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폭염→폭우 ‘무한 변덕’···직장인은 휴가 계획 ‘폭파’

강은·전지현 기자 2023. 7. 1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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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예측해 일정 잡기 갈수록 어려워
일기 예보 수시로 바뀌고 장마도 불규칙
‘여름=휴가철’이라는 공식도 점점 깨져
지난달 8일 제주도 이호테우해수욕장의 모습. 박미라 기자

제주도의 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박기태씨(28)는 매년 7월이 되면 우도 해변으로 여름 휴가를 가곤 했다. 그러나 올해는 들뜬 마음을 접었다. 휴가를 가려 했던 이번 주 내내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계획을 바꿨다. 박씨는 “비 때문에 배가 뜨지 않으면 우도로 들어갈 수 없을뿐더러 해변에서도 휴가를 제대로 즐길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7월에 무사히 휴가를 다녀왔는데 날씨를 예측하고 일정을 잡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여름철 호우 특보와 폭염 특보가 번갈아 오가는 ‘날씨 변덕’이 이어지면서 여름 휴가를 준비하는 직장인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날씨가 ‘폭염→폭우→폭염’의 극단을 반복하고 있는 데다 일기 예보도 수시로 바뀌면서 기상 상황을 종잡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장마 기간을 특정하기 어려워지는 등 기후 변화에 ‘여름=휴가철’이라는 공식도 점점 깨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최소임씨(32)는 “날씨를 예측하기 힘들어 아직도 휴가 일정을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씨는 “어렵게 휴가를 냈는데 갑자기 비가 내려서 호텔에만 머물게 되면 너무 아쉽지 않겠냐”며 “이왕이면 비가 오는 날을 피해 휴가를 가고 싶은데 예측이 힘들어 가을로 일정을 잡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여름 휴가’ 대신 ‘가을 휴가’로 직장인들의 관행이 바뀔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서울의 한 학원가에서 일하는 한호철씨(27)는 “얼마 전 부산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사흘 중 이틀은 꼬박 비가 내려서 일정이 꼬였다”면서 “가능하다면 내년부터는 여름을 아예 피해서 휴가를 다녀오고 싶다”고 말했다. 최씨도 “날씨 영향으로 휴가는 꼭 여름에 간다는 생각이 전반적으로 옅어진 것 같다”면서 “며칠 전 부장님이 ‘여름 휴가 계획 정했냐’고 물었는데 부원 중 절반가량은 ‘안 정했다’고 하더라”고 했다.

여름철 휴가 일정을 변경하거나 취소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피서지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제주 한라산 인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신모씨(60)는 “요즘 들어 숙소 예약을 갑자기 취소하는 손님들이 많다”면서 “하루에 약 25팀 정도 예약을 받고 있는데, 그중 10팀 정도가 취소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신씨는 “비 때문에 일정을 바꾸는 손님들은 매년 있는 편이지만, 올해는 유독 더 심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강원 속초시에서 3년째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는 최모씨도 “장마가 길 것 같아 지난해보다 객실 가격을 낮춰둔 상태”라고 말했다.

강원특별자치도 환동해본부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개장한 강릉·속초·양양 지역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25만246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3만4864명에 비해 24.6% 줄었다.

기상청은 여름철 내내 수시로 폭우가 쏟아지는 기상 상황을 반영해 ‘장마’ 대신 ‘우기’와 같은 대체 표현을 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장마전선이 올라오면 비가 내리고 장마전선이 내려가면 날씨가 맑게 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최근에는 그 이외의 대기불안정으로 인한 소낙성 강수가 더 빈번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동남아시아 기후에 있는 전통적 개념의 우기와 점차 흡사해지고 있다”고 했다.


☞ 이제 우리나라도 ‘장마’ 대신 ‘우기’라고 써야할까
     https://www.khan.co.kr/environment/climate/article/202210201934001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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