(성분명 유파다시티닙)', 릴리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 등 세 가지 치료 옵션이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린버크의 치료 효과가 압도적이었으며, 시빈코의 경우 가려움증 개선 효과가 가장 컸다. 이러한 평가 결과가 서양 환자들이 아닌, 임상데이터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나왔다는 데 귀추가 주목된다.

경구용 JAK 억제제의 최신 후향적 임상평가 결과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5회 세계피부과학회(WCD) 연례학술대회에서 공개됐다.

연구를 발표한 싱가포르 국립피부센터(NSC) 윅 웽 유 박사는 "계열 약 중에서도 아브로시티닙과 유파다시티닙은 바리시티닙 대비 더 좋은 치료 효과가 확인된다"며 "가려움증 치료에 전반적으로 좋은 결과를 보고했으며 치료 반응도 매우 좋았다"고 평가했다.

현재 경구용 JAK 억제제는 원형 탈모증을 비롯한 류마티스 관절염, 염증성 장질환 등 다양한 염증성 면역질환을 치료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아토피와 관련해 중증 습진 등 치료 분야에서는 국소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로 치료 옵션이 제한된 상황이었으나, 작년 아브로시티닙과 유파다시티닙 등 두 가지 경구용 JAK 억제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아토피 피부염 적응증을 확대 승인받으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12주간 진행된 이번 임상시험에는 싱가포르 국립피부센터에서 치료를 받는 총 35명의 환자들이 등록됐다. 참가자의 절반 이상(64%)이 남성이었고 대부분(96%)은 중국계 환자였다. 환자 5명 중 4명은 이전에 전신요법을 시행한 경험을 가진 중증 아토피 환자들이었다.

이전 약물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된 약제로는 사이클로스포린(62.3%), 메토트렉세이트(47.2%), 아자티오프린(39.6%), 두필루맙(35.8%) 등이 꼽혔다. 연구팀은 "싱가포르에서는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환자 본인 부담금이 높기 때문에 치료법을 바꾸는 경우는 효능이 적거나 비용상의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를 살펴보면, 환자들은 바리시티닙(66%), 아브로시티닙(21%), 유파다시티닙(13%) 등 세 가지 JAK 억제제 약물 가운데 하나를 투여받았다. 치료제 효과 비교는 치료 4주와 12주차에 집중 평가가 이뤄졌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연구 종료 이후 증세가 개선됐다고 보고한 환자 비율은 유파다시티닙 100%, 아브로시티닙 90%, 바리티닙 69% 순으로 나타났다.

▲치료반응률 '린버크' 압도적 평가...가려움증 개선 '시빈코' 효과 주목

12세 이상 청소년 아토피피부염 치료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경구용 JAK 억제제 린버크(왼쪽)과 시빈코. [사진=애브비/화이자]

아토피 피부염 임상반응 종합평가(IGA) 점수도 치료를 통해 크게 개선됐다. 바리시티닙 치료군의 경우 4주차에 평균 점수가 4.0에서 3.0으로 떨어졌고, 12주차에는 2.0으로 감소했다. 이에 비해 유파다시티닙과 아브로시티닙의 개선효과는 더 컸다.

실제로 유파다시티닙을 복용한 환자의 경우 치료 4주차 IGA 점수가 3.5에서 2.0으로 감소한 후 12주차 0.5로 낮아졌다. 또한 아브로시티닙 치료군에서는 4주차 4.0에서 2.0으로 감소한 뒤 12주차 1.0으로 낮아진 것이다.

아토피 피부염에 흔한 증세인 가려움증 조절의 경우 아브로시티닙 치료군에서 가장 큰 효과가 보고됐다. 가려움증 점수 중앙값이 5.5점으로, 다른 두 치료군의 가려움증 점수 감소 중앙값 4점보다 높았다. 연구팀은 "경구용 JAK 억제제는 가려움증 조절에 있어 좋은 치료 효과가 관찰된다"고 평가했다.

안전성과 관련해 흔하게 보고된 약물 부작용은 크레아틴 수치 증가(11.3%), LDL 콜레스테롤 수치 증가(9.4%), 대상포진(9.4%) 등이었다. 아브로시티닙 치료군의 경우, 다른 두 치료군에 비해 이러한 이상반응 발생률이 더 높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습진 부위 및 중증도지수(EASI)나 아토피 피부염 점수(SCORAD) 지표 평가를 사용하지 않았고 연구 샘플이 작아 결과 해석에는 제한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학회 발표 이후 진행된 전문가 패널 토론에선 "그럼에도 백인이 아닌 다른 인종을 대상으로 아토피 피부염 환자 치료에 경구용 JAK 억제제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임상데이터"라며 "이것이 바로 연구자들이 특정 인구 집단을 연구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의 면역 표현형은 인구 집단마다 차이를 보인다"며 "아시아 및 중동 인구에서는 아토피 피부염의 발병률과 중증도가 더 높은 경향이 있다. 아시아인은 백인에 비해 가려움증이 더 심하고 색소 침착 및 흉터가 잘 생기는 것으로 조사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여러 인구 집단에서 치료제의 유용성을 파악한 실제 임상 근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종혁 기자 (every83@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