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 백지화는 안돼···정쟁에 우리만 희생양"···머리띠 묶은 양평군민

양평=이경환 기자 2023. 7. 1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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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으로 촉발된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발표에 따른 후폭풍이 양평군 일대에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10일 오전 양평군청 앞에서 진행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조기 정상화를 위한 범군민 대책위원회' 발족식에는 지역 주민 500여명이 몰려들어 사업 재추진을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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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10여개 기관단체 참여 '범군민 대책위' 출범
500여 명 군민들 손팻말 들고 "정쟁 중단" 목소리
'원 장관 해임' 외친 군민과 욕설·고성 주고 받기도
사업 둘러싼 혼선 장기화땐 지역 내 갈등 확산 우려
野 "권력형 비리" 주장에 與 "전 양평군수 특혜조사"
‘고속도로 IN, 정치정쟁 OUT’ (양평=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10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청 앞에서 열린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재추진 범군민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경기 양평군청 앞에 서울-양평고속도로 재추진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사진=이경환 기자
[서울경제]

“정치인의 말 한마디로 10년 넘게 기다려온 국가사업이 한순간에 뒤집혔다는 게 너무나 억울하고 화가 납니다.”(경기 양평군 서종면 이 모 씨)

“군민들은 정치적 논리나 특혜 의혹에는 관심 없고 부디 고속도로가 제때 건설되기만을 바라는 마음뿐이에요.”(경기 양평군 옥천면 김 모 씨)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으로 촉발된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발표에 따른 후폭풍이 양평군 일대에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10일 오전 양평군청 앞에서 진행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조기 정상화를 위한 범군민 대책위원회’ 발족식에는 주민 500여 명이 모여 사업 재추진을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

양평 지역 10여 개 기관과 단체로 구성된 대책위를 이끌 이태영 공동위원장은 “지난 40년간 2600만 명의 수도권 식수원이라는 미명하에 중앙정부로부터 온갖 중첩 규제로 주민의 생존권과 재산권을 박탈당했다”며 “군민들의 마지막 염원이었던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발표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절망적인 마음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양평군민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중앙정부와 정치권은 즉각 정쟁을 중단하고 하루빨리 고속도로 백지화를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사업 백지화’ 발표 이후 거리 곳곳에는 사업 재추진을 바라는 현수막들이 속속 설치되고 있다. 이날 모인 군민들도 ‘고속도로 중단, 양평행복 중단’ ‘고속도로 IN 정치정쟁 OUT’ ‘잠실까지 20분, 이대로면 20년’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모든 정치적 쟁점화를 중단해달라”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범대위는 이날 발대식을 시작으로 10만 명 서명운동과 국민 청원 및 탄원서 제출 등을 통해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재개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 김 모 씨는 “강상면에 김건희 여사 가족의 선산이 있어 특혜라고 하는데 최근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정동균 전 군수도 원안 종점에 3000평 가까운 땅이 있다는 보도가 있던데 그건 어떻게 설명하겠느냐”며 “군민들은 정치적 문제보다는 오로지 도로가 제때 건설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주민 이 모 씨도 “고속도로 사업이 정치 문제가 돼서는 안 된다”며 “정치인들은 싸움은 국회에서나 하고 양평군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진선 양평군수는 “양평군민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은 군민이 이용할 수 있는 IC 설치뿐”이라며 “그런데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혜만 내세워 정쟁으로 몰고 갔고, 결국 백지화까지 가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지역 일대에 땅값이 올랐다거나 혜택을 봤다는 군민은 아무도 없는데 이런 가짜 특혜 논란을 만들어 군민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발대식에서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 해임하라’는 피켓을 든 한 남성이 나타나자 주민들과 마찰을 빚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최 측이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중재했지만 주민들 간 욕설과 고성을 주고받기도 했다. 특히 민주당이 발대식 불참을 주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지역 내 갈등으로 확산하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가 상호 폭로전을 확대하며 사업 백지화의 책임을 떠넘기는 등 난타전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이날 국정조사와 특검 추진을 언급하는가 하면 원 장관의 사퇴도 요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건은 대통령 친인척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 의혹의 전형, 그야말로 국정농단”이라며 “만약 정부 의도대로 강상면에 (고속도로) 종점이 설치됐다면 그 인근에 축구장 5개 면적의 땅을 소유한 대통령 처가가 막대한 개발이익을 누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원안 노선의 종점인 양서면 근처에 민주당 소속 정 전 군수 일가의 토지가 있다는 사실을 부각하면서 역공에 나섰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지금 민주당이 원안을 고집하는 것은 전 양평군수 일가에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며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을 제기할 것이 아니라 전직 양평군수의 셀프 특혜 의혹부터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평=이경환 기자 lkh@sedaily.com김예솔 기자 losey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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