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한 달여 남은 김병준…4대 그룹 재가입 마지막 퍼즐 맞출까
한경연 회원사인 4대 그룹, 전경련 자동 승계 난색
경제개혁연대 “논란·위험 자초하는 선택 하지 않길”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의 임기가 한 달여 남은 가운데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의 전경련 재가입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4대 그룹은 여전히 선을 긋는 모습이지만 김 직무대행은 "과거의 전경련이 아니다"라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직무대행 취임 이후 4대 그룹이 전경련 주최 행사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김 직무대행이 마지막 숙제를 끝마치고 떠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오는 8월 말 총회를 열고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 통합하는 동시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이름을 바꾸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관심을 모은 것은 4대 그룹의 입장이었다. 4대 그룹은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전경련은 탈퇴했지만 한경연의 회원사로는 남아있다. 이들 그룹들은 일단 전경련으로의 통합을 위한 한경연 해산안엔 동의했다. 하지만 전경련 복귀에는 선을 긋고 나섰다. 전경련이 한경연을 흡수 통합하면 원칙적으로 한경연 회원사는 전경련으로 자동 승계된다. 이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선 셈이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측은 전경련 복귀에 대해 이사회 및 준법감시위원회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그룹들 역시 전경련으로의 복귀는 당장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김 직무대행이 4대 그룹 복귀에 대해 또 다시 군불을 뗐다. 지난 9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나온 김 직무대행은 "아직 풀어야 할 문제들이 남았다"면서도 "전경련이 새로운 모습을 보이면 (4대 그룹이) 결국 같이 활동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일에도 그는 4대 그룹 복귀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이제 총회를 거치면 이름도 전경련이 아니고, 그 기구의 내용도 전경련이 아니다"라며 "과거의 전경련으로 복귀한다고 하면 그건 (4대 그룹이) 부담스러워할 수 있지만 과거의 전경련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경련에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이름을 바꾸면 4대 그룹이 복귀하는데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경련과 접촉면 많아지는 4대 그룹…비판 여론도 공존
재계에서는 지난 2월 전경련 소방수로 등장한 김 직무대행의 과제 중 하나를 4대 그룹의 복귀로 꼽아왔다. 김 직무대행의 임기는 내달 22일에 끝난다. 그의 취임 이후 전경련과 4대 그룹과의 접촉이 빈번해진 것은 사실이다. 지난 2월 이후 전경련이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사절단 구성을 주도해왔는데 4대 그룹은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전경련이 젊은 세대와 소통을 강화하고자 만든 한국판 '버핏과의 점심'인 '갓생(목표 달성을 위해 생산적이고 계획적인 바른 생활을 실천한다는 뜻의 MZ세대 유행어) 한끼' 행사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참여하기도 했다.
4대 그룹이 전경련 회원사로 다시 복귀하더라도 동시 합류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재계의 관측이다. 당장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를 이끌고 있는 상황이라 경쟁 경제단체인 전경련에 복귀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 역시 이재용 회장이 여전히 사법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여론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당장 4대 그룹의 전경련 복귀 가능성이 제기되자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4대 그룹의 전경련 재가입은 사실상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제개혁연대는 "박근혜 정부와의 정경유착으로 해체 요구에 직면했던 전경련은 해체 대신 쇄신과 혁신을 말했지만, 사실상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4대 그룹이 전경련에 재가입하게 된다면 '정경유착'의 어두운 역사와 완전히 결별할 가능성도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미스러운 사태로 전경련을 떠났던 4대 그룹은 스스로 논란과 위험을 자초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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