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SGI "첨단기술 경쟁력, M&A로 끌어올려야"
첨단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 M&A(인수·합병)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 산하 민간 싱크탱크 SGI(지속성장 이니셔티브)는 10일 '국내기업의 첨단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한 M&A 지원 방안'보고서를 통해 국내 기업의 기술력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M&A활성화를 제안했다. SGI에 따르면 국내 M&A는 반도체 등 기술기업 분야가 전체의 25.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해외기업 대상 M&A도 이차전지·에너지·바이오 등 첨단 분야에 무게를 두고 있다.
SGI는 M&A를 통해 국내 경제의 성장성을 제고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첨단기술 부문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해외 기술 기업과의 M&A가 주요한 수단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SGI관계자는 M&A를 통해 "한국 기업의 첨단기술 관련 경쟁력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기업 구조조정과 신성장 산업 분야로 시장진입이 보다 쉽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국내·외 M&A시장이 위축됐다는 점이다. SGI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M&A시장 거래금액은 전년대비 39.5% 줄었다. M&A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의 M&A거래금액은 같은 기간 41.3%나 빠졌다. 국내 M&A 거래금액도 이 기간 41.0%나 줄었다.
SGI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국 기업이 해외 기업의 지분이나 경영권을 인수하는 '아웃바운드(outbound) M&A'를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웃바운드 M&A는 해외 기업의 기술이전 효과와 동시에 국내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후속 투자와 생산·고용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아직까지 한국 기업들은 생산기지나 지점 설립을 목적으로 하는 그린필드형(greenfield) 투자가 중심이 되고 있다. SGI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기업의 해외투자 중 그린필드형 투자 비중은 67%에 달한다.
SGI는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자금조달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스타트업·기술기업에 대한 아웃바운드 M&A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SGI관계자는 "국내기업이 미국의 유망한 스타트업이나 기술 기업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보고서에는 한국 기업들의 투자 체질개선을 위한 정책지원 필요성도 다뤄졌다. 중견·중소기업과 스타트업(초기창업기업)의 경우 해외 M&A에 익숙하지 않으므로 정부가 나서서 인수기업 발굴과 법률·회계 자문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M&A 이후 사후관리에 대한 정책 지원도 뒷받침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SGI는 내년 8월 한시법으로 정해진 기업활력법(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을 상시화하고, 보다 탄력적으로 개편해 M&A에 무게를 둔 사업전략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활력법은 일부 업종에 대해 세제혜택과 절차 간소화 등을 통해 선제적인 사업구조 재편을 지원하는 법이다.
SGI는 기업활력법을 네거티브 규제(안 되는 것만 정의하고 나머지는 다 허용하는 규제) 방식으로 적용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과잉공급업종 △신사업진출기업 △산업위기지역업종 등으로 지정된 기업들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의 기업구조혁신펀드와 M&A벤처펀드의 규모를 늘리는 등 정책금융 확대가 필요도 요청했다. 특히 첨단기술 분야 기업간 M&A가 조단위 이상의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만큼 개별기업에 대한 지원자금 규모도 확대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첨단기술 분야 기업에 한해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의 동일차주에 대한 신용공여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김경훈 SGI 연구위원은 "역설적이게도 M&A 시장 침체로 낮아진 기업 가치는 투자자들에게 좋은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회를 살리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고, 이는 M&A 시장의 회복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국내경제의 활력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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