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보행정보로 건강상태 알 수 있어요"
(지디넷코리아=이균성 논설위원)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발바닥 보행정보로 건강상태 알 수 있어요”
혈압 맥박 호흡 체온 통증 등은 신체 상태를 알 수 있는 생체지표다. 그런데 보행도 중요한 생체지표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걷기가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다 알지만 비정상적인 걸음이 있고 그게 다양한 질환과 관계가 있으며 걸음을 교정해 질환을 호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보행이 6대 생체지표로 여겨짐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까닭은 그동안 관련 기술이 부족했던 탓이다.
조형진 솔티드 대표는 8년째 이 기술에 몰두하고 있다. 기술 하나만 믿고 창업했고, 보행 분석을 기반으로 세계 1위 디지털 인솔 솔루션 회사가 되겠다는 꿈이 있다. 세계적으로 극소수 기업만 이 기술을 갖고 있다.
■인체 표면의 2%인 발바닥이 갖는 의미
발바닥 표면은 우리 몸의 2%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2%가 나머지 98%의 신체를 지탱한다. 걷는 사람이라면 숨을 쉬듯 하루도 쉬지 않고 발바닥을 써야 한다. 발바닥으로서는 수고로운 일이지만 그 발바닥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알기는 쉽지 않다. 그저 해오던 습관대로 발바닥을 부릴 뿐이다.
발바닥을 잘 못 쓴다는 것은 걸음이 비정상적이라는 뜻이다. 비정상적인 걸음은 다양한 질환과 관계가 있다. 비정상적인 걸음이 신체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원인이기도 하고, 그 반대로 관절이나 뼈에 문제가 있을 때 걸음이 비정상이 되기도 한다. 솔티드는 걸음에서 신체의 이상 여부를 파악해내고자 한다.
“보행(gait)이 비정상적일 수 있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골절은 너무나 뻔한 이유이고, 다리 길이 변형, 노화, 근력 약화, 통증, 중추신경계 질환 등도 원인이 되죠. 발끝으로 걷거나, 앞뒤로 흔들리거나, 절뚝거리거나, 질질 끌거나, 오리걸음을 걷거나 하는 것 등을 비정상적인 걸음걸이로 분류할 수가 있어요.”
■“신발 깔창으로 보행 데이터를 파악하죠”
걸음은 흔적을 남긴다. 발자국이 그것이다. 신발의 발자국은 범행현장의 단서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신체 이상여부를 파악하는 데이터로 쓰기에는 한계가 있다. 걸음의 흔적을 데이터로 삼으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솔티드가 개발한 ‘스마트 인솔(깔창)’은 걸음의 흔적을 파악해 기록하는 도구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다. 특허를 받은 압력센서가 핵심 기술이다. 이 센서를 통해 보행할 때 발바닥의 압력 분포(족저압)와 걸음걸이의 패턴, 체중의 치우침, 근육의 움직임 등을 정확히 분석해낸다.
“스마트 인솔에는 압력센서 이외에도 신발 속에 부착해야 하기 때문에 최신 스마트폰 수준의 방수방진기능(IP68방수방진인증)과 마그네틱 충전 기능, 보행값을 계산하고 알고리즘 기반 데이터를 산출하는 IMU센서도 탑재돼 있어요. 깔창으로 발바닥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알아내는 게 핵심기술이죠.”
■“뉴로게이트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도 있어요”
보행과 관련된 문제를 안고 있는 환자는 여러 검사를 해도 큰 이상을 발견할 수 없는데 지속적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 또 적절한 치료를 하더라도 습관화된 비정상 보행 탓에 재발이 되거나 신체 불균형을 가속화시키기도 한다. 이때 필요한 게 보행의 객관적 근거와 체계적인 치료 전략일 수 있다.
“우리는 보행과 관련된 질환의 경우 근거 중심의 치료계획을 세우고 치료 과정이나 치료 이후 보행 패턴까지 객관적으로 비교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이를 위해 요통 관절염 척추측만 등 다양한 질환과 보행의 관계를 파악함으로써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솔루션도 개발했지요.”
솔티드가 스마트 깔창인 ‘뉴스게이트 인솔’과 함께 쓸 ‘뉴로게이트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한 것도 그런 까닭이다. 이 솔루션은 병원용 앱(어플리케이션), 환자용 앱, 환자관리용 웹 등으로 구성돼 있다. 병원용 앱은 인솔로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 상태를 측정해 진단하고 처치할 수 있도록 해준다. 환자용 앱은 실시간 피드백을 통해 재활운동을 하거나 병원에서 체크할 수 있게 해준다.
■보행검사 시장의 한계와 요구되지 못한 수요
보행검사 시장은 지금까지 극히 제한됐었다. 보행검사를 할 장비가 수천만 원 상당의 고가인 까닭에 소수 종합병원에서만 활용할 수 있었다. 장비 유지관리와 운영에 따른 추가 인력이 필요하고 별도의 설치공간도 따로 마련돼야 했다. 보통의 환자들에게도 필요하지만 아무나 쉽게 접근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업계 용어로 하면 ‘Unmet Needs'가 있었던 것이다.
“솔티드의 스마트 인솔과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의 최대 특징은 이런 고가의 의료기기를 웨어러블과 모바일로 해결했다는 데 있어요. 비용을 크게 낮추고 관리도 쉽기 때문에 더 많은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길을 개척한 것이지요. 세계적으로도 이런 기술과 제품을 갖고 있는 곳은 우리와 독일의 모티콘을 포함해 잘 해야 서너 곳이 전부예요. 고관절 환자를 비롯해 보행에 불편을 겪는 분들께는 꼭 필요한 기술이고 솔루션이지만, 시장의 한계 때문에 환자들은 필요한 지조차 몰랐던 거죠.”
■시장 없이 기술로만 창업하는 일의 어려움
조 대표가 솔티드를 설립한 것은 2015년이다. 삼성전자 사내벤처로 출발한 스핀오프 1기 기업이다. 아이템은 각광받던 기술인 사물인터넷(IoT) 기반 웨어러블. 맥박이나 체온 등의 생체지표를 탐지하는 웨어러블이 아니라 발바닥의 족저압을 측정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독보성을 인정받고 창업을 권유 받았었다.
기술력도 인정받아 2016년에 미국 CES의 혁신상, 독일 ISPO의 황금상, 2020년 문화부의 한국스포츠산업대상 등을 받았다.
그러나 시장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설립 7년째인 지난해 매출은 17억 원. 기술 기반 창업 치고는 초라한 성적표인 셈이다. 영업이익은 아직도 마이너스고 내년 하반기에나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셈이죠. 스마트 인솔을 개발하고 골프 등 신체 균형 운동이 중요한 스포츠 분야에서 시장을 개척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어요. 지금도 스포츠 쪽을 하기도 하지만 의료 쪽에 집중하고 있죠.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원격의료 수요가 늘어나면서 생체지표에 대한 니즈가 커지고 있고, 보행정보와 분석 솔루션에 대한 인식도 확대되고 있어요. 특히 고관절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정형외과 신경과에서 많이 필요로 하지요. 다행히 동적 족저압 행위수가가 인정되고 인솔 처방도 가능(둘 다 실비가능) 하기 때문에 병원 수요가 있고 환자도 좋은 서비스를 받게 됐어요.”
조 대표는 올해부터 매출이 두 배 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니터링을 넘어 치료 영역까지
스마트 인솔은 보행정보를 위한 모니터링이 핵심이다. 조 대표는 그러나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갈 생각이다. 질환별 예측 및 모니터링 솔루션까지 갖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원주 세브란스병원 임상연구진과 퇴행성 뇌질환 조기 예측 및 모니터링을, 분당 서울대병원 임상연구진과 당뇨족부궤양환자 조기 예측 및 모니터링을, 진주 경상대병원 임상연구진과 노쇠 및 근감소증 조기 예측 및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다.
“가는 길이 쉽지 않지만 지금까지 잘 버텨왔고 앞으로도 계속 나아가야죠. 시장 없이 기술로만 창업한 게 경영을 하는 데는 쉽지 않았지만 버텨내고 계속 나아가다 보니 그 기술을 하고 있는 곳이 드물고 우리 기술이 인정받게 되는 측면도 있더라구요. 그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스마트 인솔 최강이 되고 싶어요.”
덧붙이는 말씀: 조형진 솔티드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사람은 헬스케어 스타트업 스왈라비의 정해권 대표입니다.
이균성 논설위원(sereno@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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