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긴 받는데…속 쓰린 발렌시아

윤은용 기자 2023. 7. 1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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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생제르맹 유니폼을 들고 활짝 웃고 있는 이강인 | 파리 생제르맹 사회관계망서비스 제공



이강인(22)의 파리 생제르맹(이하 PSG) 입성을 보며 속이 쓰릴 구단이 있다. 이강인의 첫 소속팀인 발렌시아(스페인)다. 천재적인 재능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했을 뿐더러, 내보내는 대가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이번 PSG 이적으로 발생한 상당한 이적료에서 발렌시아의 몫도 분명히 있지만,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PSG는 지난 9일 이강인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기간이 5년이라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 연봉과 이적료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PSG가 이강인을 영입하기 위해 마요르카에 지불한 이적료는 2200만 유로(약 314억원)로 알려졌다.

마요르카가 2200만 유로를 온전히 받는 것은 아니다. 이강인은 2021년 마요르카와 계약 당시 입단 보너스를 받는 대신, 향후 타 구단 이적시 발생하는 이적료의 20%를 받는 조항을 삽입했다. 이에 2200만 유로 가운데 20%에 해당하는 440만 유로(약 62억원)를 이강인이 보너스로 받게 됐다.

이를 보면서 이강인을 처음 유럽으로 데려왔던 발렌시아의 속은 타들어만 간다. 어린 시절 스페인으로 건너가 발렌시아 유스팀에서 성장한 이강인은 2018년 10월 발렌시아에서 1군 데뷔했다. 하지만 발렌시아는 이강인의 재능을 썩히기만 했고 출전 기회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결국 2021년 계약을 해지하고 이강인을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도록 풀어줬다.

만약 발렌시아가 마요르카에 이적료를 받고 이강인을 넘겼더라면 억울함이 덜했을지 모른다. 여기에 발렌시아는 많은 유럽 구단들이 사용하는 ‘셀온 조항’의 기회도 놓쳤다. 셀온 조항은 어떤 팀이 유망주나 특급 선수를 다른 팀으로 이적시키면, 이적한 팀이 짧은 기간에 그 선수를 또 다른 팀으로 이적시킬 경우 이적료의 일정 수준을 받는 것을 말한다. 발렌시아는 애초 이강인과 계약을 해지한 것이었기 때문에 셀온 조항이 들어갈 여지가 없었다.

다만, 그럼에도 발렌시아가 챙기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01년 7월 신설한 ‘선수 지위 및 이적에 관한 규정’에서 영입구단은 해당 선수가 만 12~23세 때 소속됐던 출신 학교와 팀에 연대기여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정했다. 스페인 매체인 문도 데포르티보에 따르면 발렌시아는 이 연대 기여금 제도에 따라 이적료 2200만 유로 중 3.5%를 받을 수 있다. 그래봤자 77만 유로(약 11억원)에 불과하다. 발렌시아 입장에서는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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