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포커스] “가뜩이나 힘든데”… 상생금융 정책에 난색 표하는 카드사
카드업계, 실적 28% 줄었으나 금융당국 등쌀에 ‘눈치’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상생금융 지원 나설 듯
최근 우리카드, 현대카드가 금융 당국의 상생금융 지원 정책에 동참하면서 나머지 카드사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카드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고금리 기조 등으로 올해 실적이 크게 줄어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카드사가 상생금융 지원 참여 난색을 표하고 있다.
1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 우리카드 등 여러 카드사가 상생금융 지원 정책 참여에 나서고 있다. 상생금융 지원이란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금융 취약 계층의 안정적인 금융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금융감독원이 추진 중인 정책 중 하나다.
가장 최근 상생 금융 지원에 나선 곳은 현대카드·현대커머셜이다. 지난 7일 두 회사는 합동으로 60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은 이번 상생금융 지원을 통해 ▲신규대출 지원 ▲상용차 구매 금융 지원 ▲취약 차주 채무 정상화 프로그램 ▲영세사업자 구매 금융 우대금리 운영 ▲소상공인 대상 마케팅 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우리카드 역시 22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책을 공개했다. 우리카드는 우선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채무 정상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연채채권 감면비율을 10%포인트 확대하고 전세사기 피해 등의 어려움에 처한 고객에 대해서는 최대 70% 채무 감면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우리카드는 기존 대환대출 대비 50% 금리 인하한 상생론(고정금리 7.5%, 60개월 분할 상환)을 출시, 영세·중소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사업 자금 용도 기업카드 이용 시 카드 이용 대금의 1%를 할인 청구하는 등 여러 지원에 나설 방침이라고 했다.
우리·현대카드가 상생금융 지원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나머지 카드사도 참여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의 경우, 다음 참여 기업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상생금융 추진 방향에 맞춰서 다양한 지원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며 “다만 정확한 계획과 일정은 정해지 않았다”고 했다.
사실 카드업계에서는 이번 상생금융 참여가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 카드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 연체율 상승 등으로 인해 대손충당금을 쌓아와 실적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신한·KB국민·삼성·우리·하나·롯데·비씨카드의 당기 순이익은 584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8076억원) 대비 28%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올해 하반기 역시 전망이 좋지 않아 상생금융 지원에까지 나서면 실적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카드사로서는 참여를 안 하기에도 난감한 상황이다. 대다수의 카드사 모두 실적 악화를 겪고 있지만 우리카드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안 좋기 때문이다. 우리카드는 올해 1분기 458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올렸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855억원) 보다 46.43% 줄어든 수치다. 대다수 카드사는 이보다 여건이 나은데 상생금융 지원을 외면하기엔 명분이 부족한 상태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신한카드의 경우, 올해 1분기 당기 순이익은 16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1759억원보다 5.2% 줄어든 수치다. 삼성카드 역시 1분기에 순이익 145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9.5% 감소했다. 비록 당기 순이익은 감소했으나 우리카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정책인 만큼, 카드사로선 쉽게 외면하기 힘들 것”이라며 “결국 카드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상생금융 지원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 역시 “상생금융 참여가 카드사를 포함한 제2금융권으로 넓혀지면서 카드사들이 느끼는 압박 또한 거세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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