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주민’ 기세 업은 유럽 극우, EU 난민정책도 흔든다
프 폭력시위 계기로 이민규제 부르짖는 극우 약진
우크라이나 전쟁과 ‘물가 위기’를 틈타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유럽의 극우가 프랑스 경찰의 총기 사용에 대한 항의 폭동을 계기로 ‘반이주민 정서’ 부추기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00만명의 난민이 유럽으로 몰려든 2015~2016년 ‘시리아 위기’ 이후 불법 난민이 다시 급증하면서, 극우 정당의 지지율 역시 급등하는 모습이다.
네덜란드 중도 성향 연립정부가 8일(현지시각) 이주민 정책을 둘러싼 갈등으로 붕괴한 가운데 올가을 총선을 치르는 폴란드에서도 여야 모두 표심 잡기를 위해 이주민 규제를 둘러싼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정치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이 9일 보도했다. 폴란드의 극우 성향 집권 여당인 ‘법과 정의당’의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당대표는 8일 선거 유세 집회에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난민을 의무적으로 나눠 받도록 하는 새 유럽연합 난민 정책을 10월 총선과 동시에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우리는 이 정책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폴란드 국민들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럽연합은 난민 신청자를 회원국 경제 규모 등에 따라 분배하는 것을 뼈대로 한 ‘신 이민·난민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반난민 정서가 특히 강한 폴란드·헝가리의 반대로 최종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30일 끝난 유럽연합 정상회의는 진통 끝에 공동성명에서 이 내용을 통째로 도려내야 했다.
유럽에선 지난해 2월 말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 여파로 발생한 식량·물가 위기로 인해 제2의 난민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 국경관리연안경비국(Frontex)은 1월 2022년 불법입국자는 33만명으로 전년(20만명)보다 64%나 늘었다고 밝혔다. 시리아 위기가 한창이던 2016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
특히 프랑스에서 지난달 27일 10대 청소년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뒤 폭력적인 항의 시위가 발생하면서, 극우들의 반난민 선동이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유럽연합 정상회의 기간 중 트위터에 “상점 약탈과 경찰차 방화가 프랑스 파리와 주요 도로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우리는 이런 모습이 폴란드 거리에서 그리고 유럽의 도시들에서 발생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썼다. 이탈리아 극우 정당 ‘동맹’ 소속의 니콜라 몰테니 내무부 차관도 프랑스 폭동은 “나머지 유럽 국가에 대한 경고”라며 “사람들이 원한다 해서 이탈리아에 들어올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유럽 내 극우 정당들 역시 약진하고 있다. 독일에선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 지지율이 최근 급등했다. 독일 공영방송 <체트데에프>(ZDF)가 지난달 14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을 위한 대안 지지율(18%)은 집권 ‘신호등 연정’을 이끄는 사회민주당(19%)과 거의 대등하게 나타났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사민당을 앞질러 기민·기사련의 뒤를 이은 2위를 지켰다. 스페인의 극우 정당 ‘복스’는 23일로 예정된 스페인 총선에서 중도 우파와 연정을 통해 집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9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는 중도 우파인 ‘국민당’이 35%의 지지율로 집권 여당인 ‘사회노동당’(28%)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복스는 좌파 정당인 ‘수마르’(연합·13%)에 이은 4위(12.6%)였다. <로이터> 통신은 국민당이 의회에서 절대 과반을 차지하려면 복스와 연정을 구성해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해 10월 극우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의 형제들’ 주도의 연립정부가 출범했고, 핀란드에서는 지난달 극우 정당이 참여한 연립정부가 출범했다. 스웨덴의 극우 정당인 ‘스웨덴 민주당’은 연정에선 제외됐지만, 의회 2당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도 극우 자유당이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핸스 쿤드나니 선임연구원은 “극우 세력은 유럽연합의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기본 임무는 이제 이주민을 억제하는 것”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의 입법기구인 유럽의회 선거가 내년 6월로 예정돼 유럽의 이주민 정책은 점점 더 극우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양평고속도로 추진 13년 내내 종점은 ‘양서면’…“두물머리 정체 탓”
- [단독] 김영호 통일장관 후보자 ‘정부 통일방안’까지 부정
- 푸틴 바그너 반란 사태 뒤 모스크바에서 프리고진 만났다
- “신규 원전 건설 검토” 띄운 윤석열 정부…새로운 갈등 뇌관 되나
- ‘과학적’이라는 IAEA 보고서의 ‘비과학적’ 설명 방식
- “고발장 저희가 만들어 보내겠다”…김웅 “내 목소리인데 기억 안 나”
- 김여정 “미정찰기 해상군사분계선 다시 침범하면 단호한 행동”
- [단독] 서울시, 전장연 보조금 3배로 부풀려 국힘에 제출했다
- [단독] 김건희 모친 1000평 농지서 주민 옥수수 농사…위법 의혹
- [뉴스AS] ‘먹태깡 대란’은 왜? 언제까지 계속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