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하락에 뿔난 씨젠 주주, 자사주 소각·경영진 사퇴 촉구
씨젠 주주연대 대표 A씨가 10일 서울 송파구 씨젠 본사 앞에서 주주가치제고 이행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자사주 소각은 통상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주가 부양 의지를 보이기 위해 단행하는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으로 꼽힌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시장에 유통되는 발행주식 수가 줄어 주식 1주당 가치가 높아진다.
씨젠은 올해 3월말 기준 2701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1979억원의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해 8452억원의 유동자산을 보유 중이다.
날씨가 후덥지근한 데다 당초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된 영향인지 이날 주주들의 참여는 많지 않았다. 경남 거제에서 올라왔다는 A씨는 오는 14일 예정된 주주간담회가 온라인 방식으로 개최되는 것에 대해서도 성토했다.
그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천종윤 대표 등은 6월 중으로 그동안 준비해 온 플랫폼사업 진행성과 등에 대해 주주들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온라인 간담회가 쌍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데다 14일(금요일) 오후 4시30분부터 6시까지 1시간 30분 동안 얼마나 충분한 소통이 이뤄질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집회에 참석한 다른 주주는 "주주간담회보다 이틀 앞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IR 설명회는 대면으로 진행하면서 주주간담회를 비대면 방식으로 개최하는 이유가 뭔가"라고 반문했다.
A씨는 그동안 씨젠이 주가 하락에 대해 뿔난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노력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겉만 번지르르한 말로 주주들에게 희망고문만 일삼았다"며 "2년 전부터 주장해 온 기업 인수합병(M&A), 코스피 이전 상장,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도입해 주주 친화정책 및 지속가능경영 실천 등 어느 것도 이행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씨젠은 신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2021년 2월 박성우 전 대림산업 재무관리실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를 M&A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하지만 2022년 11월쯤 박 부사장이 회사를 떠나기까지 M&A 성과를 내지 못했고 현재까지도 마찬가지다. 그러던 천 대표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시약 원재료 기업과 정보기술(IT) 분야를 M&A 분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코스피 이전 상장 계획을 지속해 밝혔던 씨젠은 2022년 4월 돌연 이 계획을 연기했다. 코스피 이전 상장 평가 요소 중 ESG 사항을 엄격하게 검토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준비가 미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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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대표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혜주인 씨젠은 고점 대비 주가 하락 속도가 빨랐음에도 회사측에서는 주가 방어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면서 "주식가격이 저점을 찍자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지배력을 강화하는 차원일 뿐 주주가치 제고와는 거리가 멀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쌓아둔 현금이 충분해 주주가치를 제고할 방법이 있음에도 이를 거부하는 것은 오너일가가 주주를 동업자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도구로 이용해 배채우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씨젠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유행) 이후 2020년 8월7일 종가 기준 주가가 31만22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엔데믹(주기적 감염병 유행) 전환하면서 씨젠의 주가는 지난 9일 종가 기준 19430원까지 하락하며 2만원선이 무너졌다.
최영찬 기자 0chan1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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