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여자오픈 준우승 신지애 “페블비치에서 최고성적 뜻깊어”… 필리핀-한국계 부모 둔 코푸즈 우승
18번홀(파4)에서 약 4m 남짓한 버디 퍼트가 홀 안으로 떨어지자 신지애는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명문 페블비치 골프장에서 열린 역사적인 첫 US여자오픈에서 개인 최고성적을 남겼다는 행복감이 밀려왔다.
전 세계 1위 신지애가 제78회 US여자오픈 골프 챔피언십(총상금 약 1100만 달러)에서 준우승 했다. 신지애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의 페블비치 골프링크스(파72·6491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를 치고 합계 6언더파 282타를 기록, 1위 앨리슨 코푸즈(9언더파 279타·미국)에 3타 뒤진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선두 하타오카 나사(일본)와 5타차 공동 5위로 출발한 신지애는 6, 8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10번홀 첫 보기 이후 11, 14, 18번홀에서 1타씩 줄였다. 코푸즈가 10번홀부터 단독선두로 나선 뒤 흔들림없이 독주해 우승경쟁을 벌이진 못했지만 마지막홀에서는 공동 2위까지 솟구쳤다.
한국투어 21승(아마추어 1승), 미국 LPGA 투어 11승(메이저 2승), 일본 투어 27승, 호주와 아시아 등 기타 투어에서 5승을 더해 프로통산 64승을 거둔 베테랑 신지애는 올해 호주와 일본에서 3승을 올린 상승세를 4년 만의 US오픈 선전으로 이어갔다.
“페블비치에서 열린 역사적인 US여자오픈에서 개인 최고성적(종전 5위)을 올려 기쁘다. 챔피언처럼 행복한 기분”이라며 “어릴 적부터 TV로 보아왔던 페블비치에서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고 말했다.
하와이 출신 코푸즈는 버디 6개, 보기 3개로 3타를 줄여 1타차 선두 나사를 제치고 생애 첫승을 메이저 타이틀로 장식하며 여자대회 최고상금 200만 달러(약 26억원)를 거머쥐었다. 공동 2위 신지애와 찰리 헐은 96만 9231달러(약 12억 6000만원)씩 챙겼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미셸 위(미국)와 같은 하와이 푸나호우 고교 출신인 코푸즈는 필리핀계 아버지와 한국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골프천재로 명성을 떨쳤다.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올스타에 3차례 뽑혔고, 10살 때 미국 여자아마추어 퍼블링크스 컷 통과로 미셸 위를 뛰어 넘었다.
남캘리포니아대를 나와 지난해 LPGA에 데뷔한 코푸즈는 올해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 3위, 메이저 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 공동 4위와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공동 15위를 넘어 세계 최고권위의 미국 내셔널 타이틀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코푸즈는 “골프광인 필리핀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의 열성적인 지원으로 일찍 골프를 배웠다. 미셸 위의 2014년 US여자오픈 우승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며 “페블비치에서 부모님과 친척, 대학 선후배와 친구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승해 이번주는 나를 위해 짜여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감격했다. 오바바 전 대통령은 SNS를 통해 “하와이에서의 라운드를 기대한다”며 축하인사를 보냈다.
하타오카는 공동 4위(3언더파 285타), 김효주는 공동 6위(2언더파 286타)로 각각 2021년, 2018년 연장전 패배 준우승의 아쉬움을 풀지 못했다. 신인 유해란이 8위(이븐파 288타)에 올라 한국선수 3명이 톱10에 들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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