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정상회의 D-1…우크라·스웨덴 가입 여부, 중국 견제 전략 놓고 이견 예상
오는 11일~12일(현지시간)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는 500일을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국면에서 서방의 ‘대 러시아’ 결속을 다지기 위해 스웨덴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여부가 핵심 안건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특히 일본에 나토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 등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활동 범위를 확장하는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토 내부 의견이 분분해 입장을 조율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쉽지 않을 듯
먼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해서는 러시아를 자극할 우려 떄문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 회원국들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닷새 간의 유럽 순방 일정을 시작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일 CNN 인터뷰에서 “전쟁이 한창인 지금 (우크라이나를) 나토 회원국으로 편입할지에 대해 나토 내에서 만장일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가입) 투표를 요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민주화와 일부 다른 이슈 등 충족해야 할 몇 가지 필요조건이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것과 같은 식의 안전 보장”을 제공하는 방안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논의해왔다고 전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와 관련 기내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식 안전보장’에 대해 “미국이 동맹, 파트너와 함께 다자 틀 내에서 우크라이나에 장기적인 양자 안전 보장을 협상한다는 개념”이라며 “군사 지원, 첩보·정보 공유, 사이버 지원, 다른 형태의 물자 지원 제공”을 예로 들었다. 나토 차원의 집단안보 틀이 아닌 지금처럼 우크라이나에 대한 개별 국가 차원의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국과 독일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확약하는 것이 러시아를 자극해 확전으로 치닫을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회원국 지위 부여를 약속하는 것이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억제력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튀르키예 반발로 교착 빠진 스웨덴은?
튀르키예의 반발로 교착에 빠진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완료될 지 여부도 이번 정상회의의 주요 쟁점이다. 군사적 중립을 유지해온 핀란드와 스웨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토에 나란히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튀르키예가 스웨덴이 자국이 테러 조직으로 규정한 쿠르드노동자당(PKK)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는 이유로 스웨덴의 가입을 반대하고 있어 핀란드만 나토의 31번째 회원국이 된 상태다.
나토 정상회의 폐막 이후 곧바로 핀란드로 향할 예정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스웨덴의 나토 가입 문제를 매듭지어 ‘나토 확장’을 실질적 성과로 부각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통화하고 스웨덴의 나토 가입, F-16 전투기 공급 등에 대해 논의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튀르키예의 F-16 구매 요구를 스웨덴의 나토 가입과 연결 짓는 것은 잘못”이라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튀르키예의 숙원인 F-16 구매 승인을 지지하는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스웨덴 총리를 백악관에 초청해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나토, 중국 견제 동맹으로 확장될까…미국과 유럽 이견 표출될 듯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가장 눈여겨 볼 부분 중 하나는 나토를 러시아는 물론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 공조의 틀로 삼으려는 새 전략적 방향이다. 나토가 지난해 12년만에 채택한 새 전략개념에서 중국의 도전을 처음으로 명시한 만큼 나토 내에서도 중국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한 우려는 확고하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최근 “유럽에서 일어나는 일(우크라이나 전쟁)이 내일 아시아에서 일어날 수 있다”며 중국의 움직임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입장과도 유사한 것이다.
이 때문에 나토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정식 초청한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AP4)과의 파트너십을 격상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이들 4개국과 나토 간 사이버 안보, 우주 탐사, 신흥기술 등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나토가 우크라이나와 조지아에 이어 일본 도쿄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려는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나토는 도쿄 연락사무소를 한국과 일본,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거점으로 삼으려 한다. 도쿄 연락사무소 신설안은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이 주도해 일본 정부에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나토의 초점이 아시아로 기우는 것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고, 경제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이 중국 견제 공조 수위에 대해 미국과 온도차를 나타내고 있어 이번 정상회의 의제에서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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