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오염수 방출하는 日, 한국 비판은 신중해야"

박준호 기자 2023. 7. 1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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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를 낸 곳은 일본이라는 전제 잊어서는 안 돼"
"투명하고 성실하게 설명, 이해 얻는 노력 거듭해야"
[제주=뉴시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에 대한 한국 내 반발을 놓고 "일본 측이 안이하게 한국 사회의 반응이나 한국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본 내부에서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 6일 제주시 함덕리 정주항 앞바다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 모습. 2023.07.10.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한국 정부가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측 명칭 처리수) 해양방출 계획의 안전성에 대한 자체 검토 결과를 발표하고 해양방출에 일정한 이해를 표명했지만 "일본 측이 안이하게 한국 사회의 반응이나 한국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본 내부에서 제기됐다.

오쿠조노 히데키 시즈오카현립대 교수(한국정치외교사)는 10일 보도된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검증 결과가 나왔다고는 하지만 우선 사고를 낸 곳은 일본이라는 전제를 잊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오쿠조노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을 놓고 한국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봤다.

"韓 오염수 반발, 뿌리깊은 대국주의에 대한 불신이 원인"

그는 한국 야당 의원들의 비판과 일부 언론이 IAEA와 일본이 결탁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설을 보도한 점을 거론하면서 이러한 한국 내 반발 여론이 "뿌리 깊은 대국주의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진단했다.

특히 "일본을 규탄하는 데 그치지 않고 IAEA의 권위마저 부정하는 자세가 놀랍다"며 "그 배경에는, 대국에 농락당해 온 한반도의 역사가 있다. 강대국에 대한 불신과 경계심이 지금도 저류로 흐르고 있음을 이번 반응에서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오염수, 한국 내 여야 간 정쟁도구로 쓰여

오쿠조노 교수는 오염수 방출을 둘러싸고 "한국의 여당과 야당 간에 정쟁의 도구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하고 내년 총선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윤 정권 비판의 중심에 있는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라며 "2022년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한 인물이지만, 성남시장 시절 비리를 둘러싸고 배임죄 등으로 기소되는 등 여러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어 대표로서의 기반은 취약하다. 그런 가운데 처리수 방출 문제는 그에게 천우(天佑)와 같을 것"이라고 비유했다.

[서울=뉴시스]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에 대한 한국 내 반발을 놓고 "일본 측이 안이하게 한국 사회의 반응이나 한국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본 내부에서 제기됐다. 사진은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난 7일 김포공항에 입국하던 중 시민단체의 항의를 받는 모습. 2023.07.10.

이어 "자신의 의혹에 대한 여당 세력의 공격에서 윤 정권 비판으로 정국 흐름을 일시에 전환하는 정쟁의 도구로 이 문제를 이용해 과격한 감정론을 펴고 있다"며 "이 대표에게도 총선에서 승리하면 그 다음 대선 재출마, 승리도 보인다. 그런 만큼 국민이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 문제는 윤 정권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오염수 문제는 한국 청년도 민감…일본도 감정적 반발 삼가야"

오쿠조노 교수는 "총선에서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18~30대 젊은 세대로부터 얼마나 지지를 얻느냐다"라고 했다.

그는 "(한국의)40대 이상 세대는 정책의 내용이나 이념이 아니라 윤 정권 지지 여부에 따라 찬반을 결정하는 경향이 강해 정부로서는 설명을 다했다고 해도 생각을 바꾸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반면 저성장 시대의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온 젊은 세대는 기존 정치의 틀과는 거리를 두고 실리와 생활을 중시하며 태도를 결정하는 무당파 부동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젊은 세대는 일본에 호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면서 "오히려 일본을 특별시할 일이 없는 세대라고 해야 한다. 젊은 세대는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강경한 자세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오쿠조노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처리수 문제에는 신중함을 요한다"며 "이 문제는 안보나 역사인식 같은 얘기가 아니라 먹거리 안전 해양환경 국민건강 생명 같은 성격의 문제로 젊은 세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제다. 잘못 다루면 총선 결과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일본 측도 한국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는 점을 이해하고 감정적 반발은 삼가야 할 것"이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전과 안심의 관점에서 한국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과학적 근거와 국제기준에 따른 객관적 평가를 투명하고 성실하게 설명해 이해를 얻는 노력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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