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만원 뚫은 비트코인… 'ETF·금리·리플' 변수 주목
[편집자주]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Buy Korea)'로 행복했던 상반기가 끝났다. 지난달 중순만 해도 2600선이었던 코스피는 이달 2500선까지 밀리면서 투자자들의 마음을 애태운다. 하반기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 자산운용업계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본다.
가상자산(암호화폐) 대장주격인 비트코인이 올해 상반기 꾸준히 가격을 끌어올리면서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갈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뛰어든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허용 여부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정책, 리플 소송 등 미국에서 벌어지는 이슈들이 비트코인 가격 향방을 결정할 전망이다.
비트코인은 상반기 중 꾸준하게 오르면서 지난해 하반기 불어닥친 '크립토 윈터'에 따른 가격 하락분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미국의 긴축정책 완화 기대감과 미국·유럽에서 터진 은행 위기 등이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가치를 모두 가진 대체투자처로서 매력이 부각된 결과이기도 하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다수다. 일각에서는 상반기 가격 상승으로 지나친 낙관론이 형성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 업체인 매트릭스포트는 지난 6일 2024년 말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12만5000달러(약 1억6300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 리포트를 발간했다. 매트릭스포트는 지난달 22일 비트코인이 1년 내 최고가를 기록한 점을 언급하며 "역사적으로 약세장의 끝과 새로운 강세장의 시작을 나타낸다"고 주장했다.
정석문 코빗리서치 센터장은 "2022년의 급격한 금리 인상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연준이 금리 인상 페이스를 줄이고 뒷단에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며 "그 결과 비트코인 가격이 1분기 말 3만달러대까지 회복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을 긍정적으로 전망한다"며 "2023년은 2~3년간 지속될 불장의 첫해가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변동 요인으로 작용한 비트코인 현물 ETF 이슈는 하반기에도 이어진다.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30일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 나스닥증권거래소·시카고옵션거래소 상장 신청을 불허했다. 블랙록은 이달 4일 세부사항을 추가한 상장 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이번에는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등판해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자신했다. 래리 핑크 CEO는 5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ETF 신청에 관해선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기록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며 "블랙록은 그동안 SEC로부터 500건이 넘는 ETF를 승인받았으며, 거부된 것은 1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SEC는 8월 중 블랙록을 비롯한 자산운용사들의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재신청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 승인과 불허뿐 아니라 결정 시한을 미루는 선택지도 존재한다.
연준의 금리정책도 비트코인 가격 향방을 가를 요인이다. 상반기 가격 상승에는 미국의 긴축정책 종료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반영됐는데,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질 경우 금리 인상에 기반한 긴축정책을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 대부분이 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경기 연착률 가능성이 커져 금리 인상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 폭이 1981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지면서 경기침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달 3일 2년물과 10년물 수익률 스프레드(격차)는 -109.50bp(1bp=0.01%p)까지 벌어졌다. 만기가 긴 채권 금리가 짧은 채권 금리보다 낮아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경기침체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리플과 SEC 소송 결과도 변수로 꼽힌다. 리플 소송의 핵심은 증권성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다. 리플이 패소하더라도 증권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올 경우 가상자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석문 센터장은 "만약 경기침체 시그널이 더 심화한다면 긴축정책에 대한 우려는 사그라들며 위험자산 전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법원이 리플을 증권이라고 판단하지 않으면서 SEC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 이럴 경우 가상자산 시장에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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