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 전체 1순위의 성공률은?…10년간 전체 1픽 집중 분석 [김한준의 재밌는 야구]
미국 메이저리그(MLB) 드래프트가 우리 시간 오늘(10일)부터 시작됐습니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이 있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드래프트 투수 최대어로 꼽히던 최고 투수 폴 스킨스(21)를 지명했습니다.
2순위 지명권의 워싱턴 내셔널스는 드래프트 최고 타자로 평가받던 딜런 크루스(21)를 뽑았습니다.
팬들은 구단의 지명에 일희일비하기 마련입니다. KBO 팬 뿐 아니라 MLB 팬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래프트 직후 "왜 저 선수를 안 뽑고, 이 선수를 뽑았느냐"는 논쟁은 대부분의 팀에서 벌어집니다.
그렇다면 그해 최고의 선수라 해도 무방한 전체 1픽 선수들의 성공률은 얼마나 될까요? 아마추어 무대에서 최고로 평가받았던 툴이 있던 만큼, 대부분 드래프트 당시의 예상대로 스타 플레이어가 됐을까요?
그래서 지난 10년 간의 전체 1순위로 뽑힌 선수들의 현재 모습을 살펴봤습니다. 최근에 뽑힌 선수일수록 마이너리그에서 육성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니 역순으로 가겠습니다.
■ 탱킹으로 1픽 2번 가져간 휴스턴…의외로 결과는 성공적이지 않았다
MLB에서 사실상 최초로 의도적인 탱킹을 하던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2013년과 2014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획득했습니다.
휴스턴은 2013년에는 휴스턴 출신인 우완 투수 마크 어펠을 지명했습니다. 하지만 어펠은 팀의 코어로 성장하지 못했고, 결국 2015년 12월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트레이드됩니다.
어펠의 반전은 필라델피아에서도 없었고, 부상으로 신음하면서 2018년 은퇴하게 됩니다.
하지만 2021년 복귀했고, 2022년 극적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게 됩니다. 지난해 성적은 6게임 10.1이닝 ERA(평균자책점) 1.74였습니다. 인간승리의 주인공이 되나 싶었지만, 올해 시범경기에서 크게 부진했고, 필라델피아는 어펠을 방출했습니다. 전체 1픽의 기록으로는 매우 많이 아쉬운 성적입니다.
휴스턴은 2014년 1순위 지명권을 좌완 투수 브래디 에이켄을 위해 썼습니다. 하지만 휴스턴과 에이킨은 계약 과정에서 이견을 드러냈고, 사인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에이켄은 다음해 전체 17번으로 클리블랜드에 입단했는데, 이는 선수와 팀 모두에게 좋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에이켄은 전체 1순위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지 못한 최악의 선수 중 1명으로 기록됐습니다.
■ 2300억 선수 된 '모범 1픽' vs 아직은 물음표인 '1픽들'
2015년 전체 1순위는 MLB 팬이라면 다 아는 유명한 선수입니다. 시카고 컵스의 유격수 댄스비 스완슨(29)입니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 입단한 스완슨은 팀의 주전 유격수로 성장하며 2021년 애틀란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지난 시즌 후에는 시카고 컵스와 7년 1억 7.700만 달러(2306억 원) 계약에 성공했습니다. 전체 1픽의 모범 답안으로 불릴만한 이력이었습니다.
참고로 스완슨이 1픽으로 뽑혔던 그해, 휴스턴은 전체 2순위로 현재 팀의 주전 3루수인 알렉스 브레그먼(29)을 뽑았습니다. 브레그먼은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며 2020년부터 5년 1억 달러 연장계약에 일찌감치 합의했고, 지난해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견인했습니다.
휴스턴 입장에선 에이켄을 포기하고 얻은 다음해 전체 2순위 지명권으로 브레그먼을 지명했으니, 사실상 성공한 '전체 1픽'이었던 셈입니다.
2016년 1순위는 외야수 미키 모니악(25)입니다. 필라델피아에 의해 지명된 모니악은 마이너리그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해가 지날수록 평가가 떨어졌습니다.
2020년 빅리그에 데뷔했지만 8경기 OPS(출루율+장타율) 0.603에 그쳤고, 2021년에도 21게임에 나왔지만 OPS 0.349로 크게 부진했습니다. 결국 필라델피아는 2022년 8월 LA에인절스의 투수 노아 신더가드를 얻기 위한 트레이드칩에 모니악을 포함시켰습니다.
이대로 빅리그 커리어가 끝날 듯했던 모니악은 에인절스에서 반전을 일으켰습니다. 38게임에 나와 타율 0.308, 10홈런, OPS 0.984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습니다. 아직 25살밖에 되지 않은 만큼, 기대를 가져도 충분한 모습입니다.
2017년 1픽을 갖고 있던 미네소타 트윈스는 유수 로이스 루이스(24)를 택합니다. 그리고 루이스는 기대대로 성장했습니다. 마이너리그를 단계별로 졸업했지만, 2021년 스프링 트레이닝 때 무릎을 크게 다치며 빅리그 데뷔 시기를 늦춰야만 했습니다.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해 12게임 OPS 0.867로 예열을 하더니 올 시즌도 26게임 OPS 0.828로 좋은 모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루이스가 크고 작은 부상을 계속 당하고 있기 때문에, 한 시즌을 소화할 수 있는 몸 상태를 유지할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입니다.
■ 팀 리빌딩 성패를 좌우하는 1픽의 활약 여부
당연한 얘기지만, 전체 1픽의 성장 여부는 팀의 리빌딩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를 망쳤단 뜻입니다.
현재의 성적을 희생하고 얻어낸 1픽이니 만큼, 이 유망주는 반드시 팀의 코어로 성장해야만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는 안타깝습니다.
2018년과 2020년 전체 1순위 지명권이 있었던 디트로이트는 각각 우완 투수 케이시 마이즈(26)와 1루수 스펜서 토켈슨(23)을 지명합니다.
2020년 빅리그에 모습을 선보인 마이즈는 2021년 30번의 선발 등판을 하며 150.1이닝 ERA 3.71, 118탈삼진, 7승 9패로 타이거즈 선발진의 희망으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2경기만 등판한 채 팔꿈치에 문제를 일으키며 토미존 수술을 받았고, 현재까지 재활 중입니다.
그래도 한해 성과를 보였던 마이즈에 비해 토켈슨은 더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데뷔했지만 110게임 타율 0.203, 8홈런, OPS 0.604로 실망스러운 타격을 보여줬습니다.
올해는 87게임에 나와 타율 0.228, 12홈런, OPS 0.711으로 지난해보단 나아졌지만 여전히 기대엔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토켈슨은 타격 능력이 중요한 1루수인 만큼, 반전이 없다면 내년부턴 꾸준한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2년 사이에 연달아 뽑은 전체 1픽 선수들이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하면서 디트로이트의 현재 성적도 하위권으로 처져 있다는 점입니다. 디트로이트는 2014년 이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2019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전체 1픽인 포수 애들리 러치맨(25)은 순조로운 빅리그 커리어를 쌓고 있습니다.
지난해 데뷔해 아메리칸리그(AL) 올해의 루키 2위(OPS 0.807)에 올랐는데, 볼티모어는 러치맨 콜업 전 16승 24패로 고전했지만, 콜업 후 67승 55패를 기록하며 시즌 마지막까지 와일드카드 경쟁을 했습니다.
올해에는 54승 35패(승률 0.607)로 AL 동부지구 2위, 와일드카드 1위를 질주 중입니다. 러치맨이 주전 포수가 되면서 공수 모두에서 안정감을 찾았고,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러치맨은 포수임에도 올해 12홈런, OPS 0.799을 기록 중이고, AL 올해의 올스타에도 뽑혔습니다.
■ 전체 1픽에서 TOP1 유망주까지…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1픽들
2021년 피츠버그의 전체 1픽인 포수 헨리 데이비스(23)와 지난해 볼티모어의 1픽 유격수 잭슨 홀리데이(19)는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아직 어리기 때문입니다.
입단 후 각 마이너리그를 빠르게 졸업한 데이비스는 지난달 19일 빅리그에 데뷔했습니다. 현재까지 20게임에서 타율 0.239, OPS 0.657을 기록 중입니다.
피츠버그의 사정상 현재 포수보다는 우익수로 더 많이 뛰고 있는데, 본격적으로 포수 마스크를 쓰면 어떤 모습을 보일 지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홀리데이는 전체 1순위에 걸맞는 매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19살임에도 상위싱글A까지 올라왔는데, 57게임에서 타율 0.314, 5홈런, OPS 0.940를 기록 중입니다.
나이에 비해 마이너리그 성적이 좋아 얼마 전 발표된 MLB 파이프라인 유망주 랭킹에서는 전체 1위로 올라서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전체 1픽 지명을 받은 선수가 수많은 선배들을 1년 만에 다 제치고 리그 전체 톱 유망주가 된 겁니다.
유망주 순위가 빅리그에서의 성공을 담보하진 못하지만, 마이너리그에서조차 부진한 유망주가 많은 상황인 만큼, 아직까지 홀리데이의 성공 가능성은 실패 확률보단 훨씬 높다는 분석입니다.
지명 순위가 전부는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지난 10년 간의 전체 1순위 지명자들, 성공 여부를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이런 불확실성이 야구를 더 재밌게 만들어주는 요소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 김한준 기자는?
=> MBN 문화스포츠부 스포츠팀장
2005년부터 기자 생활을 시작해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등에서 일했습니다. 야구는 유일한 취미와 특기입니다
[ 김한준 기자 ]
< Copyright ⓒ MBN(www.mbn.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MB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최서원, '국정 농단' 태블릿 PC 2대 돌려 받는다…또 1심 승소
- ″법원은 'Big Fish'에 왜 그리 약한가?″ [서초동에서]
- 최자 결혼, 오늘(9일) ♥비연예인과 3년 열애 끝 백년가약[M+이슈]
- ″강원도 육군부대서 극단선택→낙상사고로 위장″ 의혹 제기
- 화사, 공연음란죄로 고발당해…″외설 그 자체, 혐오감 충분″
- ″차 빼달라″는 女에…무차별 폭행·침 뱉은 보디빌더, 구속영장
- 여자 혼자 사는 집만 '스윽'…원룸 밀집지 돌며 훔쳐보고 다닌 30대
- '초복 D-1' 삼계탕도 조심?…″캄필로박터 식중독 절반 7월 발생″
- ″낙타 복제요? 150마리 넘죠″ 뜻밖에 등장한 황우석 충격 근황
- '잔액 부족' 뜨자 ″아저씨랑 데이트 가자″…유사강간한 택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