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리포트] 길들이지 않은 떠돌이개도 사람의 표정 읽는다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인도에선 시골 마을에서 꼬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개들을 만날 수 있다. 사람의 표정을 읽고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온순하지만 원래부터 주인 없이 살며 스스로 번식해온 떠돌이개(village dog)이다. 가끔 떠돌이개가 인간과 교감하다가 가족이 된 사연도 심심찮게 들린다.
마르티나 라자로니 오스트리아 빈대학 수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 6일(현지 시각) “떠돌이개도 사람과 함께 사는 반려견처럼 사람의 표정을 읽는다”고 국제 학술지 ‘피어제이(PeerJ) 생명과 환경’에 밝혔다.
개는 인간의 가장 오랜 동물 친구로 알려져 있다. 인간과 같이 사는 반려동물로 가장 인기가 높은 것도 사람과 교감을 잘 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인간과 개의 종(種)을 초월한 소통에 대한 연구는 주로 길들여 키우는 반려견에 집중돼 있었다. 이번에 반려견뿐 아니라 홀로 사는 개들도 교감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떠돌이개는 튿정 지역 토착 개의 후손으로, 사람 보살핌 없이 살며 번식한다. 인위적으로 교배하지는 않았지만 별도의 품종으로 간주된다. 연구팀은 길들여지지 않은 떠돌이개와 인간 사이의 교감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은 사람이 소시지와 크래커를 먹는 시늉을 하면서 특정 표정을 5초간 짓고 먹이를 땅에 떨어뜨리는 행위를 했을 때 개가 어떻게 반응하는 지를 살폈다. 떠돌이개나 반려견이 인간이 행복한 표정을 짓거나 화난 표정을 지을 때, 또는 무표정할 때를 구별하는지 살펴본 것이다.
연구팀은 모로코의 타가주트 마을과 그 인근에 있는 마을과 해변을 포함한 4㎢ 내 지역을 실험 지역으로 설정했다. 타가주트는 약 5000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작은 관광도시다. 모로코에는 개가 약 200만마리 살고 있는데 대부분은 홀로 살아가는 떠돌이개다.
연구팀은 여성 3명과 타가주트 주변에 사는 떠돌이개 72마리를 대상으로소통 실험을 했다. 동시에 반려견을 두 그룹으로 나눠 같은 실험을 했다. 첫 번째 그룹은 오스트리아 빈의 강아지 전용 공원 등에서 자주 노는 암컷 32마리와 수컷 31마리였고, 두 번째 그룹은 산만함을 제어하기 위해 평소 집 정원에서만 살아온 암컷 33마리, 수컷 20마리였다.
실험 결과 길들여지지 않은 떠돌이개도 반려견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표정에 반응하고 대응했다. 화를 내면 시선을 피하고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 다가갔다. 연구팀은 사람이 화난 표정을 지으면 개가 시선을 피하는 행동은 본능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이 나쁜 표정을 보내면 개의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상승하고, 심박수가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팀은 인간과 늘 함께 생활하는 반려견과 마찬가지로 길들여지지 않은 떠돌이개도 인간의 다양한 얼굴 표정을 읽을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비교적 자유롭게 살았던 떠돌이개들도 인간이 지배하는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인간의 표정을 파악하게 됐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외부 활동이 잦았던 반려견 그룹은 94%가 인간이 아직 표정을 짓기도 전에 떨어뜨린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평소 집에 주로 있던 반려견 그룹은 87%가 같은 행동을 했으며, 떠돌이개는 그 비율이 41%에 그쳤다. 떠돌이개가 반려견보다 경계심이 강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떠돌이개는 반려견보다 사람과 상호작용할 때 보다 더 신중하게 판단했을 것”이라면서 “이는 떠돌이개가 반려견에 비해 인간과 가까이 있었던 시간이 짧고 꼬리를 흔드는 시간이 더 길다(경계심의 일종)는 사실에서도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런 차이는 떠돌이개가 사람과의 사회화 경험이 부족해 반려견보다 자신감이 떨어지거나, 인간과의 부정적인 상호작용을 더 자주 경험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참고자료
PeerJ Life & Environment, DOI: https://doi.org/10.7717/peerj.1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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