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의 출전서 최고 성적 경신···"신지애는 살아있다"

양준호 기자 2023. 7. 1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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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여자오픈 준우승
최종일 4타 줄여 6언더 2위 차지
13년 전 공동 5위 기록 갈아치워
페어웨이 안착률 89% 관록 자랑
우승은 韓어머니 둔 '2년차' 코푸즈
오바마 前미국 대통령 축하 받기도
김효주 공동 6위·박민지 공동 13위
신지애가 10일 US 여자오픈 4라운드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 퍼트를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페블비치 골프링크스 9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하는 신지애. AFP연합뉴스
[서울경제]

여자골프 최고 메이저 대회인 US 여자오픈에서 신지애(35)의 최고 성적은 2010년 작성한 공동 5위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최전성기를 달리던 시기였다. 신지애는 그해를 세계 랭킹 1위로 마감했다.

2023년의 US 여자오픈에서 신지애가 조명받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LPGA 투어를 떠나 일본 무대에 정착한 지 거의 10년. 이번 대회 개최지가 골퍼들의 로망이자 골프장의 아이콘 페블비치 골프링크스(파72)가 아니었다면 아마 출전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10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에서 끝난 시즌 세 번째 메이저 제78회 US 여자오픈(총상금 1100만 달러).

마지막 홀에서 5m쯤 되는 버디 퍼트를 넣어 3위에서 공동 2위로 올라선 신지애는 역동적인 동작으로 하늘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신지애는 살아 있다’를 온몸으로 외치는 듯했다. 선두 하타오카 나사(일본)에 5타 뒤진 공동 5위로 출발한 신지애는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타를 줄여 최종 합계 6언더파 282타를 적어냈다. 찰리 헐(잉글랜드)과 함께 공동 2위에 올라 US 여자오픈 개인 최고 성적을 냈다. 공동 준우승 상금은 96만 9231달러(약 12억 6000만 원)다.

그린 뒤 뻥 뚫린 바다의 절경을 자랑하는 시그니처 7번 홀(파3)에서 티샷을 깊은 러프로 보내고도 파로 잘 막은 신지애는 16번 홀(파4)에서는 7m나 되는 파 세이브에 성공하며 관록을 뽐냈다. 나흘간 평균 드라이버 샷 거리가 235야드에 불과했지만 89.2%(50/56)에 이르는 페어웨이 안착률과 라운드당 퍼트 수 27개의 정교함으로 신지애는 어린 선수들에게 골프의 미학을 한 수 가르쳤다.

LPGA 투어 메이저 출전이 4년 만인 신지애는 2018년 호주 여자오픈 공동 7위 이후 5년 만에 LPGA 투어 톱 10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달 세상을 떠난 할머니와의 생전 약속 때문에 페블비치를 찾았다는 신지애는 “내가 LPGA를 떠난 이후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다. 이번에 그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면서 감명받았다. 나도 더 잘하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결심했다”며 “이 대회 개인 최고 기록을 썼으니 한 계단만 더 올라가기를 기대하겠다”는 말로 79회 US 여자오픈에 대한 우승 각오를 미리 밝혔다.

프로 통산 64차례 우승의 전설 신지애는 올 시즌 일본 투어에서 벌써 2승을 올려 상금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미 한국과 미국에서 상금왕 경력이 있는 그는 사상 최초의 한미일 상금왕 석권에 도전하고 있다.

필리핀계 아버지(왼쪽), 한국계 어머니(오른쪽)와 함께 US 여자오픈 우승 트로피를 든 앨리슨 코푸즈. AFP연합뉴스

코푸즈, 한국계 엄마와 트로피 번쩍

우승 상금 200만 달러(약 26억 1000만 원)는 한국계 어머니와 치과의사인 필리핀계 아버지를 둔 LPGA 투어 2년 차 앨리슨 코푸즈(25·미국)가 가져갔다. 선두 하타오카와 1타 차로 출발한 코푸즈는 3타를 줄여 9언더파 279타로 우승했다. 공동 2위 신지애와 헐을 3타 차로 제쳤다. 하타오카는 4타나 잃어 3언더파 공동 4위로 내려갔다.

올 시즌 상금 27위에 머물던 코푸즈는 이번 우승으로 단숨에 상금 1위가 됐다. 여자 골프 최초로 페블비치에서 열린 메이저 대회에서 데뷔 첫 승을 거두는 잊지 못할 기록을 썼다. 데뷔 첫 승을 US 여자오픈에서 올린 것은 역대 22번째. 2008년 US여자아마추어 퍼블릭링크스챔피언십에서 10세 3개월 9일로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웠던 그다.

올해 3월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HSBC 월드 챔피언십에서 코푸즈는 최정상 선수들인 고진영, 넬리 코르다(미국)와 최종 라운드에 같은 조 맞대결을 벌이며 값진 경험을 쌓았다. 당시 고진영과 코르다가 우승·준우승했고 코푸즈는 공동 3위로 마쳤다.

하와이 카폴레이 골프장 인근에서 자란 코푸즈는 하와이 푸나호우스쿨을 졸업하고 서던캘리포니아대를 나왔다. 푸나호우스쿨은 2014년 US 여자오픈 챔피언인 미셸 위 웨스트(미국)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모교다. 우승 기자회견 중 확인한 트위터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축하 트윗이 도착해 있었다. ‘하와이의 자랑, 카폴레이에서 동반 라운드를 기대하며.’

코푸즈는 “조급해질 때마다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다름 아닌 페블비치에 있잖아’라고 환기했다”며 “오바마에게 받은 축하까지 모든 게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했다.

공동 3위였던 김효주는 2타를 잃어 2언더파 공동 6위로 마감했다. 신인 유해란은 이븐파 8위. ‘국내 1인자’ 박민지는 3·4라운드에서 이틀 연속 1타씩 줄인 끝에 4오버파 공동 13위에 올랐다. 전인지는 5번 홀(파3) 홀인원으로 4월 셰브런 챔피언십에 이어 한 해 메이저에서 홀인원 2개를 터뜨리는 진기록을 썼다. 최종 성적은 6오버파 공동 27위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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