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안 커졌으면 좋겠다"…'알라미'가 유니콘 준비하는 방법 [긱스]
외부 투자 없이 창업 이후 10년간 줄곧 흑자를 낸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알람앱 서비스 '알라미'를 운영하는 딜라이트룸입니다. 직원 30명인 이 회사는 작은 조직을 고집합니다. 제품도 알라미 하나만 파고듭니다. 더 판을 키우지 못한다고 답답해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한경 긱스(Geeks)가 법인 설립 10주년을 맞은 딜라이트룸의 신재명 대표, 윤찬율 박상욱 프러덕트오너(PO)를 만나 작은 조직을 고집하는 진짜 이유를 들어봤습니다.
연차 무제한, 도서 무제한 지원, 연 1회 해외워크숍, 연 150만원 성장 지원금, 아침·점심 케이터링, 간식 서비스, 주 2회 교정 테라피스트 방문…
투자 혹한기로 스타트업마다 엄격한 재무관리와 자금통제 등 '타이트 파이낸스'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여전히 파격적인 인사 복지 제도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개인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외부 투자 없이 창업 이후 줄곧 흑자경영을 이어온 딜라이트룸 얘기다.
딜라이트룸은 10년간 알람 앱 하나만 파고들었다. ‘확실히 깨운다’는 미션을 집요하게 파고든 덕분에 '알라미'는 연간 100억대 이익을 내는 세계 1위 알람 앱이 됐다.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는 “알람 앱이 넘쳐나는 가운데 세계 1위가 된 비결은 ‘확실히 깨운다’는 본질에 집중했기 때문”이라며 “다른 알람 앱이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으로 접근한 것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사용자가 먼저 알아본 앱
알라미는 2012년 한국외국어대 정보통신학과 4학년생이던 신 대표가 본인이 쓰려고 만든 앱 ‘Sleep if you can’이 시초다. 그는 “아침에 알람이 울리면 끄고 다시 자는 게 문제라 아예 화장실에 휴대폰을 두고 잤다”며 “그러다 화장실에 가면 자동으로 꺼지는 앱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직접 개발한 게 알라미의 시작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지 인식 알고리즘 기반으로 특정 장소 사진을 찍으면 꺼지는 알람 앱을 개발했다. 그해 8월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지 시넷이 신 대표가 내놓은 앱을 잠을 깨우는 ‘악마의 앱’으로 소개하면서 글로벌 사용자가 대거 유입됐다.
출시 2년 만인 2014년 50개국에서 알람 앱 1위를 기록했다. 2016년 1000만 다운로드, 2019년 3000만 다운로드, 2022년 7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꾸준히 성장했다. 지금까지 누적 다운로드 약 7500만건, 월간 활성 이용자(MAU) 450만명, 일간 활성 이용자(DAU) 200만명을 돌파했다.
현재 사용자의 85%가 170개국의 해외 유저다. 전 세계 97개국에서 알람앱 분야 1위를 차지했다. 스쿼트, 걷기, 수학 문제 등 다양한 기상 미션 기능을 제공해 '확실히 깨워주는 알람앱'으로 자리 잡았다.
알람앱으로 돈 버는 방법
2020년 알라미는 유틸리티 앱으로는 이례적으로 구독 모델을 도입했다. 신 대표는 “저 역시 누가 알람 앱을 구독해서 쓸까 싶었지만 알람 덕분에 아침 시간 1시간을 아꼈다며 기꺼이 구독하는 사람이 현재 9만30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구독모델이 통한다는 건 그만큼 충성 이용자가 많다는 의미다. 알라미는 알람앱 최초로 100만 리뷰를 달성했다. 4.8점의 평점을 기록하며 전 세계 1위 수준을 달성했다.
외부 투자 없이 성장한 딜라이트룸의 지난해 매출은 192억원, 영업이익은 11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의 35%가 구독 모델에서 나왔다. 나머지는 광고 수익이다.
올해는 매출 300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영업 이익률은 70%에 이른다.
외부 투자를 안 받는 이유
이 회사는 '벤처캐피털 투자=스타트업 성장'으로 통하는 벤처투자 업계의 공식과는 거리가 멀다.
신 대표는 “투자받아 트래픽을 키우기보다 내실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돈이 많다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문제의 본질에 얼마나 집중하느냐가 1등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부 투자 유치 없이 알라미를 왓츠앱, 인스타그램 같은 ‘킬러앱’으로 키우는 게 그의 목표다. 그는 "2012년 인스타그램도 11명짜리 작은 조직으로 옛 페이스북에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인수됐지 않느냐"며 "투자받아 덩치를 키운다고 좋은 제품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회사가 안 커졌으면 좋겠어요"
'딜라이터'로 불리는 딜라이트룸 직원들도 작은 조직을 강점으로 꼽는다. 현재 직원은 30명이다. '알짜 스타트업'으로 입소문이 나 있어 채용 시장에서도 인기다.
2020년부터 딜라이트룸에서 고객 경험(CX) 매니저로 시작해 현재 기상미션 등을 담당하고 있는 윤찬율 프러덕트오너(PO)는 "외부 투자자가 없다 보니 어떤 압박 없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면서 진행할 수 있는 게 엄청나게 큰 장점이다"고 설명했다.
윤 PO는 "10년 뒤 전 세계 이용자가 매일 들어오는 알라미 앱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도 "회사가 안 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작은 조직인만큼 제품 고도화를 위해 직접 해볼 수 있는 게 많기 때문이다.
슬립 TF의 박상욱 PO는 스크린 골프 사업을 하는 카카오VX에서 올해 초 이직한 경우다. 박 PO는 "딜라이트룸은 아침에 얼마나 잘 일어나느냐는 작지만 날카로운 문제를 풀어내고 있는 팀"이라며 "이런 조직에선 문제를 해결하는 기획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입사 이유를 설명했다.
박 PO는 "구성원마다 개성이 있고 철학이 있는 게 딜라이트룸의 장점"이라며 "10년 뒤에도 여전히 작으면서도 자율적인 회사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제를 잘 발견하는 사람
딜라이트룸은 임팩트가 있는 문제를 잘 발견하고, 그것을 잘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중시한다.
신 대표는 "문제를 잘 보고, 잘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다"고 했다.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영향력이 있는 문제를 갖고 올 수 있는 인재를 찾는다.
그는 "어떤 정답은 항상 바뀔 수 있다"며 "어떤 때는 이게 정답일 수도, 다른 때는 저게 정답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처럼 무형의 불확실한 일을 헤쳐 나가려면 항상 유연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 딜라이트룸에선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 소통을 말하는 게 아니다. 불만을 제기하는 것으로 그쳐서도 안 된다. 신 대표는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도록 내 의견을 전달하는 것을 소통 능력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밸런스 역시 신 대표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제품 측면에서 수익성을 너무 쫓다 보면 사용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 조직 '스쿼드'
딜라이트룸은 직군으로 구분되는 '그룹'과 별도로 '스쿼드'라고 불리는 조직을 두고 있다. 특정 문제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과 같은 조직이다. 문제의 본질을 찾고, 해결하는 게 조직의 DNA이기 때문이다. 현재 모닝, 구독, 광고 수익화라는 3개의 스쿼드로 나뉘어 있다.
모닝 스쿼드는 이용자에게 성공적인 아침을 선사하는 게 목적이다. 윤 PO는 "성공적인 아침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고, 어떻게 하면 이를 달성할 수 있는지, 그리고 깨어날 때 이용자의 상태가 어떤지를 정량화하는 게 관건이었다"고 설명했다.
딜라이트룸은 수면 질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모닝웰니스인덱스(MWI)를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수면 전 단계부터 기상 이후까지 수면 전 과정을 관리하는 '모닝 웰니스 솔루션'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박 PO의 고민은 슬립(잠)의 범위와 역할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였다. 사용자를 인터뷰한 결과 걱정과 불안 때문에 잠을 잘 못 자는 경우가 많았다. 이용자가 잡념을 끊어주는 최적의 수면 모드를 찾을 수 있게 정교화했다. 알라미는 최근 수면 사운드, 수면 모드 기능을 앱에 추가하며 105개국 앱스토어에서 수면 관리 앱으로 추천되기도 했다.
웰니스 생태계 구축
이제 알라미는 확실히 깨우는 것을 넘어 ‘성공적인 아침’을 만드는 미션으로 나아가고 있다. 성공적인 아침을 제공하는 알람앱을 시작으로 활동, 정신, 수면, 영양으로 점차 확대하며 웰니스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웰니스 측면에서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에 전략적 투자를 하며 협업 구도를 만들어 가고 있다. 2021년 인공지능(AI) 기반 매트리스 스타트업 ‘삼분의일’에 투자한 데 이어 지난해 국내 1위 하루 루틴 관리 앱 ‘마이루틴’을 개발한 마인딩을 인수했다. 지난 2월에는 사용자 맞춤형 모바일 키보드인 ‘플레이키보드’의 운영사 비트바이트에 투자했으며, 이달엔 돈 버는 만보기 앱 ‘머니워크’의 운영사 그래비티랩스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제품, 제품, 제품
신 대표는 인터뷰 내내 '제품'이란 말을 수십번 말할 정도로 제품에 천착한다. 그는 "앞으로도 문제를 푸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한다. 문제를 풀었을 때 희열이 있고, 사용자의 피드백을 들을 때 성취감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는 "딜라이트룸은 알람앱의 본질을 바꾼 회사"라며 "사용자에 빙의해서 문제를 풀어야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고, 제품이 좋으면 마케팅은 자연스럽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10년간 알라미는 시간을 알려주는 것에서 확실히 깨워주는 것으로 알람앱의 본질을 재정의했다. 신 대표는 "앞으로 10년은 아침을 성공적으로 만드는 알람앱으로 제품의 패러다임을 바꿔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 클래식과 미술의 모든 것 '아르떼'에서 확인하세요
▶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논란의 걸그룹이 '플립5' 광고 모델?"…삼성전자 '어리둥절'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 "반려견 얼굴 새겼어요"…직장인들도 빠진 '타투'의 실상 [이슈+]
- "BTS 뷔도 썼네"…불볕더위에 매출 두 배로 뛴 아이템
- "헛소리 말고 꺼져"…온화한 줄만 알았던 바이든 '대반전'
- 베트남 여행 중 실업급여 1700만원 타낸 '기막힌 수법'
- 배우 전지현이 사는 '그 집'…2년 만에 40억 '껑충'
- '박테리아 감염' 마돈나 "더 건강하고, 강해질 것"
- 엔믹스 촬영 중 화재…JTBC 측 "인명 피해 無"
- 브브걸, 8월 초 컴백 시동…'서머퀸' 영광 재현할까
- "코카콜라보다 카페인 6배나 많다"…경고 쏟아진 음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